정계개편?-한화갑 발언의 진의는?

2000-09-08     박혜경 기자

한화갑발언은 정계개편구상의 일단인가? 아니면 단순한 말 실수 인가?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의 '제3의 세력에 의한 한나라당 분열'발언이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초기에는 이를 무시하다가 강력 대응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희대의 망언'또는 '공갈정치'라고 공격하며 '김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한 최고위원은 '제3세력이란 공적인 정당 이외의 세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그 의미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며 해명에 애를 쓰고 있다.

오늘 한 일간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보도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 과연 그런 시나리오는 있는 것인가? 한화갑 최고의 발언은 이런 시나리오와 관계가 있는 것인가?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말하자면 이건 언제나 있을 수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시나리오는 자주 구상되기도 또 시도되기도 한다.

정치권내에서도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현재의 정당구도가 깨질 가능성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집단들은 당연히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정치행위를 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시나리오'는 있을 수 있어도 지금 시기는 정계개편을 실행해 나갈 명분도 없고 조건도 안된다는 것이 중평이다. 더욱이, 최근의 발언이 정계개편론까지 증폭되다면 그것이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최고위원의 진의는 무엇일까? 그의 정치적 경륜과 평소의 신중한 정치 스타일로 보아 단순한 말의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면 그 의도는 무엇일까?

지금 시기 한나라당의 전선을 약화 또는 분열시키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한나라당내 주류와 비주류,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이다. 선거법에 걸린 한나라 의원들에게도 '스스로의 신중한 처신'을 유도해내는 효과도 계산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기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치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비난을 유도해내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이번 투쟁을 '이회창만을 위한 투쟁'으로 몰아 가는 것이다. 이회창의 투쟁노선에 반대하는 세력도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내분'이 있으며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고 의도적으로 강조함으로서 이런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런 점을 파악하고 서울역 집회에 비주류의 수장인 김덕룡 의원을 내세워 당 의 단합을 과시하는 한편 나아가 이를 '야당분열 음모'로 확대함으로서 역으로 당의 단결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그리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거법수사 등을 둘러싸고 같은 이유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