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대북성과에 등을 돌리고 있나-이총재의 대북정책 공세의 숨은 의도는?

2000-09-15     박혜경 기자

이회창 총재의 대북정책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데, 대북 지원 부담금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의도로 관측되는데...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선 군비통제 후 평화협정', '국민적 동의 후 대북 식량지원', '임정원 국정원장 퇴진' 등 정부의 대북정책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비판하고 나섰다.


굳이 추석 직후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로 한나라당이 추석 민심을 파악한 결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던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의심을 샀고, 여야 대치상황, 의료계 파업, 경기불안 가중 등 국내 정국의 불안감 속에서 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성과가 빛을 잃고 있음을 간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박재규 장관의 북한 식량 지원 100톤 필요성 제기, 국회 예산정책국의 경의선 등 4개 남북철도 연결에 3조 가량 예산소요 및 남북 운송망 연계와 통합성 확보에 27조 가량 예산소요 등의 발표가 이회창 총재의 기자간담회와 동시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북 지원 부담금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회창 총재는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함으로써 국민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부담으로 느끼는 대북 지원 부담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관계 사업의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문제제기가 어느 정도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정부여당도 이를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의 이런 행보도 대북관계에 대한 일관성 있는 비전의 제시와 더불어 민생문제에 대한 성의 있고 섬세한 접근이 병행되지 않으면 반드시 득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당에 대한 실망이 야당(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자칫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실망이 강경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회창 총재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20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