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집회 이후에 새로운 진로모색

2000-09-20     박혜경 기자

한나라당은 특검제, 날치기 사과 등 구체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나 경제위기 상황과 여권의 적극적인 정국전환 노력 등으로 장외투쟁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

민주당이 국회정상화를 위해 '여야 중진회의'를 제의하고, 박지원 장관이 사퇴하는 등 다방면으로 정국수습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전혀 대여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은 상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대화 제의를 외면한 체 일단 21일 부산집회, 28일 대구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장관의 사퇴에 대해서도 권철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박장관을 구속·수사하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산집회의 결과와 그 이후 민심동향을 보고 향후 진로를 결정한다는 분위기. 현실적으로는 정기국회 개회 이후 한달 가까이 국회를 비워놓고 있는 가운데, 유가급등, 주가폭락 등 경제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등원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무조건 등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는 특검제, 날치기 사과 등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격 등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8년에도 부산집회 이후 전격 등원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당내외에서는 등원과 관련하여 이 총재의 언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처럼 비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를 하지 않는 분위기.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조사일정, 조사방법, 증거제출, 증인채택 등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면서 김을 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 말 한마디 듣고 덥썩 국회 들어갔다가는 덜미 잡힐 우려가 있다는 불신감이 강하게 깔려 있다.

더불어 사직동팀을 방문한 한나라당「권력형비리조사위원회」위원들과 사직동팀 직원과의 충돌 사건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대해서는 정국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적 공세라고 판단하고 거세게 맞받아 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가 위원회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상태고, 차제에 사직동팀 해체를 요구하여 이슈화할 가능성도 보인다.

경제위기 조짐에 따른 정치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최고조에 달해있고, 박장관 사퇴 이후 여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국수습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많아짐에 따라 한나라당도 더 이상 장외투쟁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부산집회 후 여론추이와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전후해 여야의 탐색전이 긴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정치부재의 책임이 야당에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화모색 노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