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위상, 큰 변화없다
2000-09-21 박혜경 기자
동교동계 위상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동교동계의 당내 지분과 역할이 약화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예상처럼 박 장관 사퇴나 당직개편으로 인해 동교동계의 당내 지분과 역할이 약화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당내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에대해 동교동계 내부에서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음모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 정권의 핵심 실세인 동교동계를 공격해 상처를 입히는 한편, 내부 분열을 부추겨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하는 정권재창출을 막으려는 것이 음모의 실체라는 것. 최근 초선의원들의 행동에 대한 동교동계의 반응, 즉 '정치의 생리를 잘 모르는 철없는 짓', '적전분열'이라는 격앙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교동계가 직면한 고민은 오히려 다른 데에 있다. 지난해 옷 로비 사건을 계기로 '정권과의 운명을 함께할 세력의 전면 등용론'을 펼쳤던 동교동계가 과감한 이선후퇴를 결행할 시점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바로 그 고민의 대목이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민심을 감안하자니 부분적 이선후퇴가 불가피하고, 이선후퇴를 결행하자니 정국주도권을 야당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벌써부터 당내 레임덕을 조장하고 있는 일부 초재선 의원들에 대한 통제력 약화도 간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8. 30 전당대회 직후 당직 개편 전망에도 불구하고 당 3역이 유임된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대안부재론'이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 내부에서도 당직개편을 대비한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권노갑·한화갑 두 최고위원간의 화해와 역할 강화를 통해 당내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 지난 최고위원 경선 과정을 통해 조성된 양갑(甲)간의 감정적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당분간은 양갑 갈등이 표면화될 시기가 아니라는 상황인식이 그 토대를 이룬다. 임기말이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당의 중심은 동교동계가 맡을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이 근저에 깔려있음도 물론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권노갑 최고위원의 행보와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것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대목이다. 그 동안 당내 대리자를 통해 당 운영에 관여하던 권 최고위원이 음지에서의 역할을 탈피하고 당내 조정자로서의 적극적인 역할 창출에 나설때, 야당과 국민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또 그의 역할과 영향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