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 정치권 배후는 '엄호성'의원
2000-09-22 박혜경 기자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자신이 이운영씨를 간접 접촉해온 것으로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그 내용과 민주당 반응, 엄의원의 프로필을 싣는다.
엄의원은 "이씨측 인사가 한나라당 중진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 중진이 자신을 이씨측에 소개했으며 이씨와 직접 만나지 않고 변호사를 통해 수시로 접촉해 왔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국정원 2,3급 출신의 모임인 국사모의 변호인으로 활동해 왔고 그 멤버 중의 하나인 전직 국정원 간부 S씨(이씨의 대학동문인 '송영인'씨를 말함)가 이운영씨를 돌보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씨가 구속되면 공식적으로 변호인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이씨측으로부터 많은 자료를 넘겨받았지만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도에 대해 민주당은 박병석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이운영씨 사건은 '외압'이 아닌 한나라당의 '정치공작'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이 사건은 국법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 한나라당은 추악한 정치 공작의 전모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으로 엄의원이 스스로 이운영씨의 배후임을 밝힌 이유에 대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형근씨와의 친분관계를 볼 때 이번 사건의 불똥이 정형근 의원으로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직접 나선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이를 쟁점으로 만들고 여당의 공세를 유도하여 야당내의 '타협'기류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정치적 고려까지 깔려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엄의원은 기자에게"(자신이 정권 교체 후 공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여당이 자신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먼저 공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은 엄호성 의원의 간단한 프로필이다.
엄호성(嚴虎聲)
1955년 경남진해 생
現 부산 사하甲 국회의원,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법고시·행정고시 양과에 합격한 뒤 경찰에 투신했다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경남고 출신으로 YS정권 시절 경찰청 수사2과장, 특수수사 과장으로 2년 8개월 동안 재직했고 서울 중부경찰서장을 지내는 등 '잘 나가는' 경찰 간부였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한직인 경찰청 지능과 과장으로 밀려나자 자진해서 옷을 벗었다.
DJ정권 출범 직후 황활웅 부산지방경찰청장과 함께 경찰 내 물먹은 PK인사 중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목되기도 했다. 경찰에 몸담고 있을 때도 주변에서 언젠가는 정치할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와 정계입문이 그다지 의외는 아니라는 반응이 주류.
오랜 경찰간부 경력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는 평. 변호사 개업 후 별다른 족적은 없으나 98년 세칭 '총풍' '세풍' 사건이 터지자 변호인으로 활동, 이회창 총재 보호에 적극 나섰고 이로 인해 이총재와도 가까워졌다.
이 공로로 이총재 인맥심기 차원에서 공천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정형근 의원이 검찰에 자진 출두할 때도 변호인으로 함께 동행하는 등 당 차원의 민감한 사건 변호에 적극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찰 재직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종교는 불교, 성악과 웅변에 일가견이 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