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도 급락 파문
2000-09-25 박혜경 기자
대통령 지지도 한달새 30%대로 추락--- ‘조기 레임덕 현상의 전조’, ‘겹치기 악재에 따른 일시적 하락’ 맞서...최근 대통령 지지도 급락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고조돼 주목된다. 최근 모일간지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와 비교해 무려 30%이상 하락하여 38.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옷로비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 해 9월 이후 최악의 지지도라는 것.
특히 지난 달 대통령 취임 2주년 반 평가 때 여러 언론에서 발표한 대통령 지지도는 대체로 60~70%대였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지지도 하락은 최근 한달 새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역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최근 20~30 안팎으로 지지도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대통령 지지도 하락은 야당의 텃밭인 영남권만이 아닌 수도권과 호남권까지 포함하는 전국적 현상으로 나타나, 특정 이슈에 따른 여론악화가 아닌 대통령 통치력에 대한 전반적 약화라는 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정치 구도의 뿌리가 깊은 우리 정치에서 대체로 짧은 시일 내에 대통령 지지율이 20%폭 이상 지지도가 변동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이 같은 지지도 급락의 의미를 놓고서 ‘조기 레임덕 현상의 전조’로 해석하는 측과 최근 ‘겹치기 악재에 따른 일시적 하락’이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레임덕 현상의 전조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같은 단기간내 급격한 지지도 하락은 지난 97년 1월 노동법 파동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도에서 나타난 이후로 예가 별로 없으며, 주지하다시피 YS정권은 97년 지지도 폭락시점 이후 사실상의 레임덕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이후 최초로 여야의 지지도 반전이 나타난 것 역시 그 당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근 거듭되는 정치대립과 장기화 되고 있는 의약분업, 경제위기설의 확산 등으로 김대중 대통령 및 여당의 국가운영 능력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으므로 향후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 시킬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단기간 내 급격한 지지도 하락은 수치 상의 효과를 넘어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여론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어, 그 동안 잠재되었던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급속히 표출됨으로써 추가파급 효과를 낳아 궁극적으로 레임덕 현상을 촉발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여론전문가들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최근의 지지도 하락은 의약분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불만 누적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유가상승 및 대우자동차 매각 실패에 따른 증시폭락이 이른바 ‘불만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일시적 급락현상’이며,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최근의 국민불만이 단지 정부 및 여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며,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두 번째 이유로 제기하고 있다.
즉 야당의 장외투쟁에 따른 국회공전으로 각종 개혁법안 통과가 지연됨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될 경우, 오히려 향후 야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즉 이번 지지도 하락은 민생과 관련된 단기 불만고조 현상으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부정여론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이회창 총재의 현재 지지도는 20% 정도로 총선 직후 보다 떨어졌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레임덕 전조라는 주장을 일축하는 전문가들은 환란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성공시킨 바 있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아직은 탄탄한 편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최근 여러 정치, 사회 상황이 향후 해결되거나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지지도는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쪽 의견이 맞던 현재의 상황이 향후 김대중 정부의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여론이 김대통령 및 여권에 매우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만큼 향후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매우 부정적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여론추이를 고려해 볼 때, 사안별, 입장별로 불만을 표출하던 일반 국민의 정서가 정권의 ‘오만과 자기도취’에 대한 반발로 확대될 경우 실제 ‘민심이반에 의한 레임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