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사퇴요구에 직면한 ,양성철 주미대사

2000-09-25     박혜경 기자

계속되는 발언 파문은 단순한 실수인가? 자질 부족인가? 그의 발언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들어 본다.

요즘 정가에는 말실수로 곤혹을 치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윤철상, 엄호성의원이 말실수로 정국경색의 단초를 제공하였고 그것이 과연 실수인가, 진실인가 여부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여야의 공방거리가 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양성철 주미대사가 연거푸 중대한 말실수(?)를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개정협상'은 한강 독극물사건, 노근리 학살사건, 매향리 사격훈련장 사건 등으로 국민들이 미군에 대한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 미군관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일보전진한 협상테이블이었다.

그러나 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의 주권을 대표하는 주미대사였다. 그가 스스로 실수(?)라고 둘러댄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 21일 코리아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SOFA에 환경, 노동, 검역 등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문서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SOFA가 방위조약의 하위법으로 만들어진 협정이라는 점에서 하위법에서 포함되지도 않는 조항이 어떻게 상위법에 포함될 수 있느냐"며 이는 "기본적으로 SOFA 개정에 환경, 노동, 검역등에 관한 조항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이는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하고 양성철주미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그는 미군당사자들의 증언, 미8군 사령부 등의 명령서, AP통신등에서 이미 '학살 사실'이 밝혀진 노근리 사건에 대해서는 '우발적 사건'이라고 하였다. "(미군 지휘관이 피란민에 대해 사살을 명령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며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면서 희생자의 보상을 포함한 법적인 접근법을 하면 상황이 복잡해지니 상호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방안을 찾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상부의 명령을 받고 노근리에서 피란민을 학살했다는 미군들의 증언이 확보된 상태에서 '우발적 사건'운운한 것은 사건을 축소, 왜곡하려는 미국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대주의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강력 항의하였다. 외교부도 양대사의 발언은 외교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발언실수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거꾸로 미정부의 감정적 반발을 산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미국은 고위급 인사를 파북,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협상을 할 계획이 있다"고 미 국무부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여 문제가 되었고 특정국 대사가 제3국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였다. 또 "김대중정부의 출범으로 아시아에서도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증명되었다"는 클린턴이 하지도 않는 말을 지어내어 전달하여 미국무부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국익을 저해하고 나아가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한 양성철 주미대사에 대해 시민단체 뿐 아니라 각 언론들은 일제히 "외교관 자질부재와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각 주요 일간지의 사설제목만 보더라도, "양성철 주미대사 외교관 자질있나"(중앙사설 9.24), "양성철 주미대사 문책해야"(한겨레사설 9.25), "양대사 '말' 적절치 않다(조선사설 9.23), "주미대사의 경솔한 발언"(한국사설, 9.23) 등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양성철 주미대사 그는 누구인가?

콧수염의원으로 알려진 그는 96년 15대총선때 국민회의 영입케이스로 전남 구례,곡성에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 98년에는 6.4 지방선거관련 공천비리로 검찰조사까지 받았었다. 이 사건은 혐의 없는 것으로 수사가 종결되었으나 이번 16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 후 지난 5월 주미대사로 물망에 오르던 한승주, 홍순영, 민주당 조순승 의원을 제치고 '미국내 지인이 많고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 전도사 역을 수행한 점을 높이사' 주미대사로 발탁되었다.

이 인사에 대해 각 언론들은 "뜻밖 인물"기용이라며 그의 인사를 낙하산인사로 보도하였었고, 한나라당은 양대사가 "미국 국적을 소유하고 자녀 모두 현재 미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는 외무공무원법상 어긋난다"며 임명철회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의 발언파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그의 정치, 외교철학과 자질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뿐만아니라 이번 파문으로로 민주당 16대총선 낙천자들의 모임인 '일오회'멤버들이 현재 공기업에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문제가 되고 있다.

양성철대사의 파문과 함께 불거져 나오는 인사문제가 김대통령의 인사정책의 또 다른 실패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