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2선으로 후퇴하나?

2000-09-26     박혜경 기자

민주당 당직개편론이 다시 부상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을 전후해 당쇄신 차원에서 일부 당직개편이 점쳐지는데

민주당의 당직개편론이 다시 부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아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초읽기에 들어간 정국 정상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여야영수회담'를 전격 제기했고, 이에 김대중 대통령은 "당이 요청하면 '여야영수회담'에 응하겠다"고 말해 여야간 타협이 본격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그동안의 물밑 접촉과 언론을 통한 간접 교감을 통해서 타협안에 대해서도 일정한 교감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영훈 대표의 '국회파행에 대해 대국민 유감표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내에 미진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이미 여야 영수회담 성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에서 크게 문제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 영수회담을 한나라당은 28일 안에 즉각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선 중진회담 후 영수회담'을 주장하고 있어 영수회담 절차와 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이 서로 국회정상화를 위한 모양 갖추기라는 측면이 강하고, 이미 타협점이 공개되 있기 때문에 영수회담 성사가 오래 지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진회담이든 다른 여야실무회담이든 형식적인 측면이 여야타협이라는 물줄기를 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여야 대타협을 통한 국회 정상화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 당직 개편론 다시 떠올라

이렇게 여야 총재들이 만나 파행정국을 풀고 국회가 정상화된다 해도 민주당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미 지도부 교체론이 소장파로부터 제기됐고, 국회파행에 대한 여당지도부 책임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당 당직개편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동교동계가 정국을 강경 일변도로 운영해왔고, 실수와 무리수의 반복으로 정국이 더욱 꼬여 왔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가 대통령의 귀를 막고, 파행정국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오로지 강경노선만으로 일관해 왔다면서 지도부 교체론을 제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외부에서도 "대통령이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국수습에 실기한 측면도 있는데, 동교동계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는 현 정국불안에 대한 동교동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공식적으로 여권의 당직교체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은 여야간 대화 중단을 동교동계 책임으로 돌리기도 한다.

한나라당이 여야 영수회담을 기회로 껄끄러운 여야관계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동교동계를 2선으로 후퇴시키는 당직개편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도 여권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내부에는 대안부재에 따른 현 체제 유지론과 당쇄신 필요성에 따른 지도부 교체론 등 두 견해로 나뉘고 있다.

동교동계 이외에 대안은 있는가?

현 지도부 유지론은 김대중 대통령이 '현 파행정국의 근본적 원인은 야당의 당파적인 대선전략 추진이라는 측면에 있지 동교동계가 크게 잘못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동교동계를 대신할 인물도 없고,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충성심이 강한 동교동계가 당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때문에 당직개편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반면, 지도부 교체론은 소장파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지도부 사퇴론이 당내외에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야 영수회담을 계기로 당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입장에서도 동교동계를 대신할 인물이 선뜻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교체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두 입장 모두 동교동계를 2선으로 후퇴시키고 새롭게 지도부를 선출할 대체 세력이나 인물이 없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 교체라는 가시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당내 언로의 차단에 대한 소장파나 비동교동계의 불만이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일부 지도부 교체로 당쇄신 노력을 보여줄 것

구체적인 방향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내외적 비판과 국회정상화에 따른 당 분위기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여야 영수회담 전후에 일부 당직개편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당의 중심은 여전히 동교동계가 이끌고 가되, 일부 동교동계 당직자를 교체함으로써 외형적으로라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주된 교체 대상자로 3-4명의 당직자가 민주당 내부에 거론되고 있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동교동계 핵심으로 강경노선을 전면에서 주도했던 책임이, 정균환 원내총무는 국회법 추진 과정에서 미숙한 처리능력으로 의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는 점이 교체대상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정총무의 경우 스스로 사임을 하게되면 의원들에 의한 총무 재선거 과정을 거쳐야한다.

더불어 이해찬 정책위의장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의장 자신도 스스로 거취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박병석 의원이 맡고 있는 대변인직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