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민주화 운동인가? - 민주화운동 보상법관련 논란
2000-09-27 박혜경 기자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 시행령을 확정하면서 그 대상자 범위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좌측 사진은 87년 6월 항쟁-① 서울명동에서 학생들과 시민 2천여명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1차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금 신청공고가 지난 2000년 8월 10일 공고된 이래 25일까지 2천70명이 신청한 것으로 민주화보상심위원회 지원단장 김광진씨는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내년말까지 3차에 걸쳐 신청접수를 받을 예정이며 이번 1차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금 신청은 8월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민주화운동 보상심위위원회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고 현황을 밝혔다.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민주화운동보상법 시행령에 따라 박정희 정부의 3선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1969년 8월 7일 이후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망·부상·퇴직 등 희생된 사람들은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그 대상자 선정과정에서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다.우선 그 대상자 선정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민주화 운동'에 대해 폭넓게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국가권력에 항거한 경우'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이 학교, 언론, 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또는 고용주가 행한 폭력 등에 저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치에 항거한 사례까지 포함했다. 말하자면 '국가 대 개인' 관계뿐 아니라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개인(사용자 또는 고용주) 대 개인'의 관계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점이 모법인 민주화운동보상법의 '항거'라는 표현을 광의로 해석한 부분이다.
즉,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 또는 해직당했거나 장애를 입는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의 압력을 받은 사용자나 학교당국 등에 의해 간접 피해를 본 사람들까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봐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이번 해석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보상 대상은 국가권력에 항거한 경우 외에도 국가권력이 학교, 언론, 노동 등 사회 각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숨진 사람을 비롯해 부상자, 질병 사망자, 유죄 판결자, 학사 징계자, 해직 등을 포함해 대상자수가 1만7000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및 민주화 운동 관련단체는 대상자수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교조운동 관련자와 노동자운동 관련자, 그리고 1980년 계엄당국에 의해 강제 해직된 언론인들이 포함될 경우 그 수는 수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준을 완화할 경우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80년대 후반의 전교조 활동과 노사분규사태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단비리와 관련한 학내분규로 해지된 교수나 단순한 노사갈등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를 대상자에 포함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광진 지원단장은 이에 대해 80년대 노동운동을 하다 직장을 잃은 해직자는 보상대상으로 신청가능하나 '학생운동하다 투옥되어 과거 전력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경우, 명예회복은 가능하지만 피해보상은 불가'하다고 말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비쳤다.
민주화 운동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서도 어느 범위까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5·18광주 민주화운동 등 명백한 민주화운동 이외에 '간접적인 항거'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1969년 3선 개헌 이후 유신 철권통치시기에 가장 두드러졌던 민청학련사건 등 유신헌법 반대 및 긴급조치 철폐 투쟁을 꼽을 수 있다.
80년대 신군부 등장 이후 강제 해직된 언론인이나 교수는 해당자의 근무태도나 품행 등 엉뚱한 트집을 잡아 '노사간 문제' '교내문제'로 처리됐지만 이들 역시 민주화운동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유신통치 종말의 서곡이 됐던 'YH농성사건'의 여공들, '청계피복노조' 등의 노동운동가들도 민주화운동 인사로 평가받을 것이다.
5·6공 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학생운동권 출신도 해당된다. 86년의 건국대농성사태를 비롯해 87년 직선제 개헌 투쟁으로 제적됐거나 투옥됐던 사람들이 학생운동 희생자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양심선언'이라는 독자행동으로 권력 저항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90년 감사원의 재벌감사 중단을 고발한 뒤 구속 및 해직을 당했던 이문옥 전 감사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기록 카드'를 폭로한 뒤 군무이탈죄로 구속됐던 윤석양 이병 등이 모두 법 적용 대상자이다.

민주화운동보상심위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대상자는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다.
사례 1, 민주화 시위도중 시위진압용 사과탄에 맞아 실명한 경우는 국가배상 등 타법에 의해 보상을 받았을 경우는 불가
사례 2, 5.18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다 피해를 입었을 경우는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법에 의거 보상을 받은 경우 보상금 신청은 불가하나 명예회복신청은 가능
사례3, 농민회 회원들이 민주화운동을 하다 구류, 집행유예,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경우 명예회복 및 보상신청 여부는 개별사건인 경우는 민주화운동관련여부는 관련자 및 유족여부분과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보상금 지급대상자가 아니므로 명예회복신청서만 접수
사례4, 해외 거주자 신청시는 가급적 국내거주 대리인을 선정하여 신청하고, 국외출장조사가 되지 않으므로 본인 또는 대리인이 출석하여 조사하거나, 본인확인이 될 경우 서면(팩스, 이멜) 조사방법을 병행한다고 게시하고 있다.
jchong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