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당·단체대표 초청. 남북연석회의 성사 가능성?

2000-10-02     박혜경 기자

한나라,자민련 즉각 거부, 민주당 신중.

사회단체만의 연석회의가 될 수도.북한이 지난 29일 평양에서 '정부·정당·시민단체 대표합동회의'를 열고 이 '합동회의'명의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55주년행사에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남한의 정당.단체대표들을 초청하기로하고 편지를 보내기로해 이에 대한 여야, 각 사회단체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관심의 초첨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이에 응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우선은 당 창건 기념행사에의 초청이지만 "북과 남의 정당·단체대표들과 각계 인사들이 쌍무적 또는 다무적 접촉을 가지고 6.15공동선언 정신에 맞게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실천적 방도를 함께 모색하자"고 이유를 밝힘으로서 만일 남한측이 응하게 되면 북측이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던 '남북 정당·단체대표
연석회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현재까지 각 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어져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권철현 대변인은 "북의 초청에 응할 수 없다"고 즉각 거부의사를 밝히고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도 "지금은 정당대표를 축하 사절로 보낼 시점이 아니다"라고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북한의 편지를 정식으로 봐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초청사실은 <중앙방송> 과 <평양방송>의 보도에 의한 것으로 아직 공식적인 제의가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단은 거부의사를 밝힌 한나라, 자민련도 공식적인 제의 이후에 그 내용에 따라 최종결정되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정당단체 연석회담에 대한 오랜 부정적 인식, 그리고 그 초청행사가 노동당 창건 기념 행사라는 점 등이 근본적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라는 것 자체가 이미 역사적인 논란거리다. 남북의 정당사회단체간의 회담은 1948년 김구선생이 '전조선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후 남한에서는 이는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 전선 전술로 주로 인식되어 왔다.

더욱이 유일 사상이 지배하는 북한에서 다른 정당과 사회 단체는 노동당의 '들러리'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이후 남북관계의 대변혁 속에서 제안되었기 때문에 이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초청의 계기가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라는 것. 이미 조선일보는 '노동당 잔치에 남대표오라'고 기사 제목을 뽑아 쐐기를 박고 나섰다.

여기에 최근의 냉전중인 여야관계도 그 실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등원론과 투쟁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 총재에게 북측의 제의는 민주당과 대북노선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호재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미 지난 8월 북측의 초청제의를 거절한 바 있는 이총재가 '그 보다도 더 빛날 일이 없는'이번 초청에 응할 가능성은 그래서 극히 낮아 보인다. 이미 권철현 대변인은 "북한은 남한의 제1당인 한나라당도 재야단체 등 다른 사회단체와 거의 동일하게 취급하고 북한이 이를 거느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해 이런 인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선택 폭은 매우 좁아 보인다. 단독으로 갈 수도 없고 타당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설득하려는 과정에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정당을 뺀' 남북 사회단체 연석회의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