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구이후...

2000-10-02     박혜경 기자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주목받는 박부총재, 그 정치적 가능성에 대한 두개의 평가.

한나라당의 박근혜 부총재는 한나라당이 심혈을 기울인 부산장외집회와 대구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산집회는 그렇다치고 자신의 텃밭인 대구집회까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불참 이유는 등원론을 주장해온 그간의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집회까지 불참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 참모들과 여러 차례 숙의를 했고, 대구집회 전날에는 대구경북 기자들과 오찬을 하며 의견을 듣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하고난 뒤에는 본인은 물론 참모들까지 휴대폰을 모두 꺼버려 언론과의 접촉을 봉쇄해버렸다.

그러나 대구집회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 때문에 박 부총재에게 정치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쨋든 텃밭의 민심은 한나라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해 주었고, 그 집회를 박 부총재는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부총재가 대구경북의 여론 주도층 이야기만 주로 듣고 바닥의 민심은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박 부총재와 한나라당 주류 사이에는 또 한번 설전이 붙었다. 주류측에서는 박 부총재가 '대권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고, 박 부총재는 주류측이 '대권병'에 걸려있다고 거꾸로 반격했다.

주류측에서는 오래 전부터 박 부총재의 행보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아왔다. 대권 꿈이 있다거나 대선 막판에 이른바 '제2의 이인제'가 될 지도 모른다는 등의 노골적인 경계의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주류측 시각의 사실 여하는 차치하고 박 부총재 스스로는 자신의 행보를 한나라당 내에 묶어 두지 않고 비교적 폭넓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허주도 만나고, 상도동으로 YS를 찾아갈 의사도 피력했다. 두 사람 다 한나라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영남후보론'의 발원지다.

박 부총재의 정치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그의 정치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그 한 편이다. 실제로 박 부총재는 전국적인 인지도에다 폭넓은지지 계층을 지닌 대중 정치인이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중 동원력이 가장 뛰어난 몇 안되는 재원이다.

사람들이 악수하면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DJ 이후에는 박 부총재가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고, 선거 때 이회창 총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연사가 박근혜 부총재다.

반대편의 평가는 박 부총재의 정치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친의 것이라는 것이다. 박 부총재가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선친의 후광을 벗어 던지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선친의 공백을 메꿀 독자적인 상품성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10.26 이후 십 수년간 공석에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기록이 없다는 점, 그 공백기에 그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가 베일에 놓여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다음 대선이 지난 번처럼 박빙의 승부로 갈 경우 박부총재 같은 정치인의 거취와 행보는 선거구도 자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부총재는 본인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한나라당과 정치권 전체로부터 끊임없이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