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막강한 사무총장 중심의 대선체제"로 재편

2000-10-05     박혜경 기자

4일 확정된 '당기구개편'에 대해 당내 반발이 심각하다.일부에서는 '동교동계 강화프로그램'으로 분석하고 있고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기존 당6역체제를 당4역체제로 바꾸고 사무총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당 기구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내의 반발이 심각하고 개편안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란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사안이므로 개편안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선 준비체제

당6역이었던 홍보위원장과 연수원장을 사무총장 밑에 두고 사무부총장제를 없애는 대신 기조위와 조직위, 홍보위, 직능위, 여성위, 청년위, 총무국등 7개기구를 모두 사무총장 산하에 두기로 했다. 기존에 조직과 자금을 관장했던 사무총장 권한이 홍보와 교육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밖에 총재직속으로 국가경영전략연구소를 설치하고 예산재정위원회를 신설하여 당비모금 활동 등 당 재정대책을 담당하도록 하였으며, 총장직속으로 법률구조자문단을 신설해 당관련 법률업무에 대처토록 하였다. 한편 기획조정위에 미디어지원단을 홍보위에 사이버홍보지원단을 각각 신설하여 미디어와 인터넷홍보대책을 담당토록 하였다.

또한 당 외곽 청년조직이었던 '새시대 새정치 연합청년회'(聯靑) 가 최고위원회 직속기구로 편입됐고, 여성조직 확대를 겨냥한 '새천년 민주여성연대'가 신설됐다.

이러한 민주당 당직개편의 특성은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선준비체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선거의 핵심업무인 조직,자금,홍보,교육을 사무총장이 직접 관장하게 됨으로서 막강한 권한의 당 실무총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총재직속의 국가경영전략연구소에서 대선전략을 예산재정위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체제이다.

미디어와 인터넷 홍보를 강화한 것도 당장의 홍보 강화의 필요성과 더불어 대선준비의 측면이 강하다. 연청의 당내 조직화와 여성조직의 신설은 선거운동의 핵심적인 대상인 여성과 청년계층에 대해 본격적인 조직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개편안중 '예산재정위'신설에 대해 과거 여당의 재정위원회처럼 기업인,재력가를 위원으로 취촉해 특별당비 형식으로 돈을 거두기 위한 기구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정동채 기조실장은 "당비모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당비모금, 집행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된 민주당 조직구성도◈



사무총장 권한 강화에 대해 당내 반발-동교동계 프로그램?

이번 당 기구 개편을 두고 당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비록 당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도 이 개편안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당직개편에서 최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막강한 사무총장 권한'문제이다.
지난 '금요일의 반란'을 주도했던 소장파들과 최고위원들이 주장하였던 당 개혁의 핵심은 사실상 현재의 당3역 교체였고 그 본질은 동교동계로의 권한 집중에 대한 반대였다. 그러나, 당기구개편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실 이번 개편안은 퇴진론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옥두 사무총장과 산하기구인 기조실'작품'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는 동교동계의 권한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임기후반은 동교동계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사무총장은 당연히 계속 동교동계의 몫이고 그래서 사무총장의 법적 권한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사무총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면 무엇하러 최고위원을 뽑았냐'는 입장이다. 소장파들도 '다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어제 당무회의후 일부 최고위원이 총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로 문제제기를 했고 개편안에 대해 대통령도 매우 화를 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인제최고위원은 "사무총장이 당을 쥐고 흔드는 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반발해왔고 조순형의원은 "사무처 본래기능은 당인사, 조직관장, 부서지원 등으로 당 교육업무와 홍보기능과는 다르다"며 "홍보와 교육담당분야는 독립기구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의원도 "당홍보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홍보위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기능적 발상"이라고 반대했고 임채정의원도 "권한을 집중하기보다 분산할때"라고 하였다.
또 그동안 당무회의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던 한화갑 최고위원측 관계자도 "극소수 인사가 진행한 전형적인 밀실정치"라고 비난했고, 소장파들도 "이제 당무위원들이 더 이상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장성민의원은 "제왕적 사무총장론을 경계하며"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여 "사무총장 중심의 정치운영은 권위주의 정치체제에서 동원정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본식 간사장(사무총장) 중심의 파벌 밀실정치보다는 미국형 원내총무 중심의 의회정치를 위해 사무총장보다는 당대표, 원내총무의 기능으르 강화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의원총회의 공개토론에 붙일 것"을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김옥두총장과 권노갑 최고위원이 가깝고 장성민의원과 한화갑 최고위원이 가깝다는 점을 들어 이번 당직개편이 또다시 "양갑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동교동계를 강화하기 위한 무리한 '당기구 개편'안이 오히려 잠재되었던 반동교동 기류를 다시 수면위로 부상시키고 소장파들이 주장해왔던 (동교동계를 배제하는) '당직개편'을 촉진하게 될 수 도 있다는 전망이다.


[mytime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