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은 열리지만 "상생의 정치"는 아직 먼길
2000-10-06 박혜경 기자
여야 총무회담이 타결되고 영수회담이 9일 열린다. 하지만 총무 합의문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영수회담 의제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정상화될 뿐 원만한 정국운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난해한 합의문, 엇갈린 해석
여당의 단독처리가 사후에 여야합의에 의해 '없었던 일'로 된 것은 전례없는 일로 주목된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문 내용에 대한 해석과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여야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편 자민련은 "뒤통수를 쳤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극력 비난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문에 대한 엇갈린 해석, 자민련의 반발 등 아직도 정치권은 갈길이 멀기만 하다.
한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만남이 될 것
이런 각 당의 입장차이로 인해 오는 9일 있을 여야 영수회담에 거는 기대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커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회담 안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여야 대치국면을 유발시킨 정치적 현안뿐만 아니라 남북문제, 경제위기 극복문제, 의약분업 문제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서로가 유감을 표시하면서 여야 총무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추인하면서 다시 '상생의 정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는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나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상황인식 차이가 너무 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여야 영수회담에서 논의될 각 국정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경제문제 관련
김 대통령은 "경제위기가 정치권의 무책임으로 더욱 고조됐다"는 기본인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시급한 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4대개혁 완료를 위해 관련입법을 조기에 처리해 줄 것을 주문하고, 앞으로 개혁기조를 유지할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 줄 것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 남북문제 관련
이 총재가 정부의 대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는데,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 문제제기를 할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대북관계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한나라당의 협조를 적극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대북사업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면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평소 주장했던 대로 '속도조절과 상호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특히 식량차관에 대해서는 국회동의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부에서는 국군포로문제와 납북자 송환문제의 해결과 임동원 국정원장의 자격 문제도 짚고 넘아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의약분업 관련
김 대통령은 의약분업이 이미 정치권과 의료계, 시민단체들이 합의한 사안임을 강조한 뒤 조속한 의약분업 실현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정부의 준비부족을 들어 "의약분업을 당위만을 가지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을 예정이다.
○ 기타
추가경정예산, 2001년도 예산, 공적자금 투여, 민생현안 등 정부 추진 현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경남종금에 대한 검찰수사의 문제점과 16대 총선 수사의 편파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전쟁터가 국회로 바뀌는 것일 뿐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국회 정상화에 대해서만 서로 합의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여타 국정현안 및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회 등원을 위한 만남일 뿐 여야의 초당적 합의에 이르기에는 산적한 문제가 쌓여 있다. 여야의 타협과 합의에 의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의 치열한 싸움은 장외에서 국회 안으로 변했을 뿐이다. 정기국회와 한빛은행 불법대출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선거실사 개입 의혹 국정감사 등 일련이 국회일정을 통해 야당의 공격과 여당의 방어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kimys67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