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한 대화, 협의의 제도화, 현격한 시각차, 그리고 '대국민사과'는 없다.
2000-10-10 박혜경 기자
여야 영수회담에 국민들은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총재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커다란 시각차를 극복하면서 어떻게 '상생의 정치'를 이루어 갈지가 문제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문제, 남북문제, 의약분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이회창 총재가 공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반면, 김대중 대통령이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두 영수는 이견은 이견대로 두고 민생현안에 대해 우선 협조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두 영수는 여야가 화해와 타협의 정신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의 정치를 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합의내용은 물론 대화내용에도 형식적으로라도 국민에게 사죄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두 총재가 최근의 정국파행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도 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대화정치의 복원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부총재, 김덕룡 의원, 손학규 의원 등 한나라당 비주류 의원들도 영수회담 결과에 환영하면서 대화를 통해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영수회담에서 남북문제 추진방법, 경제난 원인과 세부대책, 한빛은행 사건 및 자민련에 대한 원내교섭단체 문제 등은 서로의 입장차이를 재확인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빛은행 사건 및 국회법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크게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경제문제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야당이 벼르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그 인식의 차이가 현격했고 서로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발표문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총재가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심스럽고 주의 깊게 해야한다"고 지적했고 ,김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힌 반면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총재가 " 대통령이 경제의 어려움을 오판했고 ,구조조정이 실패 했으며 , 경제정책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고 지적하자 김대통령이 "경제위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서로 다른 발표를 했다.
두 정상의 입장 차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큰 틀에서 영수회담을 통해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가 대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영수회담에서 얻은 큰 성과라면, 이후 여야가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고 시각의 차이를 좁히고 인내심 있게 협의해나가야 할 더 크고 힘든 과제가 남아 있다.
kimys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