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후보 조기가시화' 부정적
2000-10-14 박혜경 기자
여권의 최고위원과 일부 대권 예비주자에게 고려대 임혁백교수의 '대권후보 조기가시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모두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월경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못박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조기가시화론'이 갖는 조기 레임덕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김중권 최고위원 측근은 "한국의 정치현실에서는 대권후보에게 힘이 쏠리기 마련이다"며 대권후보 조기가시화는 조기 레임덕으로 나타나고,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인위적인 대권후보 가시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는데, 김중권 최고위원 측근은 "이미 여권에는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분명히 있고, 이 인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국민들에게 검증 받아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도력과 국가 비전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예비주자들이 검증되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대권후보는 가시화 될 것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방법이 국민정사나 순리에도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임혁백교수의 말은 '대권후보 조기가시화'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대권 예비주자들에게 역할을 맡겨 국가경영능력에 대한 실무적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후보는 2002년 경선에서 결정되지만 그 전에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내에서 확실한 예비주자가 눈에 띠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대통령의 낙점을 받기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또 당내 세력판도에 따른 줄서기 경쟁이 시작된다면 여당 내부의 갈등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때는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과 같은 후보 분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예비주자들이 적극적이고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집권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지도력을 검증 받아 여권의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는 "최고위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역량도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당내에서도 대권 예비주자들의 활동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권 예비주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낙점을 받기 위한 노력에만 치중한다거나 당내 세력확보에만 매몰된다면, 지난 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에서 나타났듯이 여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화갑, 정동영, 박상천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후보 조기가시화'에 대한 질문에 답을 회피했는데, 강연정치를 펴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답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측근을 통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현재는 장관직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