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의 화두는 '개헌'이다.

2000-10-18     박혜경 기자

민주당 김중권 최고위원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검토를 주장했다.올해 제기된 일련의 개헌발언은 내년 정치권 최고의 화두가 '개헌'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중권 최고위원은 17일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좋은 이웃 토론 모임'의 초청 강연에서"현행 5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지역대결 구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 1인장기집권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으므로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제도적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경선에서 3위를 한 최고위원이며 차기 대선 예비주자의 한 사람으로 거론될 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장의 개헌논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내년부터 전개될 개헌 논의의 사전 작업의 측면이 더 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여야 모두 개헌을 문제삼을 국민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어렵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정국을 교란시킬 뿐이라는 것을 여야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개헌주장

그러나 16대 들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일련의 개헌 주장은 2001년의 정치권 최고의 화두가 개헌일 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해 준다.

올해 개헌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이회창 총재다. 총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통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검토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중임제 개헌논의가 가능하려면 그 추진 주체는 김대중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여야간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 후 7월 11일, 16대 국회 첫 정치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민주당 송석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 그리고 한나라당 김덕룡 부총재가 4년 중임제 와 부통령제를 주장했다. 그 직후 인 14일에 이인제 현 민주당 최고위원이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로의 개헌의 필요성을 밝혔다.

지난 6월에서 7월 초에 걸쳐 '시사저널'이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중의 63%가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현행 5년 단임제 헌법조항을 개정해야한다'고 대답했다.

여야를 떠나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5년 단임제의 개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4년중임제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나 이총재 모두가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의 시기가 서로 달라 거의 매년 선거를 치루어 국력이 낭비된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욱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임기 중 총선을 치루고 나면 곧 바로 레임덕이 나타나게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또 단임제는 자칫 '대통령의 무책임성'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통령제에 대한 이해득실의 계산

문제는 4년 중임제에 팩키지로 따라붙는 정.부통령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이득이지만 영남권에서 배타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이총재의 입장에서는 이해득실이 잘 판단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당의 예비주자들과 야당의 중진이나 비주류는 정부통령제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다. 2002년 차기대선에서도 지역구도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리라고 볼 때 모든 예비주자는 다른 지역 출신의 런닝메이트를 갖고 싶어한다.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야당의 경우도 이 제도는 주류, 비주류를 떠나 중진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분석에 기초할 때 내년에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가지 분명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우선은 개헌 논의가 정략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국민과 여론 주도층의 인식과 여야간의 상호 불신이다. 아니 사실 정략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의 개헌의 역사가 거의 예외없이 그래왔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개헌의 다른 쟁점들의 문제이다. 자민련의 '내각제' 주장도 살아 있고 남북관계와 관련된 문제 즉 최근 대통령의 국민투표 발언으로 여야간에 논란이 된 '연방제' 관련 문제 같은 것도 있다.

국민들이 일관되게 현행제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도 무시 할 수 없다. 지난 7월의 코리아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4%가 현행 제도를, 36%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의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51.3%는 현행대로 23.7%가 4년중임, 정부통령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입장에 선 개헌논의는 가능한가?

어차피 진통을 겪어야할 개헌논의라면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며 국익의 입장, 국민의 입장에서 개헌문제를 접근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논의를 제기하고 주도하는 주체가 정치권 내부가 아니라 학계, 시민운동권 등 중립적인 여론 주도층에서부터 만들어져간다면 위에서 언급한 위험요소를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봄직도 하다.

물론 소위 '지식인의 독선' 역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분명한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고 때로는 국민을 설득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 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참여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지혜 또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