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반대, 안티아셈 움직임

2000-10-19     박혜경 기자

ASEM에 반대하는 두가지 움직임이 있다. 하나는 아셈에 비판적으로 개입하자는 입장과 또 다른 하나는 아셈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입장 모두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있는데...

지난 16일 밤 경총회관에 난데없는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20대 2명이 화염병 2개와 페인트병 1개를 던지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아셈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양산음모 경총에 분노하는 청년'이라고 밝힌 이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구조조정을 강요하고 부자들만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아셈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16일 전국사무금융노련 조합원은 여의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민중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며 아셈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아셈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두 부류가 있다.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조직해 아셈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려는 '아셈2000 민간포럼'(공동대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과 아셈을 저지해야 한다며 안티아셈(anti-ASEM)을 강력히 주장하는 '민중생존권쟁취 민중대회위원회(민중대회) 및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국민행동) 등이 그것이다.

'아셈2000 민간포럼'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강화되고 노동자의 삶과 인권, 여성, 환경 분야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아셈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 세계 NGO들이 아셈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다.

18일 건국대에서 열린 '아셈2000 민간포럼' 개막회의에서 단병호 공동대표는 "현재의 세계화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한 세계화이며 이는 전세계 민중들에게 재앙일 뿐"이라며 "노조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의 지점을 발견함으로써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을 무력화시키자"고 강조했다.

'아셈2000 민간포럼'에 참여하는 NGO들은 규모가 다양하고 크다. 이들은 아셈 기간동안 노동, 농민, 경제/무역, 빈곤/개발, 문화, 여성, 인권, 평화, 환경, 미디어, 종교, 자원봉사/시민정신, 청년학생 등 13개 분과별 워크샵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정책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은 19일 저녁에 '민중비전'을 채택해 세계화의 방향과 사회적 지향점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18일 민간포럼 국제조직위원회 위원들과 각 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만나 민간포럼이 요구해온 아셈 내 '시민사회포럼' 설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민중대회'와 '국민행동'은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기본 방향은 '민간포럼'과 같다. 그러나 비판적 개입을 주장하는 '민간포럼'과 아셈 반대는 강하게 주장하는 '민중대회'와 '국민행동'은 IMF, WTO, 아셈 등 소득격차와 계층분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있다. 즉 자본의 세계화가 민중들의 착취 아래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고착화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아셈을 저지하는 액션을 조직하고 있다.

'민간포럼'과 '민중대회' 및 '국민행동'은 20일 2시부터 공동으로 올림픽 공원에서 약 3만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갖고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평화적 행진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민중대회'와 '국민행동'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 행동을 계획하고있다. 19일 숭실대에서 전야제를 갖고 20일 오전에는 강남역 뱅뱅사거리에서 집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평화시위를 기본으로 하지만 정부가 집회를 막는다면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금속연맹과 공공연맹, 대학생, 농민, 노점상 등이 중심주체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총은 아셈에 비판적으로 개입하자는 시민단체 중심의 '민간포럼'과 적극적인 아셈 반대를 주장하는 민중사회단체 중심의 '민중대회'에 참여하고 있어 주목되는데, 시민운동단체와 민중사회단체의 운동노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