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부총재 사의, 이 총재 1인 독재에 대한 반기인가
2000-10-20 박혜경 기자
최병렬 부총재의 '4.13부정선거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직 사퇴 의사가 당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로 해석되고 있다. 여야 모두 당의 민주화가 후퇴하고 '1인 정당화'로 역행하고 있는데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병렬 부총재는 당 총재단회의에서 지난 18일 국회 예결위의 추경안 통과와 재경위의 국감증인 채택이 민주당 의도대로 처리된 것과 관련해 이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창화 총무에게 "무슨 야당이 이러냐"며 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고, 정 총무와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최 부총재는 김기배 사무총장과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에게 2회에 걸쳐 "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곧 이회창 총재를 직접 만나 사의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고 마음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나와 이 총재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당 지도부 노선을 완곡하게 비판했다.
이회창 총재와 김기배 사무총장, 정창화 총무를 중심으로 하는 당 지도부의 일방적 방침에 대한 부총재들의 불만이 오랜 전부터 잠재되어 왔었다. 최 부총재의 '특위 위원장' 사의표명도 당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강행하던 지난 9월 27일 총재단회의에서 김기재 사무총장이 박근혜 부총재의 '등원론'을 비판해 설전을 벌이면서, 박 부총재가 "선출직 부총재를 우습게 안다면 이는 하극상"이라고 당 지도부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었다.
더우기 지난 영수회담에도 불구하고 야당의원들이 선거법위반으로 무더기로 기소되자 당내에서 총재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벌어져 이 총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 총재와 이 총재가 지명한 사무총장이 당론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재단회의에 사무총장이나 원내총무는 배석자로 참석하는 것일 뿐인데도 사무총장이 주도해 나가는 경향도 나타난다.
당원들로부터 선출된 부총재들이 당의 얼굴이고 당론을 결정해야 하지만 거의 이 총재 1인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선출직 부총재단은 유명무실해져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서 '1인 독재정당'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여전히 비민주적인 구 공화당식 정당 운영이 문제다. 총재 1인 중심의 당 운영과 당내 언로의 차단은 정당 민주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정당 민주화 문제는 민주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당 사무총장이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하면서 당내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당내 민주화와 당력 강화에 큰 기대를 모았던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위상도 전당대회 직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소장파들의 당내 민주화 요구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아셈으로 잠복해 있는 상태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다시 폭발할 상황이다.
힘을 앞세운 '죽기살기식' 정치 오로지 차기 대선을 의식한 정치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당내부의 민주화도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