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0만명 시대-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는 어디갔나?

2000-11-06     박혜경 기자

11.3 기업퇴출 조치로 실업자가 최고 10만명이 더 발생하여 내년 2월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된다. IMF경제위기 극복,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를 표방하며 생산적 복지사회를 구현하겠다던 현 정부는 결국 대량실업자만을 양산하고 말았다.IMF체제였던 지난 99년 2월 실업자는 178만명으로 100만명을 넘는 고실업사회였으나 올 4월에는 90만명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100만명 미만의 실업자를 유지해왔다. 가까스로 실업자가 감소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1.3 부실기업 정리 조치로 직접적인 실직 또는 고용감소가 2만 8천여명 발생하고, 하도급업체의 연쇄도산, 거래기업의 피해등 파급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10만명이상의 고용감축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내년 실업자가 다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의 예측이 일치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신규 대졸자가 양산되는 내년 2월에는 실업률 4.7%, 실업자는 103만명 가량될 것으로 예측하였고, 통계청 발표는 연말 실업자수가 9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동원경제연구소에서는 연말 실업률이 지금보다 1%포인트 상승한 4.6-4.7%로 실업자수가 100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하였다.

종업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건설업계의 퇴출과 다음주에 있을 6개은행권의 추가감원으로 대량실업사태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현대건설과 쌍용양회가 퇴출결정이 되면 실업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5,681명, 동아건설 3,921명, 우방 1,054명을 비롯하여 현대건설 7,300명, 쌍용양회 1,800명과 삼성상용차 1,300여명을 비롯하여 한빛, 조흥, 외환은행등 6개은행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이하인 은행을 중심으로 3,000명이상의 추가감원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에 의하면 97년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IMF 실직자가 정부통계에 의하면 실업률 3-4%, 100여만명이지만 불완전 취업자까지하면 현재 2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10만여명의 대량실업자가 발생한다면 IMF때보다 더 큰 실업대란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IMF이후 국내 실업자가 경제활동능력이 없는 노약자층이 아니라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층이어야 할 청년층이라는 것이 현재 우리의 실업의 특징이다.

얼마전 국내 청년층 취업률이 OECD평균 이하라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실질적인 청년 실업정도를 가늠할 수 잇는 '비학생의 취업률'의 경우 20-24세 한국청년이 24.6%인데 반해 OECD 국가는 46.3%이고 25-29세는 한국이 62.8%인데 비해 OECD 국가가 68.1% 였다.

이러한 청년층의 고실업상황에 더하여 청년실업을 더욱 양산하게 되는 지금의 실업사태로 우리사회는 실업이라는 일반적 문제뿐만이아니라, 한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경제활동층이 무너지는 청년실업이라는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동시에 떠안게 되는 것이다.

실업대책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생산적 복지정책

졸지에 당하는 이러한 대량실업의 사회적, 경제적 충격뿐만아니라 이들 실업자에 대한 변변한 실업대책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실업문제이다.

그동안 현 정부는 생산적 복지정책을 실현하겠다며 고용보험, 실업수당, 국민기초생활보장등의 복지제도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실업수당은 적용대상이 30만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수당일수도 180일에 불과하고 절차도 까다롭기 이를데 없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지금의 실업자들과 같은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생활능력이 거의 전무한 극빈곤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퇴출, 대량실직, 경제난등으로 걷히는 세금이 대폭 줄어들어 그나마 있는 실업예산이 올해 1조 6,000억원의 37.5%에 불과한 6,000여억원으로 줄어들었고, 고용안정사업예산도 3,066억원으로 올해 3,663억원 보다 적게 책정되었다.

삼성상용차 임직원들은 퇴출발표가 있었던 11월 3일 트럭 7대에 방화하며 퇴출기업 발표에 거세게 항의하였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모든 부담을 근로자에게만 떠넘기는 정부의 퇴출조치에 항의'하고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12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실업자에게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이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고, 경제위기를 결국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정부의 퇴출방침에는 그대로 따를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거센 항의에도 정부는 이렇다할 실업대책 하나 내놓고 있지 못하고 그저 잘 될 것이라고만 한다.
대통령은 퇴출발표 직후인 지난 4일 민주당 김영배, 조세형 상임고문등 민주당 고문 22명과 청와대 오찬에서 "국민들이 경제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내년봄부터는 좋아질 것"이라고 하였다.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우리경제는 좋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6개월 뒤인 내년 봄이 아니라 지금 하루하루가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정책을 주장했던 국민의 정부가 해낸 것이 결국 100만 실업자를 만든 일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국민의 정부의 일관된 정책인 생산적 복지정책이 단지 사후약방문식의 '복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위기 대책'으로 자리잡아야 할 때이다.

[박혜경기자/ew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