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여야격돌 쟁점
2000-11-14 박혜경 기자
13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 모두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한 반면, 원인과 해법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여당이 국민통합을 통한 위기극복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높은 정치력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나라당은 현 우기가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서 비롯됐다며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초당적 위기관리 비상내각 구성을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미진한 개혁 추진과 함께 야당의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정치투쟁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총체적 위기다-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총체적인 국가위기 상황은 김대중 대통령의 1인 통치와 지역편중인사, 여권 및 공직자부패에서 원인을 찾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하순봉, 정의화, 김부겸 의원)
이에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도덕성과 신뢰의 붕괴가 위기의 실체라면서 이는 면책특권을 이용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 국정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정부는 백화점식 개혁방식을 지양하고 관료사회의 혁신과 반부패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배기운, 김영진, 문석호 의원)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이한동 총리는 "현 시국을 총체적 국가위기로 보지 않으며 내각은 조속한 개혁 마무리로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이루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한나라당이 주장한 거국내각과 관련,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로 총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치검찰 퇴출해야-법적요건 갖추지 않은 정치공세
한나라당은 극심한 지역편중인사로 지역갈등이 극에 달했다(임인배 의원)고 진단하고, 정치검찰 퇴출 등 부패권력 청산을 강력 주장(이재오 의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검찰수뇌부 탄핵안 발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야당이 지역갈등을 부추기면서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김정길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는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는데도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것은 유감이다"고 답변했고, 또 한나라당의 검찰간부 인적사항 공개 요구에 "오히려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는 안되며 地緣이 검찰수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력형비리다- 단순 공직자 도덕성의 문제다
한나라당은 한목소리로 한빛은행 사건, 동방금고 사건을 대형비리 사건에 대해 개탄과 질책을 쏟아내면서 권력 실세가 개입한 '권력형비리'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기강해이로 책임을 돌리면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성회복을 강조했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다시 등장하려다 불발
민주당 원유철, 문석호 의원이 레임덕 해소와 국정운영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현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대정부질문 원고를 사전에 배포 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실제 대정부질문에서는 개헌문제를 빼 화제가 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결정된 사안도 아니고 자민련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두 의원이 이인제 계로 분류되는데 여권 대선 주자들이 단독으로 정권재창출이 어렵게 되자 본격 짝짓기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개정,총리는 글쎄, 여당은 개정해야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일정을 밝혀라"는 질문에 이 총리가 "보안법 개정은 남북관계 변화를 지켜보면서 전향적으로 다뤄나갈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에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법만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것은 좀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해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과 다른 의견을 보여 정부여당 사이에 미묘한 대립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문석호 의원 보안법개정 기획단장은 "의견수렴을 통해 연내 개정을 목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고, 총리 답변은 우리 당의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