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97년초 YS 상황과 비슷하다
2000-11-16 박혜경 기자
여권의 다각적인 정국수습책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정부 들어 최초로 민주당 지지도가 한나라당에 역전되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34.5%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대대선 1년전인 97년초 YS정부가 레임덕에 빠져들던 때와 흡사하다는 평인데...
정부는 국민적 불신을 되돌리기 위해,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마지막 결전이라는 '고강도 사정'으로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민심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만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실시한 한길리서치·내일신문 월례 여론조사(11월 11∼13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한나라당에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고, DJ 지지도도 10월조사 때보다 13.4% 떨어진 34.5%로 나타나 여권의 국정운영 능력에 심각한 위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현 정국이 97년 초 YS정권의 레임덕 도래 현상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 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 한나라에 역전, DJ 지지도 34.5%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0.5%, 한나라당 33.1%로 2.6%의 근소한 차이로 야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의 연령별 지지율을 보면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20대 32.0%, 30대 31.8%, 40대 25.8%, 50대 31.4% 등으로 나타났는데, 전통적 민주당지지 연령인 20-30대가 50대와 비슷하고, 40대는 더욱 낮게 나타났는데, 실업 등 기업퇴출 및 부도에 대한 공포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역대 최하위인 34.5%로 나타났는데, 10월 47.9%에 비해 13.4%나 급락한 것이다. 이는 10월조사에서도 주목됐던 점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시간이 갈수록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는 지표로 보인다.
한길리서치연구소 홍형식 소장은 "최근에 나타난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은 YS정권 당시 김현철씨가 구속될 시기의 신한국당과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와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법파동 이후 YS 레임덕도 경제와 부패가 원인
YS퇴임 2년전인 96년에 터진 노동법파동 및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경제불안감이 고조되었었다. 96년 말 노동법 파동, 97년 7월 한보청문회와 김현철구속, YS의 대국민 사과이후 맞이한 97년 YS정권은 극도의 불안한 상태였다.
97년 1월1일 당시 문화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국가의 시급한 과제가 경제회복'이라는 답변이 64.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96년 말 뉴스플러스(주간동아) 여론조사를 보면 신한국당 29.4%, 국민회의 13.9%의 지지율을 보이다가 노동법 파동 후에는 신한국당 12.8%, 국민회의 20.7%로 역전됐었고, 신한국당의 총체적 난국에 빠지기 시작했다.
YS 지지율 변화를 봐도 집권 3년째부터 30%대를 유지하다가 노동법파업 이후 본격적인 레임덕 현상이 나타났다. 주간조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집권초기 80-90%에 이르렀던 YS지지율이 96년 4.11 총선 후 33.5%로 하락하였고, 노동법파동 후에는 13.9%로 낮아졌었다.
2000년에도 핵심은 경제회생
지난 11월 1일 문화일보·TN소프레스 여론조사에서는 경제대통령을 뽑겠다는 비율이 72%에 이르렀다.
또 생활형편이 1년 전에 비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6.2%가 부정적인 답변(매우 나빠졌다 16.3%, 나빠진 편 39.9%)을 했고, 긍정적 평가는 7.0%(좋아진 편 6.6%, 매우 좋아졌다 0.4%)에 그쳤다. 36.4%는 변함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또한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있다' 75.3%, '없다' 20.7%의 응답률을 보였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도 '신뢰하지 않는다'가 71.5%로 집계됐다.
97년 초에도 국민들은 경제회생에 대한 바램이 60-7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는고 대통령자질 중 제1요인을 경제문제 해결능력으로 꼽았었다.
올해도 역시 국민들은 경제적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경제적 불안감 속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믿지 못하고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임덕을 염려할 수준까지 간 여당의 능력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민주당이나 DJ의 지지도나 사회적 상황이 레임덕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적 불신이 지속된다면 노동법파동, 한보사태를 겪으며 나타났던 YS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이 누구보다 문제는 잘 파악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퇴출의 현실적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그로인한 경제위기를 감당할 만한 경제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이 쉽게 경제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여권이 '강도높은 사정'을 통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 보겠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 자체가 불신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성공을 단언할 수 있느냐"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여당은 국민을 안정시키고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도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극우보수 한사람의 돌출발언에 '그 아까운 시간을 소모해서야 되겠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김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국정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적 바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김영술 기자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