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메인, 출발부터 문제점 속출
2000-11-17 박혜경 기자
인터넷에서 영문대신 한글입력을 원하는 웹사이트를 찾는 이른바 '한글도메인' 서비스가 출발부터 네티즌을 혼란시키고 있다. 슈퍼도메인선점, 유명인이나 회사의 도메인 선점등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다.
그러나 '한국' , 'www.한국.com' , 'www.한국.kr' 등
한글도메인 서비스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게 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출발부터 서비스형식과 도메인선점등으로 오히려 혼동만 야기시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유명회사의 도메인과 유명인의 도메인이 특정 회사에 또는 제3자에 의해 선점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다.
한글도메인은 무엇인가?
한글도메인은 크게 두가지 형식으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키워드 방식'이다.
키워드 방식은 웹브라우저에서 예를들어 '한국' 만 입력하면 한국의 홈페이지로 가는 포워딩 방식의 서비스다. 이는 넷피아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미 영문이나 한글 도메인을 가진 홈페이지가 있어야 하고 키워드방식의 한글도메인은 홈페이지로 빨리 가는 방식의 하나인 것이다. 즉 한글도메인 이름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또는 발전된 검색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자신이 한글도메인을 신청한 업체의 프로그램을 별도로 다운받아야만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면 독립된 도메인은 아니며 일부 전문가들은 주소로서의 가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째 '계층형방식'이다.
내년초부터 시행하는 계층형방식은 웹브라우저에서 www.윈컴.com을 입력하는 형태이다. 이는 독립적인 도메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
현재 주요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은 바로 계층형방식의 도메인이다.
키워드방식의 경우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단점과 독립적인 도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 않다. 문제는 www.윈컴.com과 같은 계층형 도메인이다.
슈퍼도메인은 이미 등록개시일前에 선점
한글도메인 신청을 받은 첫날인 11월 10일 이미 "한글.com" "대한민국.com" "주식.com"등 소위 슈퍼도메인이라 일컬어지는 도메인들이 이미 10일 이전에 등록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다국어 도메인 최상위 관리기관인 미국 베리사인사의 다국어 도메인등록 코드체계 때문이라고 대행업체들은 지적했다.즉 2바이트 문자로 처리되는 한글을 기존 1바이트 문자인 영어권의 도메인 네임시스템에 적용하려면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는 언어형태인 아스키(ASCII) 코드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데 베리사인사는 한글을 바꿔주는 변환방식으로 ‘RACE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한글.com’을 변환하면 ‘bq--3dkvzlqa.com’과 같은 아스키 코드로 나타나게 된다.즉 베리사인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선 ‘한글.com’과 ‘bq--3dkvzlqa.com’을 같은 도메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글도메인 등록개시 이전에 ‘bq--3dkvzlqa.com’이라는 영문 도메인을 확보했다면 자동으로 ‘한글.com’을 확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베리사인사는 당초 등록 서비스 이전에 테스트용으로 채택했던 RACE 방식을 등록 당일 다른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10일에는 RACE 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이 와중에 대행업체인 T사가 RACE 변환방식으로 10일 이전에 ‘한글.com’ ‘대한민국.com’ ‘엘지텔레콤.com’ 등 1000여개 이상의 한글 도메인을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대해 많은 네티즌들과 관련업체의 항의가 빗발쳤다.
베리사인 측은 문제해결을 위해 "ICANN에 사전 등록된 도메인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지만 승인 불가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의가 더욱 거세지자 "정부적 차원의 기관이나 법적권한이 있는 조직이 요구할 경우 다시한번 ICANN에 요청하겠다"며 현재는 한발 물러섰다. 이는 책임을 등록기관에 이전시키려는 의도와 법률적 문제에 개입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국회의원등 유명인들의 도메인도 선점돼
국회의원.com 의 경우는 선점의 논란도 심하다. 예를 들어 이회창.com의 경우는 이미 등록되어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에서 신청한 것이 아니라 제3자가 선점한 상태이다.
현재 거의 전부 국회의원이름의 도메인은 등록된 상태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국회의원이 '.com'이란 도메인을 갖는 것은 도메인 체계상으로는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com은 영리를 취하는 회사의 경우에만 할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선점되어있다는 것에 있지 않다. 인터넷 초기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org)와 유사하게 백악관 이름을 그대로 도용하여 만든 www.whitehouse.com의 경우는 현재 포르노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
즉, 정치인 이름의 사이트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까지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예는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러한 타인의 이름이나 공공기관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한글도메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이트(예를 들어 성인용품점)로 운영된다면 이에대한 재제조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이미 선점된 한글 도메인에 대해 뚜렷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글.com이후 내년에 '한글.kr'이 내년부터 서비스가 개시되는 등 2조원에 달한다는 한글도메인 시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부차원에서는 아직 한글도메인과 관련한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사용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정책기관에 대해 책임을 돌리지만 실은 일국적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망을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을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미 등록된 슈퍼도메인, 특정인의 이름이나 유명회사의 도메인 선점. 이로 발생할 수 있는 상표권논쟁과 수익을 목적으로한 무분별한 한글도메인 등록등이 예상된다.
어느때보다 인터넷 관련기관, 정부관련기관, 사용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올해 연말부터 개시되는 한글 도메인 이름과 관련된 문제는 계속해서 양산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강대진 기자 djkan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