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선, 21일 플로리다 주대법원 판결에 달려있다!
2000-11-21 박혜경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대통령의 당락을 가를수도 있는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최종 득표에 합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협의에 착수, 이르면 21일중 결론...
주 대법원의 판사 7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30분에 걸쳐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최종 득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는 고어측 변호사와 이에 반대하고 있는 부시측 변호사의 변론을 청취하고 질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 필요한 내용을 확인했다.
고어 진영 변호인들은 수작업 재개표가 유권자들의 의도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란 점을 되풀이 강조하면서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투표에 참가한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하고 반영해야 할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내달 12일까지 최종 선거결과를 인증하면 되는상황에서 개표결과 보고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은 부당한 것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부시진영 변호인들은 해리스 장관의 결정이 선거실시 7일까지 개표를완료토록 한 주법에 따라 권한내에서 합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란 반론을 펴고 고어측이 선거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서 선거규칙을 바꿀 것을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장관의 변호인으로 나선 조지프 클록은 이번 사안이 “법률적인 문제가아닌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해리스 장관이 우선 최종 선거결과를 인증하도록 허용하고 패자측이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토대로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바른 절차라고 밝혔다.
찰스 웰스 대법원장은 개정을 선언하면서 이번 심리가 “국가적으로나 주차원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방청객과 변호인단측에 불필요한 재판 중단을 초래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간주돼온 주 대법원의 이날 심리는 개정에서휴정까지의 모든 과정이 CNN 등을 통해 전세계에 실황 중계됐다.
고어진영의 구두 주장이 먼저였다. 플로리다주 검찰총장과 데이드 카운티 선관위원 등이 나와 재검표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보이스 변호사의 법률적 뒷받침을 확보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법원 판사들은 번갈아가며 변호인단측의 발언 중간 중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는데, 대부분 양측의 주장이 구체적으로 법조항에 부합하느냐는 것과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고어측은 상황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부재자투표와 마찬가지로 재검표 결과도 7일 마감시한 규정에서 예외가 될 수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측은 법률에 규정된 7일이내의 마감시한은 결코 임의적으로 타협될 수없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대법관들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졌다. 주로 해리스 국무장관의 선별적 판단이 건전했는가하는 문제와 그녀가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부시측은 플로리다 주법에 그런 조항은 없고 단지 장관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했다고 맞섰다.
판사는 개표 결과보고 마감시한이 지켜지지 않으면 12월 12일인 당선자발표 시점을 맞추지못할 총체적 위기상황을 초래할 이유가 있느냐고 거듭 추궁했다.
법정은 두시간의 양측 구두진술을 들은뒤 정회됐다. 대법원측은 오늘중에는 판결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정회직후 통보했다. 두 후보에게는 죽음보다 지루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한편 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개표 산정 여부 결정과는 별도로 팜 비치와 브로워드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는 계속됐으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됨으로써 당초 이날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던 브로워드의 수작업 재개표 종료가 하루 늦춰졌다.
팜 비치 카운티도 추수감사절 이전에 작업을 완료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추수감사절 나흘연휴를 쉰 뒤 수작업 재개표를 계속하기로 결정했으며 가장 늦게수작업 재개표에 들어간 마이애미-데이드도 12월 초나 돼야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투표에 혼란을 초래한 나비형 투표지와 관련된 민주당 유권자들의 재투표청원을 심리해온 팜 비치 카운티 순회법원은 이날 카운티 전체의 재투표가 연방헌법과 주법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순회법원의 판결에 대해 주항소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또 해외 부재자투표 개표와 관련, 버터워스 주 법무장관이 이날 공화당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67개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아 무효처리된 부재자 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할 것을 지시했다. 버터워스 장관은 서한에서 우체국 소인이 없더라도 서명이나 날짜표시 등을 통해 선거일 이전에 보내진 점이 인정되면 유효표로 처리토록 했다.
부시 후보측은 해외 부재자 투표 개표에서 고어 후보와의 표차가 630표 늘어났지만 부시의 표밭이 돼온 해외주둔 미군의 부재자 투표 중 상당수가 민주당측에 의해 각종 이유로 무효표로 처리됐다는 비난을 제기해 왔다. 지금까지 수검표 결과 고어 후보는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105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6표를 얻었으나 팜비치 카운티에선 오히려 부시에게 12표를 빼앗겨 99표만을 추가득표, 부시와의 격차는 831표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이 플로리다주 3개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에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고어로선 수개표에서 최소 831표를 부시보다 더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19일까지의 결과를 보면, 고어의 역전승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19일 팜비치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는 전체 531개 투표소중 202곳(전체 46만여표의 38%)이 완료됐다. 재개표 위원장인 찰스 버튼 판사는 『아직 어느 후보 쪽으로든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58만8000표가 있는 브라워드 카운티에서도 아직 고어측의 몰표는 쏟아지지 않았다. 전체 609개 투표소중 287곳의 수작업 재개표가 완료된 상태에서 고어의 추가 득표는 88표에 그쳤다.
한편 민주당내에서는...
고어측은 현재의 재개표 추세에서, 자신이 얻게 될 추가 득표의 단서를 찾으려 노력중이다.
그러나 고어 진영이 대학교수들에게 의뢰한 통계적 전망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연구팀의 한 사람인 위스컨신대 브루스 한센 교수(경제학)는 『(고어의 역전은) 가능하기는 하나,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그는 3개 카운티에서 고어가 부시보다 추가로 더 얻을 수 있는 표는 600여표 정도로 전망했다. 오차범위는 200표. 이대로라면 어느 경우든 부시가 이긴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고어가 팜 비치에서 부시보다 더 얻을 수 있는 표는 대략 300표(최소 209표~최대 401표). 고어는 브라워드 카운티에서 약 180표를, 마이애미-데이드에선 125~225표를 부시보다 더 예상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미 민주당내 고어의 지지에 대한 동요에 대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타임은 한 민주당 중진이 '이제는 훌륭한 패자가 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익명의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고어 후보의 재검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과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늦게 수작업에 의한 재개표에서도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천막을 걷을 것'이라는 방침을 게파트 총무와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데일리 본부장과 크리스토퍼 전 장관은 고어 후보와 러닝 메이트인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이 지난 주말까지도 이를 수용할 태세가 돼 있지 않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이해시킬 방도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이렇듯 세기의 판결을 앞두고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따라 플로리다주 대법원 재판부 7명에 대한 세인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은 모두 7명의 판사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다 민주당 주지사에 의해 지명된 법관들이다. 그중 7명은 민주당 성향이고 한 명만 독립적인 성향이다. 수적으로는 민주당이 절대 우위인 셈이다. 그러나 성향과 판결내용을 일치시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의 대법원 구성 판사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 차알스 웰스 (주심판사) = 지난 7월부터 2년임기의 주심에 선정됐다. 주심은 연장자순으로 번갈아가며 맡는다. 올해 61세
▶ 루이스 판사 = 웨스트 버지니아 벡클리 출신 흑인판사로 석탄가루가 든 유리통을 책상위에 올려놓고있는 판사이다. 이유는 그의 출신성분을 잊지않기 위해서라는 것. 탄부가정 출신인것로 보임. 52세로 98년부터 대법원 봉직.
▶ 퀸스 판사 = 대법원 최초의 흑인 여성판사. 버지니아주 노폭 출생으로 부두노동자의 딸. 52세로 98년부터 봉직
▶ 린더 쇼우 판사 = 70세 고령판사로 지난 83년부터 대법원에 봉직한 가장 최고참 판사. 한국전에 참전해 포병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으며 버지니아주 살렘 출생.
메이저 하딩 판사 = 91년부터 봉직했으며 지난 6월까지 주심판사로 재임. 1968년에 법조계 입문
▶ 파리엔티 판사 = 51세로 97년부터 봉직, 뉴욕시 출신으로 문제의 팜 비치 카운티에 거주. 18년간 변호사로 재직중 93년부터 판사로 입문
▶ 헨리 리 엔스테드 판사 = 플로리다 토박이로 63세. 가장 많은 질문을 제기하는 '의문형' 판사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