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회 배경과 전망

2000-11-24     박혜경 기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4일 전격적으로 국회등원을 선언하는 결단을 내림에 따라 1주일간 계속돼 온 국회파행이 마감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4일 전격적으로 국회등원을 선언하는 결단을 내림에 따라 1주일간 계속돼 온 국회파행이 마감됐다.


이 총재는 이번주 들어 환율급등, 증시불안, 농민궐기, 한전파업, 노동계 동투 움직임 등 경제난기류를 알리는 적신호가 켜지자 주변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국회등원을 앞당기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국회파행 이전에 약속했던 추가 공적자금 40조원에 대한 국회동의 문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 국회를 장기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환율급등과 한전파업 등 경제적 위기상황이 심각한상태에서 국회가 더이상 공전돼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이 총재의 판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기배 사무총장도 "이 총재가 어제(23일) 결심을 앞두고 당직자들로부터 민심파악을 했었다"며 "여당이 여당이기를 포기한 상태에서 계속 싸움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23일 출국전에 이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당부한 점도 이 총재가 국회 등원 결심을 내리게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총재는 당내 강경파가 엄존하고 있는 점을 알면서도 2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선이 굵은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여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밀어붙인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정국'에 대한 여권의 명시적인 사과가 없었음에도 불구, 조건을 달지 않고 국회에 들어가 민생과 경제를 걱정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쟁중단을 요구하는 여론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권 대선 예비후보군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등원으로 국회가 정상화됨에 따라 일단 여야간 이견이 없는 추가 공적자금에 대한 국회동의가 이르면 내주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임위별로 계류법안 심사에 착수, 그간 잦은 국회공전으로 미뤄져왔던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재개된다 해도 회기종료일이 12월9일인 점을 감안할 때 산적한 현안을 회기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은 내년도 예산심의는 아직까지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여야가 티격태격해 온 한빛은행 국정조사문제, 기투입된 공적자금 110조원에 대한 국정조사 등 난제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탄핵안 처리무산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던 이만섭 국회의장에 대한 사회권 `봉쇄'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어 종반 정기국회는 여야정쟁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한겨레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