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상생' 이미지 심기 나서나

2000-11-24     박혜경 기자

이회창 총재의 '무조건적 국회등원' 선언으로 국회가 정상화돼 시급한 경제.민생문제를 풀어갈 수 있게됐다. 이를 두고 이 총재가 '대중적 정치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며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무조건 국회 정상화'를 선언함으로써 17일 검찰 탄핵안 파동으로 공전한지 1주일만에 국회가 정상화 됐다.
이 총재의 이러한 전격적인 국회 정상화 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이 '아시안+3' 정상회의 참석 출국에 앞서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간곡하게 협조'를 구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 반발을 무릅쓴 '전격 등원' 선언

이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다시 숨가쁘게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늘 여야는 총무회담을 열어 공적자금 동의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재경위를 소집, 동의안 심의에 착수하고, 농림해양수산위에서는 농어가부채경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논의하도록 하는 등 경제·민생 관련분야 상임위를 즉각 가동키로 합의했다.

사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제시했던 3가지 조건중 한가지도 들어주기 어려운 것이라고 보고 국회정상화를 위해 내어줄 카드가 없어서 매우 곤혹스러워 하였다.
또다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는 고심에 빠져있던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일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민주당은 당4역회의를 열어 "뒤늦은 일이지만 다행이며, 국회 공전이 길었던 만큼 시급한 민생과 경제문제를 밤을 세워서라도 처리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알려졌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 총재의 선언을 "시의 적절한 판단으로 생각한다"며 "이 총재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새로워 질 것으로 본다"며 환영하였다.

그러나, 여당으로 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등원하는 것에 대해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 한나라당 경경파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오전에 자신의 등원론이 의원총회에서 초·재선 강경파에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 의총을 오후로 미룬뒤 기자회견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총재 변신,2002년을 염두에 둔 '강경' 이미지 벗기(?)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탄핵안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 총재가 전격적인 '무조건적 국회등원'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이총재가 보였던 정치행보나 당내 강경파들이 이총재 측근으로 포진하고 있는 상황울 볼때, 한나라당은 3가지 조건을 걸고 국회에 계속 불참할 것이며 부득이하게 여권은 단독국회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뒤집고 이총재는 전격 등원을 발표한 것이다.

경제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1당이 추가 공적자금 조성에 발목을 잡음으로써 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됐다는 '책임론'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경제위기의 화살이 이총재에게 날라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총재가 모종의 약속을 받아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대두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에 협조해주며 탄핵대상으로 몰린 검찰수뇌부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등원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윤여준 의원은 "급등하는 환율, 급락하는 주가, 농민의 시위, 한전노조의 반발 등 경제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으며,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결정에 김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주요하게는 이 총재의 심적 변화에 따른 결단적 요소가 가장 큰 이유라는 해석이다.

이를 두고 이 총재가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 총재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대여 대치정국을 이끌어 왔고, 이로 인해 이 총재의 대여 강경투쟁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박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문에 지난 7-8월 장외투쟁때에는 당내 비주류들과 소장파들이 국회등원론을 주장하며 이총재에 대한 반발을 보이기도 하였다. 뿐만아니라 여권에서는 '정국의 발목을 잡는 정치인', '아마추어리즘을 못벗은 야당총재'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총재의 '전략적 변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경제적 원인, 대통령의 협조요청등 대외적 요인뿐만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내부적 이유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검찰탄핵안 파동으로 가장 큰 메리트를 얻은 것은 이총재였고, 현재 유리하게 흐르는 대중적 지지도를 국회등원 거부로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축적해온 당 장악력과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라는 자신감과 탄핵안에서 얻은 정치적 성공이 이 어우러져 나온 변신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당내 반발이 있더라도 국회를 정상화시킴으로써 국민적 호응을 얻어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수권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의 180도 변신이 이후 여야관계에 지속적으로 적용 될지 아니면 일회적인 공적문제 처리로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무조건적 국회등원' 선언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경기자polya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