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甲 갈등에서 '동교동-비동교동' 대립으로 전선이동?

2000-12-12     박혜경 기자

양갑의 화해고 동교동계 단합을 과시하면서 '초심론'을 들고 나와 '백의종군의 자세'로 집권후반 김대통령을 뒤에서 돕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국정개혁 방향을 둘러싼 민주당내 갈등은 양갑대립에서 동교동 대 비동교동으로 전선이 변했다는 관측이다.

'권노갑 2선 퇴진론'으로 촉발된 민주당 내 양갑 갈등이 지난 10일 동교동 11인 단합모임을 갖고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을 모시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동교동계가 2선으로 물러설 뜻을 밝혔다.

이로써 동교동계 단합을 과시하면서 양갑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의 진노와 당 내외의 여론에 떠밀린 감이 없지는 않지만 명목은 위기국면에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갑의 화해는 일시적인 전략적인 제휴이며, 여권 갈등이 동교동계 대 비동교동계로 전선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동교동계, '초심론' 단합에 의혹을 품는 비동교동

권력의 핵심에 있는 동교동계 11인이 재단합을 과시하면서 '동교동계 초심론'을 들고 나오면서 집권후반기에 임명직에서 물러나 대통령을 측면에서 돕겠다는 뜻을 밝혀 동교동계가 당정에서 2선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교동계 초심론 단합'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집권당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단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집권당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동교동계의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또한 소장파그룹 의원들 역시 대체로 동교동계 화합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동교동계의 희생을 통한 당 쇄신'으로까지 이어질 지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1일에도 권최고위원 계열의 당직자 30여명은 정동영 최고위원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당사로 몰려들었는데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단합도 쇄신도 안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듯 개혁·소장파들은 동교동계의 단합 모임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가운데, 정면적인 당정쇄신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최근 당 내분을 기점으로 양갑 동반 퇴진론까지 대두되자 동반 퇴진론을 잠재우기 위한 양갑의 전략적 제휴가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비동교동계 인사는 "권 최고위원이 물러나지 않으면 '초심론'은 동교동계 퇴진론을 막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주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서 양갑이 단합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정개혁' 폭과 방향을 둘러싼 민주당 내 '친권-반권'세력갈등은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 전선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동교동 단합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동교동계 단합으로 민주당 내분은 양갑 대치에서 동교동·비동교동 경쟁양상으로 국면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겠지만 민주당내 복잡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동교동 공멸을 막기위한 양갑의 일시적 봉합

한편에서는 양갑의 시각과 이해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단합은 일시적일 뿐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민주당 중도파 당직자는 "양갑 동반 퇴진론과 관련, 동교동계 공멸을 막기 위해 시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봉합모임을 가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 의원도 "동교동계 단합 결의는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것"이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우리 동교동계를 YS의 상도동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니 비교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집권후반기 권력재창출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갈등은 필연적이며, 국정혼란이 가중되면 가중될수록 동교동계는 상도동계의 전철을 밝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아직 민주당은 속에서 끓고있는 휴화산

동교동계 및 양갑의 역할은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크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갑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다시 표면화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동교동·비동교동의 정국수습책 방향이 크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민주당은 휴화산일 뿐이다.

과연 동교동계의 단합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진정 '초심'으로 돌아가 대통령의 성공적인 집권 마무리를 위해 뒤에서 노력할지 여권의 국정개혁과 정권재창출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동교동계의 태도가 주목된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