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만 몰두한 이회창총재

2000-12-13     박혜경 기자

한나라당의 포괄적인 '대선전략 기획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어 정치권 내외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인적으로 작성된 문건에 불과하다지만,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이때 이총재는 대통령 당선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인가?(전문수록)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의 차기대권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총재의 이미지 제고, 당내 비주류 문제, 정치권·언론대책 등의 포괄적인 계획을 담은 [향후 주요업무 추진 계획-10대 과제 중심]이란 제목의 문서가 언론에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나라경제가 어떻게 될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고, 고질적인 국정파행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최대의 의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정당의 대표이고 국가지도자중 한 사람인 이총재는 나라살리기는 안중에도 없고 2년 뒤에나 있을 대통령 선거밖에는 염두에 없었다는 것인가?

이총재는 국가지도자의 역할보다 대통령 후보의 역할이 아마도 더 중요한 것 같아 보인다.

한 의원은 "유일야당이며, 국정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온 한나라당과 이총재가 지금 작성해야 할 문건은 대선기획서가 아니라 국가경제 살리기와 국정회복 문건일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경제위기에 당내부에서 한번 작성해본 대선기획서

내일신문은 지난 12일 한나라당 기획위원회에서 지난 8월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공개 문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내부에서 한번 작성해 본 것이며, 총재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맹형규 기획위원장도 "처음 보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병석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언론인의 성향 분석은 물론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의 비리를 수집해 활용하기로 한 것은 언론장악을 위한 추악한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 내외에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총재 이미지 제고 △지지세력 외연확대를 통한 총재 대세론 확산 △국정운영 프로그램 마련을 통한 대안 제시 △주요정책 이슈별 해결 방안 마련 △200.9∼2002.12 각종 주요 정치, 사회 일정정리 및 활동방안 마련 △2002 대선 대비 사전 준비작업 △언론대책 수립 △당내외 인력 풀 활용방안 △남북문제 입장정리 △인터넷 활용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한나라당 언론대책, 적대적 언론인 비리포착?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언론대책 수립과 관련된 부분으로 적대적 언론인에 대한 비리 수집 및 우호 언론그룹 조직화 방안을 건의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서도 이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듯이 매우 민감한 부분. 실제 적대적 언론인 및 언론사에 대한 통제나 제어 수단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언론분석 및 비리수집에 나섰다면 정치권과 언론사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한나라당이 실제로 추진했거나 추진 중에 있는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방송 국정원 경찰 중립화 방안을 마련, 향후 예상되는 야당 탄압에 대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당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구체화 됐다. 또 이총재가 임동원 국정원장에 대한 지속적인 사퇴 촉구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총재의 최근 행보와 일치-대선전략에 입각했다는 의혹떨칠 수 없어

한나라당 기획위원회 관계자는 "당직개편이 이루어질 때 한 당직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보이는데, 기획위원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문건 내용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매우 추상적인데 누가 이것을 정식 보고서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건이 이총재의 대선 준비를 위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일부에서는 현재 한나라당과 이총재의 움직임과 일치하고 있어 의혹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기 집권 1순위에 걸맞는 전문가 그룹 조직화 방안'에 대한 제안과 관련, 여의도연구소와 특보단에서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총재가 안민포럼에서 강연한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 사이버 홍보팀이 구성된 것도 '인터넷 활용방안'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국구도와 주목되는 것은 '정권교체 후 DJ에게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DJ안심화론" 개발을 통한 DJ중립화 유도방안 마련'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총재가 DJ와 만나 여야총재회담을 정기적으로 못박았거나, DJ의 총재직 사퇴 주장도 이 보고서의 주문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는다.

JP와의 관계개선도 건의하고 있는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관계가 어떻게 풀릴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지지세력 외연 확대를 통한 총재 대세론 확산을 위해 DJ YS JP와 반 총재그룹간의 동향 파악'을 주문하고 있는데, 한나라당 비주류의 경우 계속해서 움직임을 체크 당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정상적인 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비주류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국가위기 상황이 시급해 결단했다는 최근 국회 전격등원론도 이총재의 지지도 회복을 위한 대국민'미소작전'의 일환이 아니었다하는 해석도 있다.

결국 이 문건을 통해 이총재가 제1당총재로서 국정운영과 경제난 해결에 대한 책임보다는 '공작'까지 동원한 '대권전략'에 의해 움직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요업무 추진계획-10대 핵심과제 중심- 전문 [한나라당 기획위원회]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