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격' 사건 의혹, 대통령이 떨고 있다

2000-12-14     박혜경 기자

지난해 5월 발생한 '청와대 총격 사망사건'이 청와대 경호실 및 경찰 관계자들에 의해 조작.은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커지고, 야당의 정치공세 수위도 높아지는데, 대통령은 뜬눈으로 밤을 지샐듯.

지난해 5월 발생한 청와대 총기사고에 의한 사망사건의 경위가 경호실 및 경찰 고위간부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은폐·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호실 및 경찰 관련자들이 부인하고 제보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만약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 수반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경호실의 도덕 불감증과 국가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달한 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총격 사망사건'은폐.조작 의혹 제기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은폐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13일에는 자신이 청와대 경호실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가 보낸 편지를 증거로 공개하면서 사건의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엔 "1999년 7월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하시고 귀국 하루 전날인 7월18일 청와대 내 대통령님 집무실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50 ) 55초소에서 101단 경비병(경찰, 계급·경장)들이 말다툼을 하다 동료 경찰을 사살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돼 있다.

또 “(사건 발생) 이튿날 안주섭경호실장이 중국에서 돌아와 이무영 당시 서울경찰청장, 박금성 당시 101경비단장, 김영화 당시 종로경찰서장, 그리고 이효진 당시 경호실차장 등 4인을 경호실장실로 불러 구수회의를 한 결과 당시 종로서장이 책임을 지고 청화대 내가 아닌 청화대 밖 종로서 관할지역에서 총기오발로 사망한 것으로 하자고 결론을 내리고…”라고 적고 있다.

김 의원은 "제보자와 6-7 차례 직접 통화하면서 사실로 판단 공개하게 됐으며 제보자 신분을 밝힐 수 없지만 경찰사정에 밝은 정통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또 "숨진 김모순경의 유족들과 접촉해 '경찰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지만 아직 사건에 대해 의혹이 풀리지 않아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편지 내용이 진실임을 강조했다.

총격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4인의 면면을 보면 안주섭경호실장(광주고), 박금성 당시 101경비단장(목포고), 김영화 당시 종로경찰서장(경호실장 후배), 그리고 이효진 당시 경호실차장(실장 후배)로 편파인사, 정실인사의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

편지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5가지 이유

그러나 청와대 경호실은 즉각 제보자는 청와대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총기사건 발생시점은 대통령이 러시아 몽골 방문중이던 5월31일인데 제보편지에는 7월18일로 적고 있는 점, 청와대를 '청화대'로 적는 등 상식적인 철자법이 3곳이나 틀린 점, 제보자가 사건장소로 지목한 55초소는 실제로 청와대 외곽 면회실이라는 점, 왕따를 당한다는 모씨의 경우 '중추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 청와대 직원 중 제보편지와 같은 필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청와대 직원이 아니며 편지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여전히 남고

그러나 외부인이 알 수 없는 청와대 경호실 간부의 집 전화번호와 사건 처리와 관련됐다는 서울경찰청장, 종로경찰서장, 경호실 차장 등의 신원과 학력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청와대 구조도 비교적 상세히 알고있는 것으로 보여 제보의 신빙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또한 한겨레신문이 총격사건으로 숨진 김모 순경의 아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문감식과 현장검증은 요구했지만 묵살당했고, 화장하는 날 청와대 101경비대 부단장이 '직원들로부터 걷었다'며 3천만원을 건내줬다"고 밝혔는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특히 조의금으로 3천만원씩 주는 정부기관을 들어보질 못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성명을 내고 "몸으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경호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청와대와 경찰의 발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의혹투성이다"며 국회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주장했다.

정부여당 및 야당은 진실규명에 전념해야

'청와대 총격' 사건에 대한 의문을 대통령을 보호해야할 청와대 경호실이 직접 개입된 것으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호와 국가기강이 크게 훼손되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우려감도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와대 경호실 간부와 경찰 경비단 간부가 특정지역 출신으로 편중됐기 때문에 조작·은폐가 가능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여당 및 야당은 시급히 모든 의혹을 밝히는 데 주력해야 하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책임을 가려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나라가 어떻게 되든 여권에 대한 정치공세적 측면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총격'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아니면 일방적으로 방어와 정치공세로 끝날지 두고 볼일이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