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단체장 임명제 전환 추진중
2000-12-15 박혜경 기자
행자부가 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위한 여론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청장들과 시민단체들이 행자부의 움직임에 즉각 반발한데 반해 공무원들은 찬성 입장을 표명했는데...
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추진하는 행자부
행자부는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지방자치제 개선을 위한 연구작업을 꾸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4일 '자치구제도 개선 워크숍' 결과 발표 형식을 빌어 서울과 부산 등 특별·광역시의 구청장을 주민직선으로 뽑는 대신 구의회의 동의를 거쳐 시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구청장을 임명제로 전환할 경우 대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저해해온 시장·구청장 간의 갈등이 사라지고 의회와 구청장간의 원활한 협조관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행자부는 임명제 전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구청의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일정규모의 공공사업 계획 수립권, 기초질서 단속 집행권 등을 시장이 구청장으로부터 이양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자부는 이러한 방안을 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기초단체장 임명제 전환을 위해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구청장과 시민단체 반발, 공무원은 찬성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근본을 무너뜨리고 중앙 집중제로 되돌리겠다는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어, 큰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의 움직임에 기초단체장들과 시민들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박원철 회장(구로구청장)은 "구청장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임명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전면 부정하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구청장협의회 박대석 회장(영도구청장)도 "임명제 전환은 구청장을 국회의원과 정부의 휘하에 두고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의도"라며 격분했다.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YMCA 김의욱 정책기획부장은 "임명제 전환은 지방자치 시행 초반기의 부작용을 중앙집권 강화라는 잘못된 처방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 문제가 있다면 자방자치의 틀 안에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 공무원들은 행자부의 움직임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공무원 90%가 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찬성하고 있다며 임명제 전환 촉구운동을 벌이기로 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무원들은 부자 구와 가난한 구의 재정자립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일부 구청장의 인사 전횡과 방만한 예산운영 등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공무원들의 반응은 공무원들의 업무 및 인사의 편의성만을 생각한 집단 이기주의의 발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자치제 실시 전보다 업무추진이 까다로워지고 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구청장의 모습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아니냐며 "공무원들이 아직도 주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무원을 한편으로 하고 기초단체장과 시민단체가 한편으로 하는 치열한 공방전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현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은 '아직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원혜영 부천시장은 "행자부의 움직임은 결국 지방을 중앙의 통제 아래 둠으로써 오는 편리함을 유지하려는 중앙통제적 발상이다"고 비난하면서 "제도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제의 보완으로 문제 해결을
대체로 기초단제장의 임명제 전환은 '벼룩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려는 작태'라는 반응이다. 일부 구청장의 선심성 행정, 예산낭비, 지나친 지역주의 등의 문제점은 현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제, 주민감사 청구제, 결산검사제도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는 상태. 더불어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나 일부 정치권의 기초단체장의 임명제 전환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역사를 되돌리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서 여론조성 작업이 아니라 지방자치 문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현 지방자치제의 보완을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