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협상 타결-여전한 불평등

2000-12-29     박혜경 기자

28일 한.미간 소파 협상이 5년만에 타결됐다. 흉악범 인도문제와 환경조항을 추가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전한 불평등 조약이 유지되고 있어, 계속해서 수정.보완해야할 미완의 협상이라는 평이다.

5년 간 계속되던 한·미간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이 28일 전격 타결됐다. 이번 합의는 중대 미군 범죄자 신병인도 시점을 앞당겼다는 점과 환경조항을 신설한 것 자체는 높게 평가할 것이지만 환경범죄자의 처벌과 원상복귀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는 등 실질적 내용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미 양국 소파 개정안타결

한미 양국은 28일 광화문 중앙청사에서 송미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미국방부 프레데릭 스미스 아태담당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소파 협상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받은 뒤 국무총리와 재가를 얻어 외교통상부장관이 서명하고, 미국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검토를 받아 주한 미국대사가 서명하면 최종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소파 개정의 주요내용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살인, 강간, 방화, 마약거래 등 12개 중요범죄에 대한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현행 '재판 종결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기고, 살인, 강간 등 흉악범의 경우 한국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경우 미군쪽에 신병을 인도하지 않고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범죄인도 문제, 노무문제 등은 일보진전

노무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군 기지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노동쟁의 냉각기간을 현행 70일에서 45일로 단축하고, 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등 국내 노동법 적용배제 규정을 보다더 강화했다.

이밖에 양국은 수입식품에 대한 동·식물과 생산물에 대한 공동검역을 실시하고 미군 기지내 시설물의 개조·해체·신축·개축 등의 계획을 당국과 사전협의키로 했다. 주한미군 클럽, 골프장 등 면세혜택을 받는 비세출자금기관에 대한 한국인 출입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도 마련했다.

더불어 양국이 환경조항 신설에 합의한 것이 주목된다. 민군의 한국 환경법령 존중을 내용으로 하는 환경조항을 법 적효력이 있는 합의의사록에 규정하고, 이에 근거한 환경보호 협력조처를 포함하는 내용의 특별 양해각서를 조만간 체결키로 하는 등 환경조항 신설에 합의했다.

정부는 성과는 부각시키는데

이번 협상을 주도했던 한국쪽 대표인 외교통상부 송민순 북미국장은 "지금까지의 소파는 불편해서 앉아 있기 어려운 소파라고 했는데, (이번 개정으로)앞으로는 앉아 있기 편한 소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전빈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이번 개정안이 일본, 독일 소파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대체로 양국이 합의한 소파 개정 내용이 일본보다는 낫지만 독일에는 못미치는 결과로 절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전히 한국주권을 유린하는 미국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소파 개정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소파의 불평등조항이 거의 해결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인고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등 200여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은 "미군 범죄자에 대한 신병인도 시기와 기소시점을 앞당긴 점과 쟁의 냉각기간이 단축된 점, 환경조항을 신설하기로 한 점 등 진전된 부분이 있지만 신설하기로 한 환경조항의 의무조항 등이 없기 때문에 기대에 못미친다"며 "검역의 경우 세부조항이 없어서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기소대산 범죄를 한정하는 등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며 "형사재판 관할권의 경우 어떠한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되며 전면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녹색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미군의 환경범죄에 대해 범죄자 처벌과 원상복구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어 한국주권을 유린하는 현행 소파에서 진전된 점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미군당국은 기반적인 개정안 홍보를 중지하고 실질적인 개정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도 미흡한 협상이라고 지적

일부 언론도 외형적으로는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내용에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흉악범을 우리 경찰이 체포해도 변호사 출두시까지 신문할 수 없고 변호사 없이 취득한 증언이나 증거는 재판에서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권리는 너무 많이 인정한 것이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협정적용대상을 군인 및 군속으로 제한하지 않고 여전히 그 가족까지 포함시킨 것은 주권 침해적 요소마저 갖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환경조항에 대해서도 국민적 여망과는 동떨어졌다는 문제제기다. 환경문제에 대한 원래 취지는 미군측의 무분별한 환경오염 행위를 감시하고 피해 발생시 책임자 처벌이나 원상복구,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동떨어진 합의내용이라는 비판이다.

일단 5년 간을 끌고 온 소파 협상이 클린턴 행정부 막판에 진일보된 내용으로 타결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반응이지만 환경조항의 법제화나 여타 불평등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본적으로는 소파의 상위법으로 한·미간 불평등의 원천으로 지목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술 kimys67@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