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상처받은 그녀, 인터넷에서 다시 태어난다
2001-01-03 박혜경 기자
백지영씨는 비디오 파문을 딪고 '정면돌파'를 택했..(중략)..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찾은 여학생의 눈물을 보며 "아직 울고 있어요?"하며 학생팬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앞으로 대만에서 반년 쯤 가수생활을 한 뒤, 좀 더 너그러운 국내음악 케이블을 통해 컴백할 것이며 그 후에 공중파 방송진입을 위한 장기구상의 신호탄이였다.
인터넷 방송이 나간 후 kks4917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왜 이래야 하죠'라는 제목의 글에서 '꼭 이런 식으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해야 하는가'하며 '백지영씨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던지간에 우리가 봐야할건 지영씨의 무대에선 모습이지, 지영씨의 사생활이 아니라고 본다'며 '과거 혹은 현재의 자신이 백지영씨보다 더 깨끗하고 청렴한지를 뒤돌아 보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백지영씨가 2000년 마지막 콘서트를 무사히 치룰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네티즌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였다.
우선 지난 12월 13일 비디오 파문이후에 인터넷의 SBS 뉴스넷(news.sbs.co.kr)의 인터넷 투표에서 네티즌들은 당시의 사회적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53%가 백지영씨의 방송활동을 지지했고, 47%가 반대의 뜻을 보여주었다.

백지영씨가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 팬들이 원한다면 다시 활동하고 싶다"고 한 팬들은 다수의 네티즌들이며, 그들의 용기와 성원은 백지영 홈페이지에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재기와 성원을 바라는 백지영 관련 홈페이지 개설이 줄을 잇기도 하였다.
반면에 공영방송사의 성에 대한 이중성과 보수성은 인터넷의 솔직성을 부각시키기 했다.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가요대상 후보에서 백지영씨를 제외시켰으며, MBC와 SBS는 '올해의 10대 가수'에 선정, 아량을 보였음에도 SBS의 경우 모연예프로그램에서 '백지영 보도'관련 상대방 남자의 주장을 내보내고 비디오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2000년 한국 성문화에 대한 현주소와 양날같은 인터넷의 단면을 보여준..
이번 비디오 사태로 인터넷은 한국사회에 금기시 하는 성에 대한 위선을 벗겨내는데 일조하고 있음도 드러나고 있다.
백지영씨 콘서트는 올림픽 펜싱 경기장에서 메리어트 호텔로 장소가 변경되고 다시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로 옮겼다. 그 이유가 갑작스런 공연기관의 철회(올릭픽 펜싱경기장)와 더불어 주민들의 반발(강남 메리어트 호텔)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에서 보여준 일반시민들의 검색단어 1위는 단연코 백지영이였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5일 백지영씨를 '문화충돌의 희생자'라고 보도하면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화와 전통적인 보수적 성문화가 충돌을 일으켜 발생한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탤런트 송영창의 원조교제와 코미디언 주병진의 성추문 논란과 맞물려 여성 연예인에 대한 월등한 도덕적 잣대를 재는 우리사회의 성차별의 이중성을 보여주었다.
백지영이 인터넷의 희생자인가 수혜자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처음 백지영씨의 섹스 비디오가 인터넷에 뜨면서, 과거 10년전만해도 뜬 소문으로 사라질 일이 일시에 전세계로 문제의 동영상은 퍼져나가 방송활동 중단이라는 사태를 낳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이 이번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공연은 인터넷 방송 크레지오(www.crezio.com)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인터넷 방송 아이스타(www.istar.co.kr)와 야후코리아(www.yahoo.co.kr) 등을 통해 방영되면서 해당 사이트의 접속 건수가 폭주했다.
또한 티켓라인과 티켓파크 사이트가 인터넷 상에서 표를 예매받음으로써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번 백지영 비디오 파문은 2000년 한국사회의 성문화에 대한 현주소와 양날같은 인터넷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은 인구의 3분의 1이 인터넷 이용자일 만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임에도 혼전 성관계를 범죄시할 정도로 성문화는 보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컬럼니스트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한국사회를 매우 빠르게 파고들고 있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백지영씨는 2000년을 지워버리는 '씻김굿'을 벌이다
오후 10시부터 새해 첫날 0시 30분에 끝난 고별 콘서트에서 백지영씨는 비디오 파문을 딪고 그녀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찾은 여학생의 눈물을 보며 "아직 울고 있어요?"하며 학생팬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였다. 이날 공연으로 백지영씨는 2000년을 지워버리는 '씻김굿'을 보여주었으며, 한국사회의 성에 대한 위선을 과감히 몸으로 보여준 성의 해방꾼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물론 공연에 참석한 3,000명의 관객과 몇 만명, 아니 수십만명이 넘을지 모르는 인터넷 생중계를 보던 네티즌들도 그 작은 역사의 산 증인으로 2001년 새해를 맞은 것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