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매체로 자리잡아 가는 인터넷 언론

2001-01-10     박혜경 기자

인터넷은 이제 사회 각 분야에서 독자영역을 구축하는 수준에 와 있으며, 특히 정치분야에서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네티즌들의 끝없는 열망이 대안매체에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시민사회에서 신문, 방송으로 대표되는 언론 매체는 입법·사법·행정부에 이은 제4부로 여겨져 왔다. 여론을 형성하고 이끄는 언론 매체는 정보화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여론형성의 도그마로 군림했다.
하지만 기존의 언론매체는 권력층이나 그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활용된다는 비판과 대다수 시민은 거대 언론 매체의 주변인이나 소외자였을 뿐이다.

그러나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의 등장으로 힘없는 소시민에서 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여론 형성의 주체가 되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기존 언론 매체에 준하는 엄청난 위력을 떨치며 제3의 대중 언론 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월 '시사저널'이 창간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인터넷이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으로 4위에 랭크된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뉴스제공으로 영역 넓혀가는 인터넷 신문

한국의 인터넷 인구가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인터넷 전문 매체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인터넷 언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반 종합웹진이 아닌 '정치전문 웹진'을 표방하고 있는 e윈컴(www.polinews.co.kr)은 정치전문 기사, 주간동향, 정치칼럼등을 싣고 있다. 또한 '네티즌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라는 모토로 정치인들과 전격 인터뷰, 열린 카페 등을 통해 네티즌과 함께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내용을 전하고 있으며 '열려라 정치'에서는 273명의 정치인 db를 구축하고 '베스트 10의원'을 선정하여 인터뷰도 하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뉴스사이트인 아이뉴스24(www.inews24.com) 작년 4월말 한국데이타센터(KIDC)가 외국 해커의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과 미 연방 증권거래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공문을 보내 경각심을 촉구한 사실을 잇따라 확인, 오프라인 언론에도 크게 다뤄졌고 데이타센터 관리주체인 데이컴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머니투데이(www.moneytoday.co.kr)와 아이비즈투데이(www.ibiztoday.com) 등 경제전문 뉴스사이트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증권 투자자의 높은 관심 속에 온라인 뉴스전문업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경제분야 뿐만 아니다. ‘게릴라 언론’을 주창하며 지난 해 2월22일 사이트를 오픈한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는 386 국회의원의 5·18 전야제 술판사건을 최초로 폭로하면서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끝없는 네티즌들의 열망



인터넷은 이제 사회 각분야에서 독자영역을 구축하는 수준에 와있으며, 특히나 정치분야에서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끝없는 네티즌들의 열망이 대안매체에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기존 미디어 매체들의 일방적인 기사제공과 절대적인 여론창구의 협소함으로 정보습득과 뉴스 제공에 목말라있던 시민들이 인터넷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서지혜양 폭행사건과 성수여중 사건이 적절한 예가 될 수가 있다. 서지혜양 사건의 경우 서양의 아버지가 딸이 당한 사건의 진상을 언론에 알려 취재가 이뤄졌음에도 보도가 되지 않자, 중학교 1년생인 지혜양이 청와대 신문고에서 사건의 개요를 올림으로써 네티즌 사이에 공론화 되어 뒤늦게 각방송사와 신문사들이 관련 보도가 잇따르게 되었다.
또한 성수여중 사건이 최초로 보도된 것도 인터넷 미디어인 광진닷컴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온라인 매체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언론재단 허행량 연구위원(매체경제학)은 "언론사와 관계없는 인터넷 벤처신문의 경우 마케팅 능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다채널 뉴스시대를 맞아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연세대 강상현 교수(언론학)는 "언론이 기능은 정보의 양보다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인터넷 신문도 내부 제어시스템을 확립해 전문성을 가지고 기사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진정한 대안매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인터넷 매체



그러나 온라인 매체가 대안매체로 성장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으로만 제공되는 신문 사이트는 등록된 것이 80개, 대학신문과 전문지 사이트가 각각 100여개에 육박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인터넷을 통한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언론계의 핫 이슈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신문의 약진을 들 수 있는데, '광주 386 술판사건',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푹탄주 발언', '국회의원회관 욕설출처 보도' 등은 온라인 매체가 기성언론을 긴장시켰던 보도이다.

또한 '안티조선 운동'으로 작년 내내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던 '안티조선 우리모두'는 급기야 지식인들의 참여열풍과 소설가 황석영씨 등의 '조선일보 인터뷰·기고 거부선언'으로 확산되었고 급기야는 신동아, 월간말, MBC 100분토론에서 이를 토론주제로 다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경찰이나 검찰의 실무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인지사건이나 고발 사건을 주로 다뤘는데, 이제는 인터넷에 올려진 내용까지 신경써야 한다"며 "온라인상을 통해 보도가 나면 윗선에서 진상 조사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모니터하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벽은 여전히 높다. 특히나 취재원 및 정보 접근에 있어 온라인 매체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위 9층에 설치된 두 개의 부스를 통해 여실히 나타난다.

이른바 '쪽방 기자실'은 온라인 매체 기자들을 위해 남겨두고 너른 '부스 기자실'은 기성매체들을 위해 둘로 나뉘어져 있다. 재경부의 경우에는 온라인 기자들의 출입이 불가능해 휴게실을 이용하는 형편이고, 온라인매체가 가장 자주 드나드는 정통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의 경우는 이보다 심해 아예 온라인 매체는 발도 못 붙이고 방문증을 반드시 끊어야 들어갈 수가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기존 오프라인 매체들의 기득권 행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래서 온라인 미디어들은 기존 미디어 시장의 모순과 제약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참여연대'처럼 '뉴스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성 언론들이 감히 꿈도 못꾸는 온라인 매체들의 공동연대로 우리의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감시하고 고발하기 위해 그들은 네티즌과 함께 뭉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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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