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와 진중권은 만나야 한다!
2001-01-12 박혜경 기자
인터넷 시대에 쌍방향 글쓰기, 글쓰기의 민주화 등 사이버 스페이스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엄청나다.사이버 토론을 이끌어가는 사이버 논객들의 글쓰기와 자판 토론문화를 통해 사이버 토론문화를 조망해본다.
쌍방향 글쓰기, 글쓰기의 민주화 등 사이버 스페이스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엄청나다. 물론 익명성에 기댄 폭력성과 선정성 등 부정적 측면도 무시할 순 없다.
인터넷 시대에 사이버 논객들의 글쓰기 문화와 자판 토론문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펼쳐 나갈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글쓰기는 정치, 문학,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형도를 창작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뒤바뀌게 만들었다.
특히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쌍방향성과 '글쓰기의 민주주의'를 통해 누구나 작가, 칼럼니스트, 기자가 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삭제, 첨가, 수정 등 끝없는 변이가 가능하다는 점, 나아가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섹스, 판타지, 엽기, 공포 장르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시킬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의 특징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무한한 화상지면은 수많은 사이버 논객들을 낳았다. 인터넷 포털 다음(www.daum.net)이 개설한 다음 칼럼 코너에는 현재 7,400여명 이상의 칼럼니스트들이 정치, 경제, 종교, 건강, 문학, 교육, 만화 등 17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칼럼의 독자 수만도 29만2천명, 회원은 17만7천명에 달하고 있다. 물론 어떤 네티즌도 칼럼니스트로 등록, 자기 칼럼을 개설하고 독자를 모집할 수 있다.
프리챌(www.freechal.com)은 사이버 논객들에게 일정수 이상의 독자층을 확보하면 원고료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증권정보 제공사이트인 팍스넷(www.paxnet.co.kr)과 씽크풀(www.thinkpool.com)의 '쥬라기'나 '골드존'의 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칼럼니스트로 이들의 1일 평균 조회수는 4만건을 훌쩍 넘는다.
사실 '엽기' '똥침'이라는 용어로 pc통신에서 '사이버 논객'으로 유명했던 안동헌 딴지일보 수석논설위원은 "패러디 공간에 네티즌이 정상적인 글을 올리면 삭제한다"며 그는 "엄숙한 논조보다 신랄한 풍자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게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인 정승주(40)씨는 온라인에서는 유명 칼럼니스트로 통하는 경우다. 정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인 프리챌에 매일 올리는 '영어단어 까부수기'칼럼이 개설 2주만에 1천5백명의 네티즌 구독자를 확보하였으며, 이멜로 그의 컬럼을 받아보는 네티즌도 4만명이 넘는다.
이렇듯 들불처럼 번져가는 사이버 논객들은 이제 어엿이 기존 매체에서도 대접을 당당히 받고 있다. 한겨레 신문의 '한토마논객' 대한매일신문의 '네티즌 칼럼' 중앙일보의 '넷칼럼' 등 사이버 논객들이 활약이 기존 언론매체까지 진출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발하게 진행되는 인터넷 토론문화
사이버 공간에서 글쓰기의 대표는 역시 인터넷 토론문화이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은 사실 즉흥적인 글쓰기와 감정적인 표현으로 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특히나 글의 내용보다는 조회수라든가 엽기성, 화제성 주제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글쓰기와 토론문화는 '미성숙' 단계에 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사이버 논쟁은 평범한 개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한국사회의 토론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창작과비평>사이트(www.changbi.com)는 사이버 공간에서 올바른 토론문화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작년에 떠올랐던 첨예한 문학논쟁의 대부분이 창비게시판에서 촉발되거나 재생산되고 전파되었다. 문학권력의 논쟁, 안티조선일보 문제, 이명원 파동, 서울대 중심주의 문제, 남진우-김정란씨의 문학논쟁 등 다양한 문학적 의제가 설정되고 논쟁이 일어났다.
백락청 창비의 편집인은 작년 7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이슈에 따른 글을 올리면서 토론문화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운영하는 인물과 사상(www.inmul.co.kr)의 최장집 논쟁, 우리모두닷컴(www.urimodu.com)의 박정희 기념관 논쟁, 월간조선 발행인 조갑제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서 웹사이트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항상 토론문화가 형성되었다. 이젠 언론매체나 정치, 사회 각분야의 홈페이지를 소유한 사이트는 '토론방'을 적어도 하나 이상 개설해서 네티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곧 그 홈페이지를 떠나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조갑제와 진중권은 사이버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인터넷 글쓰기와 토론문화는 이젠 네티즌들에겐 익숙해진 문화이다. 그러나 이 사이버 논객들과 그들의 논쟁은 한국사회의 학벌론, 남녀차별론, 지역감정론 등 다소 무거운 주제에 부딪히면 결론 없는 자판의 공허한 글잔치로 끝이 나는 경우가 적잖은 편이다.
토론 당사자들의 상호의사소통은 하지 않은 채, 자기 이야기만 끊임없이 한다든지, 욕설, 비방, 도배, 여론조작 등은 사이버상의 글쓰기 문화가 직면하는 골칫거리다.
지난해 '그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 진중권씨가 '조갑제식 글쓰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조갑제 홈페이지에 게시했을 때, 『월간조선』발행인 조갑제씨는 토론제의를 거부하면서, '게시판 글쓰기가 전반적으로 글쓰기의 수준저하를 불러일으킨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또한 '(진중권씨는 )토론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고사이유를 밝혔다.
진중권씨는 이에 대해 '문어체와 구어체를 섞어 쓰는 인터넷 글쓰기의 속성을 이해못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는 '사이버 공간은 즉각 즉각 반응이 올라오기 때문에 곤란한 점이 금방 밝혀진다. 실력이 쉽게 탄로나는 것이다'라고 반박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프라인식 예의를 중시하는 조갑제씨와 온라인 문법을 사랑하는 논객, 진중권씨 어느 쪽이 향후 진정한 토론문화를 형성하는데 대안으로 우뚝 설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진중권은 나타날 것이고 일반인들의 참여는 점점 더 확장될 것은 분명하다.
이젠 오프라인 논객 조갑제와 언론권력의 재분배를 꿈꾸는 사이버 논객 진중권이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과 함께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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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