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개발에 대한 논란

2001-01-18     박혜경 기자

판교 신도시 건설 문제가 혼란에 빠졌다. 여당은 1년 유보 입장인 반면, 건설교통부와 판교주민들은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연 판교 신도시개발이 지방경제와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킬지 아니면 또다시 부실을 키울지 논란이 뜨겁다.

판교 신도시 건설 문제가 혼란에 빠졌다. 여당은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인 반면 건설교통부는 개발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으로 당정간의 갈등이 매우 크다. 또한 판교주민들 역시 민주당의 개발유보에 항의하고 나서 여당, 정부, 판교주민간의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한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 민주당 남궁 석 정책위의장이 '판교 신도시는 친환경적 미래지향적 산업시설이 중심이 되는 테크노 파크(Techno Park) 중심의 ‘자족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고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남궁 석 정책위의장은 즉각 "보도내용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며 내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였고, 또 "판교 개발문제는 지난해 12월 28일 당정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밝힌대로 금년 안에 결정이 날 것"이라면서 "브리핑 이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책임자들은 환경, 교통 문제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판교개발 문제에 대한 '결론유보' 방침을 거듭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교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판교신도시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건교부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김윤기 건교부 장관은 "규제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큰 만큼 빠른 시일내에 개발 방향을 확정할것"이라며 판교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판교 신도시 개발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경기도와 성남시는 17일 '저밀도 자족도시' 개발한다는 판교 개발안에 최종 합의하였고, 판교 지역주민들 역시 조기개발을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며 판교개발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주당, 신도시 개발 반대론자-여유를 가지고 신중한 검토

판교 신도시 개발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건설-지방경제를 부양해 고용창출"을 하겠다며 구조조정과 함께 경기부양책 마련을 발표한 이후 부터이다.

당시 정부는 조만간 소비심리 안정과 투자를 진작시키고 심각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틈새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고 그중 하나가 판교 신도시 개발도 연내에 결정짓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도 민주당은 신중히 접근하자는 입장이다.

남궁 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월말에 '1년 유보결정'을 내리면서 “지역 주민의 입장과 환경단체 등의 입장을 종합해 내년 중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한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도 "판교 문제는 지난해 당정협의를 통해 유보한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면서 "현재로선 그 같은 당론을 뒤집을 만한 절박성이나 충분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반대입장은 4대개혁등 구조조정이 경제의 기본방향이므로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부담감이 매우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신도시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제대로된 분석없이 섣부르게 추진하다 보면 지역간 갈등과 환경파괴만 초래할 뿐”이라고 판교 뿐만아니라 현재 추진중인 오산, 화성 신도시 개발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이들은 수도권 집중 심화, 수도권 교통난 가중, 주변 지역의 난개발 조장 등의 이유를 들어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성신여대 권용우 교수는 “장거리 출퇴근자를 위한 집만이 들어서는 기형적 신도시는 서울을 통과하는 교통량만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하였다.

업계에서도 반대론자들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공급보다 수요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판교외 지역에는 신도시가 건설된다고 해서 수요가 창출될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개발 불가피론을 펴는 건교부와 판교주민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설부와 일부 건설업계 판교주민들은 개발에 거의 사활을 걸고 있다.

작년 11.8 건설업계 퇴출로 아사지경인 건설업계를 살려야 하고 특히 지방건설업체의 퇴출로 지방경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판교 신도시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그동안 “판교 신도시는 난개발로 흐르고 있는 수도권의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고, 이미 개발이 확정된 화성신도시 개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신도시 옹호론자들은 주택부족난 대비, 택지부족 해소, 난개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양대 여홍구 교수는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수도권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대형건설사 100곳 중 39곳이 부도난 워크아웃 상태에서 신도시건설계획은 업계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여 신도시 개발의 필요성을 밝혔다.

판교 지역 주민들도 '신도시 개발'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성남시청 앞에서 판교 개발 촉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판교개발투쟁위원회 위원장 임시호 위원장(60·판교중앙교회 담임목사)은 "판교주민들은 26년간 순종하며 정부의 배려만을 기다려 왔다"며 "건축제한조치 해제를 이틀 앞두고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또다시 1년을 연장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임 위원장은 "판교주민들의 행동은 집단이기주의나 투쟁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힘없는 사람들의 항거"라고 강조했다.

주사위는 다시 집권여당에게로

오산,화성의 신도시 개발 확정에 이어 판교 신도시 개발이 될 경우 판교지역과 일부 건설업체의 반짝 경기활황을 있을지 모르나 현재 전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신도시 개발이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에 역행하여 부실을 다시 키우는 결정이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신도시 개발을 결정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과거부터 보아왔던 졸속적인 신도시 개발로 인한 기형적 신도시의 병폐를 또다시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여론도 높다.

판교 신도시 개발 문제는 정부, 여당, 지역주민단체, 지방자치단체등 여러 구성원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다. 당정은 올 상반기중 공청회 등 각계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판교 문제에 대한 최종결론을 낼 계획이다.

주사위는 여당에게 돌아갔다. 신도시는 최소한 30년은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또다시 포퓰리즘적 결정이 아닌 신중한 결정이 나기를 바란다.

우유신 기자milkgo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