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국운영 자신감 속에 對野 '강온 양면전략'
2001-01-31 박혜경 기자
최근 여권의 정국운영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화해를, 한편에서는 대야공세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YS의 싸움이 여권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주고 있어, 자신감을 얻은 여권의 대야 전략이 '강온 양면전략'으로 변했다는데...
이를 보면 정부여당은 정국운영의 기본방향을 '강온 혼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강온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의 정국운영 전략이 주목되고 있다.
화해국면 속에 야당 의원 기소-다시 여야 대결로 가나
연초부터 살벌한 대결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정국은 '설' 직후부터 대화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상생의 정치', '우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유화국면 조성을 위해 노력한 데 이어 여야는 엊그제 '2월 5일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정치-민생' 분리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기부 자금' 사건이 그대로 온존해 있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과 경제적 불안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여야가 극한 대치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검찰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기소로 또 다시 한나라당은 '제2의 야당 파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과연 집권 여당의 정국운영에 대한 기본 구도가 어떻게 서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여권의 자신감을 한층 더해주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김영일의원의 발언으로 한나라당과 YS가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총재와 YS가 서로 잘해보자고 손잡은지 이틀만에 대결로 치닫게 된 것이다. 이 야당의 분열에 내심 쾌재를 부르는 여당은 이러한 야당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지금의 이총재와 YS의 갈등이 계속될지 무마될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이 틈새를 노리고 여권은 더욱 강한 여당으로 확고한 위치를 잡으려 하고 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는 여권
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보각의 특징은 개혁성의 강화와 4대 개혁 완수를 위한 경제팀 힘 실어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진념 경제팀에 대한 각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진념 경제팀을 주축으로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더불어 한완상 교육부총리의 기용은 집권후반기 내각의 개혁 색채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주목되는 부분이다.
민주당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수에서는 사실상 정권재창출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한편 야당의 정치공세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자리가 됐다.
김대표는 연수에 대한 총평을 하는 자리에서 "안기부 자금 사건에 우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정쟁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정권재창출의 기수가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는 김대표가 강조해온 '강한 여당'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즉 '안기부 자금' 사건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정국운영도 여권의 정권재창출로 모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 '강한 정부·여당론'을 국민이 지지한다
이렇듯 김대통령과 김대표는 '강한 정부·강한 여당'이라는 기본적인 인식 아래 정국운영의 주도권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권 핵심부가 '안기부 자금' 사건으로 야당을 궁지에 몰아 넣었고, 김대표의 민주당 장악도 예상외로 빠르게 연착륙했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여당의 자신감이 강하게 깔려있는 정국운영 전략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권은 '강한 정부·강한 여당론'에 대해 국민적 지지도가 높아가고 있다고 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한 정부론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제기하고 야당에 끌려가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이 '잘한다'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러한 '강한 정부·강한 여당'을 대야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여야가 국회에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정치적으로 야권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크게 낮추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정국주도권은 잡은 상태고 정국운영의 자신감도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대야 강온 전략을 통해 야권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5.6공에서 정치에 입문해 구여권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구여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한 김대표가 '안기부 자금' 사건과 유사한 구여권의 비리를 시의적절하게 터뜨리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정치개혁특위' 가동,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등을 제안한 것도 김대표의 구여권 비리 터뜨리기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여권의 안정화를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
이렇듯 김대통령-김대표 체제의 강력한 정부여당의 자신감을 동반한 정국운영 전략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여당의 자신감은 가장 크게는 'DJP 공조' 복원에 있는데, DJP 공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보안법과 대북정책에 대한 양당의 시각은 큰 차이를 보여왔고, 자민련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내각 개편에서 자민련 인사가 얼마나 입각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더불어 한나라당 이총재가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받아들였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JP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제기가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DJP 공조'는 JP의 선택과 정국의 돌출변수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자민련 변수가 강한 여권 유지에 최대변수인 것이다.
또한 민주당 김대표 체제의 안정성도 변수이다. 현재까지는 김대표가 연착륙했다는 평이지만 차기대선 주자들은 김대표를 공격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안기부 자금' 사건에 대한 김대표의 대응에 대해 최고위원들과 중진들이 문제제기 했던 점으로 보아 김대표가 계속해서 대야 강공책을 고수한다면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인제 최고위원의 위기의식은 가장 크며, 김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화갑 최고위원측의 김대표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김대표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며 대권욕을 보이면 당내 반발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수에서 김대표는 여권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결집과 이를 위한 당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 또한 김대표체제의 집권여당의 정국운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여당의 자신감이 자칫 조성되고 있는 여야 화해국면을 깨뜨리지 않을까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정국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경제회생에 집중되고 개혁정책을 완수하는 국가적 과제에 집중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술 기자 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