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특례입학, 대학 홍보 수단인가?

2001-01-31     박혜경 기자

지난 27일에 고려대에 재학중이던 인기그룹 SES의 유진양의 입학이 취소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연예인 특례 입학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고려대는 서양어문학부 1년간 재학 중이던 그룹 SES의 유진양(본명 김유진)의 입학이 취소했다.
고려대는 “유진양이 미국 영주권자인 데다 1년간 학교를 다닌 점등을 고려했지만 K외국인 학교의 졸업을 고졸학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원칙에 따라 입학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취소배경을 밝혔다.

유진양이 2000년도 고려대 특차로 합격할 때부터 연예인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학의 자율권이 존중되어 1년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유진양이 졸업한 켄트 외국인 학교가 재외국인 특례입학을 악용하여 부정입시를 저질렀으며, 교육부로부터 고등학교로 정식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로 밝혀지면서 유진양의 재학여부에 대한 논란은 고려대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 고려대의 결정은 2001년도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했던 SES의 슈(20·본명 유수영)와 남성 6인조 댄스그룹 신화의 앤디리(20·본명 이선호)의 한국외국어 대학 입학 취소결정이 내려진 뒤이어 일어났다. 한편, 유진양측은 고려대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연예인 특례입학에 대한 논란은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학의 홍보효과를 위해 연예인 우대



사실 유진양의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고려대가 가지는 한국 사회에서의 위상때문이다. 특례 입학이 확대되기 전에는 연예인의 대학진학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연예인의 대학 진학은 연극영화학과가 있는 일부 대학들에 한정되었었다. 대부분 연기 활동을 하던 연예인들이 연극영화학과에 진학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일반학생들과 똑같은 시험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학업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연예인들의 특례입학이 부쩍 늘어난 시기는 99년도 대학입시부터이다. 이 해에 인기그룹 HOT의 이재원(19)군, 잭스키스의 이재진(19)군, 핑클의 이진양(18)양 등 인기그룹의 멤버들이 경기대 다중 매체 영상학부에 합격하였다. 그후 여러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10대 스타들을 합격시켰으며, 고려대와 같은 명문대도 여기에 동참하였다.

또한 대학 입학의 시기를 놓친 20대 중·후반의 연예인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학들이 학교 이미지 개선과 홍보 효과를 위해 인기 연예인들을 우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례입학이 부정입시의 온상으로

연예인들의 대학 진학은 바뀐 대학 입시 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필기시험인 학력고사나 수능시험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입학시험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대학들은 추천제 입학, 특례 입학 등 다양한 전형 기준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새로운 입시제도는 획일성을 벗어나서 개방적이고, 또한 다양한 개인의 능력을 발달시켜 전인교육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입시제도가 부정입시로 얼룩지고 있다. 특례입학이 소위 '뒷구멍 입학'의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브로커를 통한 서류 위조를 해서 부정입학으로 악용되었으며, 최근에는 농어촌 위장 전입을 해서 농어촌 자녀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한 사례들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의 대학 진학은 이러한 특례입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일반학생들처럼 수능시험과 내신 성적 등을 통한 특차 전형이나 일반 전형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고, 추천제 입학이나 특수 재능 보유자 특례 입학 등으로 무시험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시민과 네티즌은 연예인 특례입학에 대해 부정적

일반시민들과 대학생들도 연예인의 대학특례입학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이텔이 네티즌 3백78명에게 연예인 특례입학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연예활동을 하는 것도 능력이다. 특별전형으로 인정해야 한다' 는 의견은 13%에 불과한 반면 '연예활동이 대학에 입학하는 능력이 될 수 없다' 는 입장이 87%나 됐다.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특례 입학한 경희대의 게시판 ‘연예인 입학 찬반논쟁’에서는 “연예인들이 그렇게 쉽게 입학 문턱을 넘으면, 밖에서 우리 학교를 뭘로 보겠느냐”는 등의 주장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은 일반학생들과의 형평성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80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대학입학은 자칫 그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기준이 명확치 못한 재능으로 대학에 들어간 연예인들이 많다." "특례생 때문에 낙방하는 일반학생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합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면서 특례입학제도에 대한 손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지난 일요일 연예인 대학 특례입학을 방송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게시판도 네티즌의 논쟁으로 뜨거웠다. SES 등 언급된 연예인 팬들의 글이 폭주하였으며, 일부 네티즌은 게시판을 거의 도배하듯이 자신의 글을 수십건씩 올리기도 하였다. 또한 비이성적인 팬들에 대한 비난의 글과 연예인 특례입학에 부정적인 글도 상당히 많았다.

연예인 특례입학에 대한 재검토를

유진양측은 2월1일 고려대를 상대로 ‘입학취소결정’에 대한 취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행정적, 법적 책임은 나중에 가려질 것이지만 대학과 교육부도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유진양 사건은 2∼3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무더기로 연예인을 입학시켜 대학 홍보에 적극 활용한 다른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학이 대학홍보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많다. 연예인을 앞세운 대학 홍보는 상업적 판촉활동과 같은 것이어서 대학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는 것이다.
올바른 대학홍보란 학문과 교육의 수준을 정직하게 알리는 것이 정도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은 지적인 능력을 기초로 하여 학업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입시에서 부정입학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새로운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부정 입시 수단으로 사용되어진 재외국인 특례입학, 농어촌 특례입학 등도 수험생들이 제출한 서류에 대한 확인과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유신기자milkgo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