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조기 지방선거론'에 얽힌 이해득실

2001-02-01     박혜경 기자

월드컵 경기와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여야에서 지방선거 조기실시론이 대두되고 있다. 여당은 이 기회에 후보조기가시화가 가져올 레임덕을 막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로 대선후보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내년(2002년) 6월로 예정된 4대 지방선거 조기 실시론이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지방선거일(6월 13일)이 월드컵 축구대회(5월 31∼6월 30일)과 겹쳐 선거나 월드컵이 제대로 치러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여권 핵심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문제 등 정국불안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와 겹쳐 조기 지방선거론 대두

4대 지방선거 조기실시 문제는 지난해 월드컵 조직위원장인 정몽준 의원이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선거일정 조정을 건의하면서 불거졌다.

지방선거와 월드컵 축구경기가 동시에 치러지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에 전념한 나머지 월드컵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져 투표율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문제다. 이에 대해 여야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월드컵 축구경기 시작전인 4월에 실시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다음달부터 가동될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지방선거 조기실시에 따른 선거법 개정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체로 여야가 큰 이견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4월에 치룰 경우 7월에 임기가 시작하는 신임 자치단체장의 공백이 2개월 이상 생겨 혼란이 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창화 한나라당 총무는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월드컵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1월 전당대회, DJ 레임덕 확산에 대한 우려도 많아

그러나 월드컵 때문에 조기실시 한다는 것은 외형적인 명분일 뿐, 내년 정치일정을 고려해 지방선거를 앞당기려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내년 1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차기대선 후보를 선출하게 되어 있다. 이 때 예정대로 6월에 지방선거를 치룬다면 대통령 후보가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서부터 선거운동 전반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또 6개월 뒤 있을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통령선거 전초전이 될 것이며, 이는 곧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인책론도 여야 대통령 후보에게는 부담

더불어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여야 대통령 후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내에서 인책론이 대두될 것이고, 더 나아가 후보교체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5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로 돼 있는 한나라당도 부담이기 때문에 여야는 지방선거 조기실기에 이해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즉 4월경에 지방선거를 실시한 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7월경에 갖자는 계산이다.

여권 핵심부는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생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도 늦추고 차기 대통령 후보의 부담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월드컵이라는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한 것도 아니다.

차기대선 주자들도 지방선거 조기실시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다. 다만 전당대회 실시 시기 및 지방선거를 누구 중심으로 치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측근은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치룰 경우 올 12월 정기국회를 마친 뒤 경선 레이스 기간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지방선거를 대통령후보 책임으로 치르려면 내년 3∼4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갑 최고위원의 측근은 "전당대회를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끝난 뒤인 내년 7월경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며 "그럴 경우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지방선거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통령 후보 선출시기 놓고 갈등 겪을 수도

여야가 지방선거 조기실시에 대해 큰 이견 없이 합의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언제 개최될 것이냐를 놓고 여권 내부의 공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대통령 후보의 책임 아래 치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반면, 현 여권 핵심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가능한 늦추려할 가능성이 많다.

즉 대통령 후보 책임 아래 지방선거를 치룰 것인가 아니면 지방선거 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것인가? 이는 '김대통령의 지도력이 민주당에 계속 강력하게 유지되느냐'와 '정국 주도권을 어디에서 쥐고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된다면 곧바로 당 내부에서부터 대통령 후보 조기가시화론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핵심부에서는 지방선거 이후로 대선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방선거 승리가 대선에 견제심리로 작용?

지방선거가 '대선 전초전'이라는 면에서 지방선거 조기가시화가 대선후보 결정시기와 연계되는 것 뿐만아니라 지방선거 결과가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선거학에서 말하는 '시계추 이론'이 우리의 역대선거에 거의 그대로 적용되어 왔다. 선거에 승리한 정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하여 다음 선거에서는 그 정당이 패배한다는 것이다.

김영삼정권시절 6.27지방선거에서 신한국당이 패배하였고, 이후 치루어진 15대총선에서는 신한국당이 승리, 15대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패배와 국민회의 승리, 6.4선거에서 민주당 승리, 16대총선에서 민주당 패배와 신여소야대 정국으로 이어져 이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뤄내느냐에 따라 대선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부처는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따라서 어느 한 정당이 모두 싹쓸이를 할 경우 그 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견제심리를 발동하지 않는 승리, 그것이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공히 고민해야 하는 포인트일 것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조기실시에 공감을 형성하고 있기때문에 상황에서 정치권은 벌써 지방선거로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