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여야 쟁점은 많고 합의는 어렵고...
2001-02-03 박혜경 기자
218회 임시국회는 법안 제.개정을 둘러 싸고 정치권이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 이외에 예산 관련법 제.개정,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지방선거 일정, 기초단체장 임명직 전환 등 폭발적인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이와 더불어 국가 예산 관련 4개 법안에 대한 처리도 여야간 입장 차가 커 이번 임시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렇듯 처리해야할 각 법안마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 소모적인 논쟁으로 임시국회가 변질될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
또 의원 이적파문이후 어렵게 실현된 3당 대표연설에서 이번 상반기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3당의 기본적인 국정운영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보법 개정 - 3당갈등, 보혁갈등으로 2월이후로 미뤄질 듯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가보안법 개정이다. 여야 일부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개정을 놓고도 여야 3당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개정 자체도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가보안법 개정과 관련, 민주당은 2조(반국가단체의 정의), 7조(이적·찬양·고무죄), 10조(불고지죄) 등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반영 및 반인권적 요소가 큰 부분에 대한 삭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보법 개정은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자민련과 보수세력, 법무부의 반발에 부딪쳐 아직 민주당조차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강력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사람은 장태완 의원 한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보법 개정에 개혁파들이 주장하였던 크로스보팅을 반대하고 '당론'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였던 김중권 대표는 지난 2일 재향군인회 강연회에서 "무리하게 국가보안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번 임시국회에서 보안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당내 개혁파와의 갈등이 예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당으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자민련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표가 무리하게 보안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자민련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여당일각에서는 김정일 답방이후로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보안법 개정을 둘러싸고 내부 진통이 크다.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이 보안법 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보안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이회창총재와 개혁파의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일부 개혁적인 소장파 의원그룹을 넘어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 등 중진들까지 포함해 약 20여명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해 여야 개혁적인 국회의원들이 크로스보팅을 해야 한다며 발벗고 나서고 있으나 여야 지도부가 당론을 들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국가예산 관련 법안도 여야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지난 1일 여야 수석부총무회담에서는 △재정건전화법(가칭) △예산회계기본법 △기금관리기본법 △관치금융청산법(금융건전화법) 등 예산 관련 4개 법안을 218회 임시국회에서 제·개정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각 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커 이 또한 합의를 볼지 의문이다.
재정건전화법의 경우 여야가 국회에 제출한 특별조치법을 보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그 방법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가채무 범위를 중앙·지방정부 채무와 보증채무, 정부투자기관 채무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직접채무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치금융청산법과 관련, 한나라당은 심각한 관치금융 관행을 정부 및 감독기관의 금융기관 인사개입 금지와 위반자에 대한 문책을 골자로 한 이 법을 반드시 제정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관치금융은 없는 만큼 현 총리 훈령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기금관리법의 경우도 여야는 공공기금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금 예·결산의 국회심의에 민주당은 결산만 심의하면 된다고 맞받고 있다.
예산회계기본법의 경우도 한나라당은 현재 행정편의주의적이고 투명성이 부족한 만큼 OECD 등의 국제기준에 맞도록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보복금지법, 지방선거법 등도 정치적 이슈로 등장
한편, 한나라당은 이총재가 정치보복금지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개혁 관련법안 제·개정 방침을 밝힘에 따라 김기춘 의원을 위원장으로 율사출신 의원 7-8명이 참여하는 정치개혁 입법을 위한 특위를 구성.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에 힘을 싣는다면 이 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에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기부 사건 후 정치보복금지법을 만들자는 것은 홍수 났는데 나무 심자는 격”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조기실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와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선거를 월드컵 경기 이전에 치루자는 것인데, 전국 지방의원협의회에서는 "행정공백이 우려된다"며 조기실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행자부와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공천 배제 또는 임명직 전환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이 또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부 자금파문이후 여야가 장내로 들어왔지만 여야 합의에 의한 개혁입법, 민생법안, 경제법안들이 통과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도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영술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