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은 언론개혁 공정성의 잣대다
2001-02-06 박혜경 기자
정부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개인소유의 신문사들만 조사하고 정부소유의 신문사인 '대한매일'에 대한 세무조사는 하지 않고 있어 세무조사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MBC에 이어 KBS도 심야토론, 취재파일4321등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국회에서도 여야 개혁적인 의원들 중심으로 언론발전위원회 구성 등 언론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주장에 극구 부인하지만 그 순수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대한매일의 개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사적 소유 신문은 개혁하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제언론 대한매일의 개혁작업은 정부가 언론개혁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잣대가 되는 것이다.
날치기로 끝난 대한매일 주총
언론사 세무조사가 발표되던 지난 1월 31일에는 대한매일 임시 주총이 있었다. 정부는 노사가 합의한 소유구조 개편 요구를 무시한 채 주주총회를 열고 새 사장을 선임하였다.
노조가 대주주인 정부가 소유구조 개편을 공식적으로 약속할 것을 요구하면서, 임시 주총장을 봉쇄하자, 사측은 회사 건물 8층에서 5분만에 사장을 선출하고 주총을 기습적으로 끝내버렸다.
노조는 주총 개최에 대해 경과보고를 통해 ‘탈법적 방식으로 사원들의 기대를 저버린 골방주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매일 회사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매일 노사는 지난 해 10월 정부지분을 50% 줄이고 우리사주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유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없이 노조의 반대도 무릅쓰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총을 강행한 것이다.
정부가 사실상 대한매일 소유
현재 대한매일의 소유지분은 재정경제부 50%, 포항제철 36.7%, KBS 13.3%로 나누어져 있다. 결국, 주식전부(총액 544억원)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소위 말하는 족벌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매일의 왜곡된 시각이 이 같은 정부주도의 소유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0월의 노사합의를 거친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개혁의 방법으로 오해의 여지가 전혀 없으며, 정부 스스로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대한매일의 소유 구조 개선은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의 마음은 달라진 듯 하다.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부 기관지 역할을 해온 당시 서울신문이라는 전리품을 철저히 챙겼다. 정부는 당시 서울신문을 대한매일로 명치을 변경하여 또 다시 기관지화해서 여전히 정권의 나팔수로 활용하고 있다.
민족 정론지에서 총독부 기관지로, 다시 정부 기관지로 대한매일은 98년 11월 11일부로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꾸었다. 이는 대한매일의 창간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 변경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후 대한매일의 변화를 볼 때, 이러한 제호·사명 변경은 껍데기를 바꾸는 것에 불과하였다.
대한매일은 1904년 양기탁 선생 등이 주도로 창간되었으며, 이후 국채보상운동 등 항일 주권운동을 주도하면서 민족 정론지로 자리 매김 하였었다. 대한매일의 영광은 1910년 일제 침략과 동시에 끝났다.
이후 총독부 기관지로 전락해 〈매일신보〉로 이름이 바뀌어 발행되다 해방 후 정간명령을 받았다. 그 뒤 새 간부진이 매일신보의 시설·사옥·사원을 그대로 흡수해 45년 11월23일 서울신문을 창간했고 이후 정부 기관지 구실을 해온 것이다.
정권을 인수한 김대통령은 98년 4월에 당시 서울신문에 무더기 낙하산 인사를 앉혔다. 그 면모는 다음과 같다.
신임전무 윤흥렬씨 : 김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처남
주필(상무이사) 김삼웅씨 : 전 아태재단 기획실장
상임감사 전만길씨 : 동아일보사 호남본부장 출신
차일석 사장 : 목포 고등학교 졸업
이날 이사에 오른 5명중 3명이 낙하산 인사 대상자며, 새 경영진 6명 중 4명이 호남 출신이고 한사람은 대통령 인척이다. 또한, 윤흥렬씨와 김삼웅씨는 언론계 경험이 거의 없었다.
특히 윤흥렬씨가 대한매일 전무가 된 것은 15대 대선에서 DJ의 TV광고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업적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상임감사 전만길씨는 지난 1월 31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대한매일 개혁없는 언론개혁은 정부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언론노조는 지난 3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4대 개혁과제로 공공부문 개혁을 내세우고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대한매일의 민영화에 대해서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모순된 자세이다.”라면서 대한매일의 개혁을 촉구했다.
언론개혁 시민단체도 같은 날 , “대한매일의 소유구조 개편은 정부가 언론개혁을 운운하기 이전에 시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라며 “대한매일 노사는 지난 해 10월 정부지분을 50% 줄이고 우리사주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유구조 개편안을 마련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민주언론 시민연합도 2월 1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매일신보 개혁에 대해 정부가 보이는 무성의한 태도는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면서 김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언론개혁 의지는 국영신문인 대한매일신보에 대한 개혁이 출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정부소유 언론은 손대지 않으면서, 사적 소유구조의 신문은 개혁해야 한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높다.
이제 더 이상 언론개혁을 자율개혁으로 할 것인지, 타율 개혁을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듯 싶다. 이미 정부는 세무조사를 통해서 언론개혁에 착수하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얼마나 언론개혁을 공정히 하느냐이다.
공정한 언론개혁은 세무조사의 투명한 결과 공개뿐만아니라 정부소유의 대한매일 소유개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여론의 지적이 따갑다.
우유신기자 milkgo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