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의원 성(性)추문과 386 정치
2001-02-07 박혜경 기자
민주당 김성호 의원의 성(性) 추문이 알려지면서 그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재외공관 국정감사 기간중...
김 의원은 누구이던가. 그동안 386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왔었고, 당내에서도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왔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당직 개편 이후에는 당 대표의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왔다. 그렇기에 이번 추문은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의 커다란 실망을 낳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사적인 여행도 아니고 해외 국정감사 기간중에 그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은 좀처럼 용인되기 어려운 일이다. 엄격히 말해 국비로 외국에 나가 공무를 수행중인 국회의원이 본분을 잊고 탈선을 한 셈이다. 이러한 정황은 그가 비록 이혼상태이라고는 하나, 그의 행동이 사생활의 범위를 넘어 공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성호 의원의 이번 성추문으로 '386 정치'는 다시 한번 홍역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부 386 정치인들의 광주 룸싸롱 파문으로 386 정치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던데 이어, 386 정치 전체가 다시 한번 여론의 질타를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최근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각당 내부에서 소장개혁파 의원들과 당지도부간에 갈등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이번 추문이 개혁파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개정 노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되기도 한다. 평소 개혁파 정치인들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왔던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은 필경 386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문제삼으며, 이들의 정치적 행동까지도 위축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일로 386 정치 전체가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일은 적절치 못한 일이다. 과거 386 정치인들에게 씌워진 거품이 그들에 대한 기대치를 필요이상으로 높여놓은 현상도 비이성적인 것이었지만, 반대로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386 정치인들 전체가 도매급으로 비난받는 현상 역시 비이성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저마다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 386 정치인들이 하나의 단위가 되어 평가받을 수 있겠는가.
이제 386 정치도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행동을 놓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단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같은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386'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온 우리의 관행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 개인의 잘못이 낳은 추문으로 개혁입법을 위한 모처럼의 공동행동이 위축되거나 약화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개혁입법들의 추진을 위한 공동연대가 한 개인의 문제로 주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다. 이럴 때 일수록 개혁파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겸허히 성찰하되, 심기일전하여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번 추문에 실망했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정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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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시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