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인터넷, 아직은 짝사랑 중...

2001-02-08     박혜경 기자

바야흐로 인터넷을 통해서 북한 관련 소식들이 전파되고 생성되고 있다. 전 세계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는 인터넷 열기 속에 북한의 인터넷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 와 있을까?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오는 4월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 검색엔진에서 '북한'이라는 검색단어를 치면 수 백개의 북한관련 사이트가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인터넷에는 김정일 캐릭터, 인공기 등 북한 관련 인물과 상징물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인터넷을 통해서 북한 관련 소식들이 전파되고 생성되고 있다. 전 세계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는 인터넷 열기 속에 북한의 인터넷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 와 있을까?

북한은 거대한 기업형 인트라넷(사내 전산망+인터넷)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북한은 거대한 기업형 인트라넷(사내 전산망+인터넷) 형식의 폐쇄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광명'이라는 과학기술컴퓨터망을 통해 중앙과학기술정보통보사 김일성 종합대학 인민대학습당 과학원 발명국 등 유수 연구단체와 특정 국가기관이 묶여져 있다고 밝혔다. 이 컴퓨터망을 통해서 대학, 공장, 기업에 위치한 개인 pc는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교환할 수 있다. 또 광명은 백과사전, 상식, 도서, 잡지, 프로그램 등을 e메일로 서비스도 가능하다.

즉 개인용 pc에 '광명'을 설치하면 과학기술자료 검색체계(DB관리 시스템), 컴퓨터 우편체계(e메일 서버), 컴퓨터 소식체계(웹 서버), 홈페이지 검색체계(검색 엔진), 자료전송체계(FTP 서버)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터넷망은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광케이블로 연결된 상태"라며 "북한이 확보한 국가도메인 기호는 kp"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내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는 아직까지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정보수집과 연구개발 등 특정한 범위에서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일본, 중국에 위치한 서버와 연결,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다. 즉 바깥세계에서 북한 내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는 없다.

주인터넷 이용자도 외무성 무역성, 대남기관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국방위원회 산하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무력부, 연구기관인 과학원, 조선콤퓨터센터 등에 소속된 특수업무 종사자나 전문가로 한정되어있다. 북한 일반주민들은 현재 전화보급율이 5%에 불과하고 개인용 pc가 턱없이 부족해 최소한 5년은 지나야 부분적이나마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정보통신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사이버 공간에 나도는 북한 관련 사이트

현재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북한관련 사이트가 북한사람들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 2시간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보기술산업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는 북한이 개설해 운영중인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북한 국기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북한 연월일(예로, 주체90(2001)년 2월 7일)로 날짜를 명시한 사이트 조선 인포뱅크(www.dprkorea.com)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이트는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가 4개국어(영어, 일어, 중국어, 한국어)로 운영하고 있다.

메인 화면과 동시에 '이 웹사이트는 독립적인 상업성 사이트로서 홈페지상의 광고업무도 취급하고 있습니다'라고 팝업 창을 띄운 이 사이트는 정치를 제외한 북한 경제, 사회, 문화, 관광, 무역, 의학,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네티즌들에게 고려항공 배너나 평양 타임즈, 북한 국기 등은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사이트에서는 북한 2001년 달력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하고 있는데, 네티즌은 '백두산', '평양교예', '조선영화' 등 3가지 달력을 선택할 수 있다. 각 주제별 사진들을 통해 북한의 일면을 볼 수도 있어 유용하지만 각 달력 상단에 북한 주체사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찬사가 적혀 있어 다운받을 때 주의를 요구한다.



중앙일보가 운영하고 있는 북한네트(http://nk.joins.com)는 뉴스, 심층해설, 북한DB, 학술정보, 미디어, 커뮤니티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방대한 DB자료와 전문가들을 위한 학술정보, 북한 주민생활을 만화,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생생히 제공하는 미디어 코너가 있다.

지난해 한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던 북한 국호 도메인을 인수, 화제를 모았던 조선 인터넷(www.dprk.com)이 있다. 대북 이벤트 대행사업을 하고 있는 이 사이트는 주로 남북간의 화해무드를 이용하여 대북관련 사업에 대한 기획에서 전시품목 알선 등 특화된 북한전문 이벤트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는 2월 중에 오픈 예정인 북한·통일 전문 인터넷 사이트(www.nkchosun.com)를 준비중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실향기록관을 마련 실향민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이산가족간의 상봉 계기를 위해 공간을 마련 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거는 기대

서울에 테헤란벨리가 있다면 평양에는 대동강 벨리가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정보통신 사업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중심인 인터넷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본질인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은 북한 사회에서 통할 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국경없는 사회'를 모토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사업은 '허가된 국경 없는 사회' 그리고 '일방적 커뮤니케이션'만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올해 북한관련 가장 큰 사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중국 상하이 정보통신 시설에 큰 감명을 받아 인터넷 사업에 상당히 고무적인 상태다. 이럴 때 온라인 사업에서부터 북한과 사업제휴를 얻어 부분적이나마 인터넷을 통해 북한과 남한의 이산가족이 서신왕래나 생존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럴 때 바로 인터넷이 추구하는 '국경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진정 기여하는 것이며, 남북한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통일의 기쁨을 사이버 공간에서 먼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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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