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2001-02-20 박혜경 기자
YS 회고록을 두고 청와대와 상도동이 전면전으로 치닫다가 DJ가 돌연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DJ 비자금'과 관련 YS는 증거를 제시해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렇듯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낮뜨거운 공방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20일 김대중 대통령은 "YS 회고록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해 전현직 대통령간의 전면전으로의 확산은 일단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YS 회고록의 사실 여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DJ, YS와의 전면전에서 돌연 방향 수정
청와대측은 YS 회고록이 발표되자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YS가 김대중 대통령 부분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만 봐도 다른 부분도 알만하다"며 YS의 회고록이 고뇌와 반성이 아닌 사실 왜곡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변인은 "사실왜곡 문제에 대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법적 대응은 YS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법원에 회고록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민주당 김옥두 전 사무총장도 개인 성명을 발표, "좌시하지 않겠다"며, "메모하지 않기로 유명하며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YS가 무엇을 근거로 회고록을 썼단 말이냐"며 폄하하고 나섰다. 이때문에 동교동계가 YS와의 확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었다.
그러나 20일 돌연, 김대중 대통령이 "회고록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지만 그 판단은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고 청와대에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해 청와대와 상도동간의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YS, 청와대의 '법적 대응'에 '탄압'이라고 반발
그러나 김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에 YS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YS측은 그동안 청와대의 '법적 대응 방침'이 알려지면서 거세게 반발해왔다. 박종웅 의원은 성명을 통해 "현 정권이 김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전방위 탄압을 가해오고 있는 데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진실만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박 의원은 "DJ 비자금 관련 기술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증인과 증거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반면, YS 회고록이 발표되면서 이회창 총재에 대한 내용에 언짢은 기색을 보이던 한나라당 역시 한층 누그러진 표정을 보이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회고록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와 상도동간의 난타전으로 '3김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양김의 싸움을 즐기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굳이 YS와 대립각을 세워 사이를 더욱 벌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역사 앞에 증거를 제시해야
회고록이 정치 논쟁거리로 비화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YS 회고록은 다분히 현직 대통령과 야당 총재를 비하시키거나 비리를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고록에서 언급한 'DJ 비자금' 문제는 97년 대선 때부터 계속돼 왔던 논란거리였다는 점이다. '안기부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YS는 계속해서 'DJ 비자금'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그러나 DJ비자금 사건은 단순한 전현직 대통령의 진흙탕 싸움이되거나 정치적 봉합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국가적 사건이며 따라서 그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말로서가 아니라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와 증인을 공개함으로써 더 이상 지루한 논란으로 끌고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YS가 객관적인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회고록'의 형식을 빌어 'DJ 비자금' 문제을 무기로 DJ와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이후 YS 회고록에 대한 대응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은 또다시 얼버무리듯 마무리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역사 앞에 증거를 공개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공방을 중단하고 대내외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