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대선 후보 시리즈(1) 김중권 민주당대표
2001-02-21 박혜경 기자
아직 2년이 남은 16대대선이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매우 활발하다. 올 상반기를 넘어서며 이들의 활동은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대선후보군 첫 인물로 '김중권 민주당대표'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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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심을 업고 김대표의 당장악력, 후보경쟁력 상승기류
김중권 대표최고위원은 5,6공과 YS정권을 거치면서 민정당, 민자당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실장등을 지냈고 이후 15대대선 전 DJ와 함께하면서 국민의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으로 재직기간 내내 옷로비사건 등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99년 11월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 이듬해 4.13총선에서 고향인 경북 봉화-울진 선거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벽을 넘지 못하고 민주당의 동진정책의 실험대는 불과 16표 차이로 낙마했다. 이른바 DJ당 간판으로는 최고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14대 이후 내리 3연패로 패배의 충격은 컸다.
그러나 8.30 민주당 전당대회를 재기의 무대로 활용했다. 그는 '동서화합의 다리가 되어 정권재창출의 디딤돌이 되겠다'를 출사표로 내세우며 최고위원 경선캠페인을 벌였고 원외라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넘어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더니 급기야 대표최고위원에까지 올랐고, 원외로는 유일하게 대권후보군에 오르는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강한 여당, 강한 정부'를 주장하며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겠다'는 김중권 대표최고위원이 했던 첫 사업은 'DJP공조복원'을 통한 강한 여당만들기였다. 그 때문에 '이적의원'의 거센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자민련 교섭단체와 DJP공조 복원을 실현시켜내어 외형적으로는 '강한 여당'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 강한 여당론이 대야관계에서는 매우 대립적이고 공세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새해벽두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연루의혹을 제기하여 정국주도권을 잡았고 어느정도는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있다.
또한 당내에서도 다른 대권주자들과 달리 사설캠프 하나없이 공조직만으로 집권여당답게 당의 위상을 확고히 하였다. 김대표는 당내인사들의 포용에 주안점을 두고 사무처직원들과도 격의없는 의사소통을 하는 자리를 자주 만드는 등 '김중권식 리더십'은 이제 시험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그의 파워는 2월 1일 신년기자 회견장에 한화갑, 이인제 최고위원은 물론 모든 최고위원이 100% 배석하는 등 역대 누구보다도 위력을 발했다.
DJ와 공생의 길 선택
김중권대표가 DJ의 신임이상의 총애를 받게 된 것은 92년 11월 노태우 전대통령이 당시 김중권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심부름을 시켜 당시 김대중 민주당 대표에게 20억을 전달하게 한 사건 이후 맺어진 신의때문이다. 96년 4.11총선에서 강삼재 사무총장이 20억+α 의혹을 제기했을 때 김대표는 굳게 입을 다물어 DJ의 강한 신뢰를 얻게 되었다. 97년 11월 DJ는 김대표에게 "당에 들어와서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김대표는 대선기간 '대선자문회의'의장을 맡아 'DJ대통령만들기'에 헌신했다.
김대통령은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식을 위해 민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중권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잘해가야..."로 연설을 시작해 "김중권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잘해주길 바란다."로 끝을 맺은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전폭적인 힘 실어주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정치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은 김대표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상태"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연말 당직자 인선시에도 정와대 정무수석실은 김대표안과 별도의 인선 안을 만들어 올렸지만 결과는 김대표 인선안의 100% 수용이었다.
이렇듯 DJ의 전폭적 신임을 얻고 출발한 김중권 대표체제는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 통치구상은 물론 차기대권 구상과 직결된다. 김대통령은 임기말까지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권재창출을 이루어 내야 하는 구상속에서 '강한 여당' '여당다운 여당'을 주장한 김대표를 발탁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강한 여당'과 TK의 구여권을 기반으로 한 김대표가 차기대선까지 그 정치생명을 연장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점점 부풀어지는 TK연합론
민주당이 16대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위한「TK연합론」의 근거는 「DJP연합 + α」가 절실하고 'α는 TK'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DJP연합 + TK」를 통해 지역통합적인 정권재창출을 하겠다는 것이 바로 DJ의 뜻이라고 전해진다. 즉, TK에서 20%대의 지지를 획득하면 대선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김중권 대표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다.
김대표는 JP와의 관계에 있어서 당내 누구보다도 원만하다. 김중권 대표최고위원이 되자마자 자민련은 환영을 하였고, 김대표는 자민련과의 공조를 단번에 복원했으며 자민련 교섭단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김대표는 DJP를 지속시킬 수 있는 범보수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표는 "차기대권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속마음을 드러내길 꺼려한다."지금으로서는 여당을 여당답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로 4대 개혁을 완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교과서적인 얘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발언이나 모습과는 달리 사실상 김대표는 대선깃발을 이미 꽂고 나섰다. 지난 민주당 의원연수에서는 '이제는 정권재창출'이라면서 대선준비를 공공연하게 밝혔고, 또 330만명 당원확보문건, 반여 언론문건등 당차원에서 대선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김대표의 대선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인 울진, 봉화에서 '금의환향'의 대접을 받으면서 수십차례의 강연을 했으며 또한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jk21.net)는 이미 대선사이트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김대표 대권후보 길의 몇가지 문제점
TK후보, DJ의 강력한 신임, 당 장악력, 구여권 보수층의 지지라는 대선 후보로서는 매우 유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김대표이지만 그의 대선가도가 그다지 탄탄하지만은 않다. 어떤 문제가 김대표가 넘어야 할 산인가.
① TK가 과연 김대표를 TK의 차기주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우선, TK주자인 김대표가 과연 30년을 집권해온 'TK의 자존심을 지켜줄 인물'로 TK에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김대표의 후보결정에 1차적 관건이 될 것이다.
김대표는 전두환·노태우 전직대통령과의 관계를 볼때는 TK정치권의 상층부 여론은 김대표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장기표 민국당 최고위원이 '여권 차기 후보로 김대표가 유력하다'는 발언이나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김대표가 여당후보가 되면 영남지역의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은 TK상층부의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TK의 바닥민심이다. 반DJ정서가 역사적으로 뿌리깊에 박혀있는 TK지역민심이 과연 'DJ밑에 있는 김대표'를 TK의 차기주자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② 동교동과 불편한 김대표가 동교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여권 후보는 동교동계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대표는 反權파동의 결과로 되었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그러나 이 구동교동과의 대립적인 약점을 한화갑 최고위원 중심의 신동교동과의 연대로 풀어가고 있다. 한화갑 최고는 '영호남 연대'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계속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영남후보군인 김대표와 연대하고 있다.
김대표와 한최고위원간의 관계는 김대중 정부 초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수행할 때부터 크고 작은 사안들의 협력관계가 부단히 이어져온 결과인 것이다. 전혀 이질적인 당에 발을 들여놓은 김중권 비서실장은 당내에 우군이 절대 필요했고, 한 최고위원이 총무와 총장을 지내면서 김실장의 협력자가 되었던 것이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때도 한 최고위원진영의 도움이 없었다면 2위 이인제 최고위원에 비해 불과 93표 모자라는 김대표의 경선 3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최고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와의 동맹관계가 김대표의 당안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교동계가 김대표를 정권재창출을 해낼 인물로 판단하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현재의 김대표와 동교동 신주류 즉 한화갑 최고위원과의 제휴관계가 하루아침에 DJ의 낙점으로 연결될 수는 없다. 당권장악을 위한 한시적인 김대표와 신동교동과의 연대가 대선까지 이어지려면 '당선가능성'과 'DJ를 배신하지 않을 인물'이라는 확신을 동교동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③ 과연 김대표가 이회창총재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인가
김대표진영에서는 TK출신 여권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가장 두려워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 TK표를 분할시키고 DJP표를 모은다면 충분히 이총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김대표가 이총재의 '득표분할후보'라는 것이다.
때문에, 영남표 분할 특히 한나라당의 기반인 TK표 분할의 최대적수인 김대표의 등장은 이총재에게 큰 부담이었고 김대표임명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대표 역시 이총재를 꺾지않고는 자신의 대권행보가 불투명해진다는 사실때문에 김대표는 대표가 되면서 줄곧 '對이회창 공격'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김대표가 들어서면서 한나라당과 협력과 상생의 정치보다는 대립과 상극의 정치가 펼쳐진 것도 사실상 김대표의 대선행보때문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총재와 한나라당을 강하게 코너로 밀어붙이고 이총재 기반을 붕괴시키려하자 한나라당은 '對김중권 전략'으로 '최병렬 수석부총재'를 김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워 김대표를 대통령급에서 실무적인 관리인으로 격하시킨다는 전략도 세워보았지만 최부총재의 고사로 실패했다고 한다.
또한 김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의 분열을 재촉할 촉매제 역할을 하여 TK지역의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탈당하는 의원이 속출하고 곧바로 PK지역 출신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탈당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며 분석도 정치권에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총재진영에서는 매우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표의 'TK 분할론'은 정치공학적 시나리오상으로는 타당한 계산이나 문제는 김대표의 대중지지도가 매우 떨어지고 TK에서의 득표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대중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은 일찍부터 자신만이 이총재의 대항마라고 주장하며 PK와 충청권의 표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김대표 대선행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
현재 정치권주변에서는 만약 DJ가 김대표를 의도적으로 키우고 차기대선후보로까지 세운다면 이에 반발한 이인제 최고위원은 또다시 당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최고위원이 탈당후 독자적으로 출마하게 된다면 이회창-이인제-김중권 구도로서 영남은 분열되고 여권은 필승한다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기 때문에 김대표의 시나리오가 과연 현실화될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이다.
④ 과거 정권의 꼬리표를 달고, 민주당 정통성을 잇는 비전을 제시하여 21세기형 리더가 될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가장 취약한 점이 과거의 인물이라는 김대표의 꼬리표이다. 과거 5,6공 정권부터 권력의 양지에서만 있었던 김대표에 대한 민주당내에서의 반발과 개혁그룹의 반발이 문제다. 정권초기의 의원빼가기와 총풍, 세풍 등을 주도한 공작정치적 이미지가 강하며 5,6공의 구시대 정치인이며 변신에 능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그에게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더구나 김대표는 김대통령의 신임 외에 정치권에 자기기반이 없다는 것 또한 김대표의 불안한 점이다. 이 때문에 대표취임시부터 노무현 장관으로부터 기회주의자라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당내 개혁그룹으로부터의 견제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 당내외로부터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공격을 받을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김대표의 과거 때문에 김대표가 과연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갈 인물인지, 또 개혁세력, 민주세력의 정통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민주당 지지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 또 16대대선의 화두가 될 21세기형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그 역할을 다할 인물인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영남후보 경쟁력이나 당장악력, DJ신임에 앞서있는 김대표이지만 대중적지지도는 매우 낮게 나오고 있다.
한겨레 2/12의 여론조사는 이회창총재와의 대결에서 이인제최고위원은 39.4% : 43.4%로 앞서고 있고 이회창총재 대 노무현장관은 43.3% : 34.7%인데 비해 이회창총재 : 김중권대표는 47.8% : 23.4%로 이위원, 노장관보다는 뒤지고 있다. 현재 김대표의 대중지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결과이다.
한마디로 현재 민주당 지지층들은 김대표보다는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노무현장관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 지지도의 열세는 바로 김대표의 '전력'에서 오는 그의 '정치적 칼러'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상층부의 정치구도상 유리한 김대표의 칼러가 대중지지도에서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이 바로 김대표가 극복해내야 할 최대과제인 것이다.
⑤ 이인제, 노무현을 당내에 묶어두고, 개혁세력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김대표에게 있어서 당내 최대 위협요인은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장관의 탈당과 그에 따른 개혁세력들의 이탈이다. 과연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장관을 당에 묶어 둘수 있을 것인가.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장관은 PK의 영남후보의 경쟁력과 개혁그룹의 지지를 동시에 내세우고 있으며, 특히 이최고위원의 경우는 충청권의 차기주자로서 충청표를 또하나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TK출신이라는 태생적 이점을 갖고 있는 김대표에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 진영은 긴장하며 김대표를 항상 견제하고 있다. 겉으론 당이 우선이기 때문에 김대표의 행보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나 속으로는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며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장관 또한 영남후보론에는 편승하지만 김대표에게는 '기회주의자'라고 각을 세우고 민주당 대표국회연설을 한 한화갑 최고위원에게는 '지도자의 자질이 엿보이는 연설이었다'고 극찬하는 등 차기대권에 대한 행보를 현실화시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젊은 소장파들은 단지 당지도부에 대한 비판뿐만아니라 여야 크로스보팅의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개혁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하여 김대표 행보에 점점 더 장애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불어 16대대선의 이슈가 될 '3김청산'을 이총재가 선점할 것이고 그렇게 될 때 김대표는 자연스럽게 '3김 구시대정치'의 인물로 이미지가 각인되게 될 것이다. 과연 이 이슈대결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김대표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김대표의 대선가도는 아직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있다. 김대표의 대선행보는 시간이 갈수록 보다 더 구체화되겠지만 지적한 이상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김대표 대선전략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응석기자 (wina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