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최고, JP에게 "학생운동 선배님"

2001-02-23     박혜경 기자

김근태 최고위원이 JP에게 '학생운동 선배'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어리둥절해 하고있다. 대선을 염두에 두었다고는 하나 개혁대표주자라는 김최고가 JP에 대한 예우로는 지나쳤다는 반응인데...

개혁세력의 대표주자격인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JP와 만나 '학생운동권 선배' 운운한 말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22일 '차기대선 주자'로 나설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이러한 말을 두고 "대선전략의 한 일환이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학생운동의 선배님"

김 최고위원은 이날 “김 명예총재는 서울사대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셨던 분”이라며 “따지고 보면 오늘 학생운동의 선배님을 모신 것”이라고 JP를 `운동권 선배'로 예우했다.

이러한 김 최고위원의 JP에 대한 '운동권 선배' 예우에 시민단체나 개혁진영에서는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중앙정보부장을 지냈고 유신독재의 핵심 인물로 민주세력을 탄압을 주도했고, 부패한 정치인으로 지목됨과 아울러 원조보수를 자임하고 있는 JP에게 굳이 '운동권 선배' 운운하며 치켜세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김최고위원이 정치권에 입문한 동기는 바로 '개혁세력'의 대표의 자격이었음을 볼때 이 발언은 자신의 정치동기인 '개혁'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네티즌들도 김 최고의 개혁성향이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적 반응이 많다.

김 최고위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한 지지자는 "김 최고는 JP가 썩은 정치인 1호임을 알아야 하고, DJ가 잘못 낀 첫 단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권오진씨는 김 최고가 때를 묻히기 시작했다며 "대권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는 생각이냐"며 비난하고 나섰다.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JP를 끌어들이려고 아부를 너무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개혁세력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충고도 많았다.

이렇듯 개혁을 갈구하는 네티즌들이나 지지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JP에 대한 '학생운동 선배' 운운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측, 분위기 살리기 위한 가벼운 인사말

한편, 김근태 최고위원 측에서는 JP와의 만남을 차기 대선에 결부시키는 것을 꺼려했다. 김 최고위원 한 측근은 "JP와의 만남은 DJP 공조를 공고히 하고, '개혁 완수'라는 민주당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정국타개책에 대한 의견 교환 자리였다"고 밝혔다.

또 "'학생운동 선배'라는 말도 만찬 모두에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가벼운 인사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5.16 쿠데타 당시 미국을 골치 아프게 했던 인물이 2명 있었는데, 그 2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와 JP 였다는 후문이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남로당출신으로 좌익세력에 가담했었던 인물이고, JP는 대학시절 좌익이념에 심취한 운동권 학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JP가 학생시절의 개혁적인 마인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정치에서는 극단적인 보수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보수의 최대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던 것은 세상이 다아는 일이다. 또한 누구보다 JP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기에 더욱 혼란스러운 것이다.

김 최고위원 홈페이지의 한 네티즌은 '정치인으로서 현존하고 있는 보수세력을 등한시해서도 안되고, JP와 한번 만난 것을 가지고 확대 해석해서도 안된다'며 김 최고를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단순한 정치인 한사람이 아니라 개혁정치를 하겠다고 개혁세력의 대표성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고, 또 개혁대표로서 차기대권주자라는 사실때문이다.

개혁과 보수 양날개론-김 최고의 대선전략

김 최고위원 측이 JP와의 만남을 정국타개책의 일환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전략의 한 일환으로 보수진영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김최고위원이 DJ 집권 이후 보수와 개혁 양날개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JP 총리론을 앞서 제기했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DJP 공조 강화 및 합당을 통한 JP 총재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번 발언도 그 연속선상에서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최고위원은 급진적 이미지로 편향된 자신의 이미지가 보수진영에 거부감을 주게되면 대권도전에 많은 제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DJ 뿐만 아니라 YS, JP 등 3김이 거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보를 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연초 상도동으로 YS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즉, 보수와 개혁을 모두 껴안은 DJ의 좌우양날개론에 입각해 여권후보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최고, 개혁세력의 대표자 입장에서 대권에 도전해야

그러나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의 대선전략을 한편으로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김 최고위원이 보수진영을 껴안는데 열중한 나머지 개혁세력의 대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을 지지했던 개혁세력들이 다음 대선에서도 그대로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오판이다. DJP공조, 개혁후퇴등으로 상당히 개혁표가 이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김대표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보수화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의 개혁정체성을 찾거나 대야 관계에서도 김 최고위원의 얼굴인 개혁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개혁세력의 결집과 2-30대의 지지층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진영을 포용하는 것도 이러한 자기중심이 선 후 추진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장기표선배 역시 3김청산이라는 논리로 민국당에 입당하였고 이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거전략이란 미명하에 자신의 최대의 강점,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유권자가 무엇을 바라는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 선거전략의 시작이다. 지금 유권자가 과연 김최고위원에게 보수적 행보를 원하고 있는지 반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여당 대선후보'의 한명으로 대선을 준비하느냐 아니면 '개혁세력의 대표자'로서 준비되느냐를 선택해야 할 시기에 온 것 같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