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3년 점검(1) 햇볕정책

2001-02-23     박혜경 기자

DJ정책중 국민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햇볕정책, 그러나 국내외적 상황변화에 따라 햇볕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DJ의 햇볕정책을 총점검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보았다.

DJ정부 정책중 가장 높은 점수 받은 햇볕정책

98년 천혜고도 금강산 관광의 뱃길이 열리면서 남북의 막힌 뱃길이 열렸다. 지난해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이후 남북 양측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말 그대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공동선언 이행'을 총괄 조정하는 장관급회담이 4차례나 열렸고, 세계를 울린 반세기만의 눈물의 상봉 남북이산가족 만남이 2차례나 이루어져 응어리진 민족의 한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남북경협실무회담과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등 21세기 들어서면서 세계 유일한 분단국 한반도는 너무나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또한 조명록 북한 차수가 '원쑤의 나라'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을 방문하고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북한 김정일위원장과 만나는 등 최대의 적성국 북미관계가 해빙무드를 탔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남북, 북미간의 해빙무드는 북한이 유럽과 수교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 동토의 땅 한반도에 '햇볕'이 쬐이면서 한반도의 얼음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었으며 김대통령은 마침내 세계 노벨평화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이 때문에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직후의 국민여론은 80-90%가 햇볕정책을 지지하였다. 김대중정부가 이렇듯 온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아마 햇볕정책이 유일무이하지 않을까한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년간 김대통령이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을 묻는 질문에 '남북대화'(34.2%)가 단연 1위로 꼽혔다. 대북정책은 직무수행 평가에서 유일하게 취임 2주년 때의 조사보다 점수가 올라갔다. 그 만큼 국민들은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서는 취임 2주년 68.3%, 3주년에 52.6%로 남북대화와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북정책에서의 성취는 인정하지만 경제악화로 인한 고통이 더 크고 심각하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현대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6.0%가 통일보다는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발표가 보여주듯이 아직은 통일보다 '한반도의 평화구축'이 더 시급한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화해 분위기는 4-5월경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질적인 일대전환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위원장이 중국 상하이 방문이후 북한을 개방과 개혁 노선으로 이끌겠다고 하여 남북관계는 더욱 해빙무드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남북경협 및 남북군사실무회담



반세기동안 가슴에만 쌓아둔 한을 안고 살았던 「남북이산가족」들이 두 차례 서울과 평양을 교환 방문해 눈물의 상봉으로 그 한을 풀었다. 현재 준비중인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2월 26~28일) 행사는 지난해 11월 2차 방문단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치뤄질 전망이다. 김대통령 역시 '8·15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본 뒤 "대통령이 된 보람을 느낀다"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신교환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등 일상적인 가족 상봉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산가족 상봉대상에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포함되지 않아 아직은 완전한 민족적 상봉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케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국군 포로 및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거부한 상태이다.

'대북 인도주의 사업'은 이산가족 상봉이외에 식량난을 겪고있는 북한에 '식량지원'등이 추진되었다. 현 정부 출범직후인 북한에 지원된 식량과 비료규모는 모두 2천76억1천만원에 이르러 91년이후 대북지원규모 4천835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치이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에서는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식 대북정책'이라는 불만의 여론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남북경협」은 89년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공동개발등 경협사업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이후 의류등 단순제품 위탁가공사업, 남포공단 건설에 이어 98년 대북사업 정경분리와 햇볕정책을 발표한 이후 급속도로 발전해 갔다. 2000년 1차 남북경제협력 실무접촉이 시작된 이후 올해는 첫 남북경제협력 추진회의가 열렸다.
현재 남북 경협은 개성공단 사업, 경의선 연결공사, 경수로 건설지원사업,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대북 전력지원사업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초기 위탁가공무역에서 최근에는 전기, 전자와 자동차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현재 남북 교육은 작년 4억달러를 돌파하였으며 전년대비 27.5%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작년 12월에 열린 4차 장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경협과 관련하여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해결 절차 등 4개분야에 남북이 합의하여 그동한 미비했던 남북경협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뿐만아니라 김위원장의 상하이 견학이후 북한에 불어올 개혁,개방 물결로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경협에는 경수로 건설지원문제, 전력지원사업등에서 국내반발이 심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작년 9월 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작년 11월 1차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린 이후 올해 2월까지 5차례의 실무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이 남북군사실무회담은 경협이나 이산가족문제 처럼 쉽게 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여러차례 난항을 겪고 있다. 주한미군철수문제, 주적개념, 북한 미사일 개발문제등이 큰 난제이다. 그러나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에 필요한 법적 기초인 'DMZ 공동규칙안' 41개항은 완전합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올 2월말 또는 3월초에 예정된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은 '주적개념'을 이유로 일단 북한이 연기입장을 표명하고 있을뿐만아니라 '주적개념'을 폐지하는 것은 국내 보수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폐지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난제로 남아있다.

또한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노선이 남북 군사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사다. 북한은 현재 부시가 NMD구축등 대북 강경정책을 계속 밀고나갈 경우 북한의 미사일 개발 중지를 약속했던 제네바 협의를 파기하겠다는 경고장까지 보낸 상태이다.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에 남북군사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딜레마에 빠진 DJ 햇볕정책

국내외 상황변화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진행되었던 햇볕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수세력들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고, 경제위기로 국민적 불만 또한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힘의 외교'를 표방하고 나선 부시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남남갈등'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진영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상호주의 원칙', '국가보안법 개정' 및 '주적개념'등 보수, 개혁진영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론에 힘입어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의 조치없이 경협을 진전시키는 것은 북한에게 군자금을 대주는 격"이라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자민련은 '노동당 법이 개정되어도 국가보안법 개정에는 반대한다.'고 하였으며 한나라당 김용갑의원은 민주당을 '노동당 2중대로까지 공격하였다.

북측은 지난 5차 군사실무회담에서 "주적개념이 바뀌지 않으면 국방장관회담은 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하였다.
이에 한나라당은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하며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등 명백한 위협이 상존하는 이상 주적개념을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의 경우 '세계 대다수 국가가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 관계를 개선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평화협정 정착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보수세력들의 반발에 여야 개혁의원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한 크로스보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이부영부총재는 '보혁의 사상논쟁'을 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또한 IMF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 퍼주기식 지원'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에 부딪혔다. 북한에만 매달리다가 내치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후 대북관계 후속조치로 바쁜 정부가 경제개혁이나 구조조정은 뒷전으로 미루었고 남북경협이나 대북지원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중앙일보와 한국통일포럼이 조사한 '국민 통일의식'여론 조사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78.9%가 지속적인 추진에 긍정적으로 답변하면서도 대북 협상과정에서 지나친 저자세 대해서는 72.2%가 비판적 태도를 보여 우리 정부가 북측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이렇듯 50년만에 풀려가는 남북관계는 이제 단지 남북관계로서가 아니라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부시행정부 등장과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계기로 이 남남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며 따라서 DJ의 햇볕정책이 남남갈등 해소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힘의 외교'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얼어붙어가는 북미관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강경기조를 유지해온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의 대북 햇볕정책은 용어 자체부터 '포용정책'으로 바꾸라는 아미티지 미 국무부 장관 발언과 더불어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과 이라크 등 '깡패국가' 반열에 있는 북한은 미국의 NMD구축 추진으로 더욱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지난 7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파월 미국무장관이 북-미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 미사일 협상 타결 △ 미사일 협상 타결 결과 이행에 대한 철저한 검증 △ 재래식 무기 감축 등 3가지를 요구한 상태이다. 또한 경수로 건설을 화력발전소로 바꿀 것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며 경수로 건설지원에 미사일 개발과 연계해 놓고 있다. 한마디로 '투명성 없이는 지원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을 시사하는 만큼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수정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다. 김 대통령 역시 "북·미간의 미사일 문제 등 안보환경 개선에 대한 합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평화와 교류협력이 정착돼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려면 특히 북·미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한미 관계의 현안으로 될 NMD(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대한 미사일 또는 핵위협의 발원지로 극동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NMD체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의 적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1차적인 대상은 북한이다. 미국은 핵위협에 대해 1차적으로 미국·일본·대만·한국이 참여하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로 막고, 2차적으로 미국을 향해 날라오는 미사일은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로 막아 자국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책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으로 북한을 적대적 존재로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중-러 연합전선을 압도하고 나아가 군산복합체의 기득권을 유지, 침체국면에 있는 경기를 전쟁경제를 가동 벗어나려는 의도까지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대중, 대러의 강경노선으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항미연대'를 구축해 놓은 상태이며 제네바협정 파기선언 가능성도 강력히 피력해 놓은 상태이다. '미국 보수'의 상징으로 과시한 2차례의 이라크 공습은 현 부시행정부가 어떻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지금의 햇볕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김정일 서울 답방...

DJ의 햇볕정책은 그 동안 남북관계의 가시적 성과물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주의와 주변 열강들의 주도권 다툼에 휘말려 희생되지 않고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햇빛을 보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우선 민족내부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작업을 한층 속도감 있고 규모 있게 진전시켜야 한다. 단시일 내에 한미 공조가 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더욱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로 남남간의 합의 도출도 분명히 해야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내 갈등과 한나라당과의 대북 정책 조율, 그리고 실업자 문제 등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 해낼 수 있는 지속적인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이 남남갈등의 증폭이 된다면 그것은 남북화해의 길이 아닐 것이다. 민족적 화해와 국민적 화합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추진의 유연성이 필요할 때이다.

셋째로 한반도 화해협력 분위기의 지속·강화를 위해 북미관계의 중재자로서 대미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개발문제,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등을 풀어내야 할 것이다.

3월 한미정상회담과 4-5월경의 김정일 위원장 서울방문은 남북관계뿐만아니라 한반도 정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건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세계가 김대통령의 외교력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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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