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장 선거, 이인제의 선택은?
2001-03-09 박혜경 기자
논산시장 연합공천을 두고 이인제의 고심이 깊다. JP에 굴복해 '3김극복'이미지를 훼손하느냐, 연합공천 거부로 낙인이 찍히느냐, 갈림길에 놓인 이최고의 선택은? 일단 측근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가에서는 JP와의 관계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 최고가 논산시장 공천권을 자민련에 양보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큰일(대권)을 위해 작은일(논산시장 공천)을 양보해 양 金心을 얻어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확고하게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 최고는 공동정권의 2인자인 JP를 등에 업고 金心을 얻는데 주력할 것이냐, 아니면 '3김 극복'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냐, 또 '서산의 지는 해'인 JP와의 투쟁으로 충청권의 맹주자리를 쟁취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논산시장 공천을 둘러싼 이 최고와 JP의 미묘한 신경전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산시장 자민련 몫에 이인제 측근들 반발
이 최고의 측근인 충청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이 "연합공천을 할 경우 충남 논산은 양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송천영(대전 동), 김창수(대전 대덕)위원장 등 9명은 "전임 시장이 민주당이고, 이인제 최고위원 지역구이며, 이 지역 지지도도 민주당이 선두인 만큼 공천권은 민주당이 행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탈당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예사롭지 않은 발언이다.
이와 관련 이 최고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내년 전국적인 지방선거 및 양당간 공조와 관련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 내년 지방선거 연합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논산시장 연합공천을 두고 일부가 반발하고 나서자 여권 지도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자민련은 노골적으로 논산시장 선거에 자민련 후보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고, 충청지역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최고, 일단 JP를 등에 업자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최고가 'JP와 협상'을 벌이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이 최고가 JP와의 관계복원을 희망하며 만날 것을 주문했지만, JP는 이 최고를 피하기만 했다. 지난 부시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최고가 JP를 찾아갔지만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이 최고는 JP와의 관계복원을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JP가 이 최고와의 만남을 피하는 가장 근본 이유는 '충청맹주'자리문제이다. 때문에 JP는 이최고의 대중적 지지도는 인정하면서도 그와의 만남에 매우 부정적이고 향후에도 일정정도의 갈등관계를 유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최고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JP와의 만남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대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자신의 '3김극복,세대교체'이미지보다는 'JP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이최고가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이최고가 이번 논산선거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가에서는 JP와의 협상을 위한 '계획된 반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JP에 밀려 논산시장 후보에 자민련 공천을 마지못해 받아들는 모습을 보일 경우, JP와의 관계 복원도 어려워지고, 또 자신의 지역구도 놓쳐버리게 되어 충청지역의 대표로서의 이미지도 손상되는 형국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최고는 논산시장 공천을 무기로 JP와의 관계복원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자신의 이미지'도 살리면서 'JP를 등에 업을 수'도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JP에게 굴복하는 모습은 보일 수 없어
그러나 현재 여권 권력핵심으로부터 소외돼 '대중속으로'를 기치로 내걸며 대중정치를 펴고있는 이 최고는 JP에 항복하는 형식은 곧바로 '3김 극복과 세대교체'라는 자신의 이미지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현재 충청지역의 바닥정서는 JP에 대한 지지도가 극히 미미한 상태이고, 이 최고를 충청지역을 대표할 대선 주자로 꼽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DJP 공조가 차기 대선까지 갈지의 여부도 불명확한 가운데, JP에게 굴복하는 모습은 이 최고의 이후 행보에 많은 제약을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이렇듯 논산시장 공천을 둘러싸고 이 최고측과 JP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택은 이 최고에게 있다.
JP에게 항복하고 양 金心을 얻는 데 주력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 자신의 행보를 유지하면서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대선레이스를 펼칠 것이냐를 두고 이 최고는 여러 가지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논산시장 보궐선거는 '이인제 대선전략의 첫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