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여야 비방전

2001-03-13     박혜경 기자

여야 비방전이 뜨겁다. 한나라당이「DJP야합정권의 후안무치 10選」을 발표하자, 민주당도 즉각「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아전인수 10選」으로 응수했는데...(양당논평10선수록)

여야 비방전이 그 도를 지나치고 있다. 지난 11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변인실이 그동안 진행됐던 여야 설전의 '종합판'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의 설화사건 등 말꼬리를 잡거나 비하시키는 「DJP야합정권의 후안무치(厚顔無恥) 10選」을 발표하자, 민주당도 즉각 그동안 이총재 및 그 측근에 대한 논평을 묶어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아전인수 10選」으로 응수했다.

지난해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서는 한해 동안 양당이 주고받은 수준 이하의 저질 성명, 논평 10선을 선정해 보도하기도 했는데, 국민들은 올해 들어서는 양당이 수준을 높이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지없이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저질 비난·비방전 터뜨린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권력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나?'라는 부제를 단 논평에서 '새해들어 의원임대차사기극, 안풍, 언풍을 빌미삼은 완력정치를 자행하면서 체면 차리지 않는 꼴불견 작태도 더욱 극성이고 낮뜨거운 대권병 행각, 사기행각, 치정행각까지 벌여 놓고도 부끄러운지 모르는 후안무치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론에 들어가서는 △자민련 조희욱 의원 기자회견(3.8)-권력 나눠먹기 때문에 장관직 암거래까지 성행 △이인제 최고위원 경북대 총장 후원회장 영입(3.5)-교육계까지 물들여 놓은 뻔뻔한 민주경선 파괴자 △DJ 국민과의 대화(3.1)-가희 허공과의 대화'란 말이 실감 △김성호 대표비서실장 국감중 불륜 물의(2.8)-참회는 커녕 '사생활'이라고 강변하는 철면피 △노무현 장관 '동국대 비하' 폭언 자행(2.7)-대권에만 집착해 막말을 일삼는 떠벌이 정치꾼 등 여당 정치인들을 철저히 비하시키고 있다.

이 논평을 장식하는 용어도 '정상배다운 배짱, 돈 심부름꾼, 파렴치 사기꾼, 철면피, 떠벌이 정치꾼' 등 막말을 여과 없이 쓰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제1당의 표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비판이라기 보다는 저질 비난·비방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민주당도 뒤질세라 이에 가세

민주당도 참을 수 없다는 듯 '대권에 눈이 멀면 사물이 거꾸로 보이는가'라는 부제를 달아 논평을 내, '한나라당이 새해 들어 안기부 예산횡령 사건으로 국민 비난이 고조되고 이총재의 지지도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자 초조한 나머지 좌충우돌식 행태를 보이고, 지역감정 조장 및 국민 편가르기를 통해 오로지 한사람의 대권욕을 충족시키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기부예산 횡령·강삼재 방탄국회-남에게는 법대로 자신들은 멋대로 △이총재 YS 찾아감(1.29)-평소에는 3김청산, 급하면 삼고초려(?) △이총재 '주류론' 제기(2.10)-국민들을 편갈라 특정지역, 특정계층을 결부시키는 얄팍한 계산 △최병렬 부총재의 학벌론 제기(2.13)-양반 상놈 나누는 지극히 잘못된 우월의식의 발로 △한나라당 대변인실 저질논평 난무-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닌 것 등 이총재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인식을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2월 초 김중권 대표가 '무파행 선언'을 한데 이어 김영환 대변인은 야당을 행해 '무저질 제안'을 했는데, 새로운 모습 창출에는 기대밖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판을 통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문화를 기대하며

여야 비방전으로 지난달 2월 14일 3당 원내총무가 합의한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정치대혁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도 1개월만에 깨지고 말았다.

이는 그동안 여야가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이나 선언은 국민을 중심으로 정치를 풀어나가겠다는 것보다는 자기중심적 가치에 의한 립서비스였다는 것의 반증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경제불안, 실업문제, 교육문제 등 산적한 국정현안이 발 앞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비방전을 벌이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방전으로 일관하는 정치권이 "과연 네티즌들의 욕설·비방을 문제삼을 수 있겠는가"라는 반문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거창한 정책적 오류나 정치지형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권의 문화와 풍토에서 기인하는 것도 크다는 것을 여야 정치인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민 생활에 근거한 비판다운 비판을 통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논쟁을 벌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아전인수 10選(민주당)

DJP야합정권의 厚顔無恥 10選(한나라당)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