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최고, 인위적 정계개편시 중대결단 시사
2001-03-20 박혜경 기자
JP의 킹메이커론이 부상됨에 따라 가장 고심에 빠진 사람은 이인제 최고위원. 그는 최근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인위적 정계개편시 중대결단을 할 것이라는 데...
특히 국민적 지지도에서 단연 앞서면서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측에서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인위적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의 관계개선 노력을 외면한 JP
지난 총선에서 '지는 해' 발언으로 JP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 최고위원은 DJP 공조 복원 이후 JP와의 만남에 공을 들였다. 이는 국민적 지지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자신과 충청권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JP와의 만남 그 자체가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호텔로 찾아가기도 했고, "논산시장 연합공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JP와 만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논산시장 공천 양보'도 암시했다.
이러한 이 최고위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JP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냉랭한 관계가 계속돼 왔다. 급기야는 지난 3월 16일 DJP 회동 직후 '킹메이커' 역할을 공개적으로 자임하면서 "'서드샷'까지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4.26 보궐선거에서의 논산시장 연합공천과 관련 이 최고위원과의 만남도 거부하고 나섰다.
JP에 준 DJ의 선물은?
이러한 JP의 반응에 대해 정치권은 "JP가 굳이 벌써부터 이 최고위원을 만나 그의 위상을 높여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의 위상이 상승할 경우 JP가 '킹메이커'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 최고위원의 한 측근도 "JP가 이 최고위원과 동격(同格)이라는 인식을 피하려고 만남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JP의 '킹메이커' 역할론과 이 최고위원에 대한 견제를 두고 DJP 회동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JP에게 뭔가 큰 선물을 주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 JP에게 국내정치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을 맡기고, DJ는 경제 및 국방, 외교, 남북관계에 전념한다는 것. 이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추측이다.
이 때 DJP가 차기 대선 후보로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정계개편을 추진해 나가며, 이를 JP에게 관장케 할 경우 JP '킹메이커' 역할론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 최근 JP가 주장한 '킹메이커' 역할론 및 '서드샷' 발언과 결부돼 주목되고 있는 대목이다.
JP-이인제, 정면대결로 치닫나
이 최고위원은 이러한 JP의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봉건시대도 아니고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킹'이라는 말은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JP의 '킹메이커'론에 대해 거부감을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또한 논산시장 공천과 관련, 그동안 자민련에 양보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이를 접고 "논산시장 후보를 민주당이 공천해야 한다"며 논산시장 후보 추천자 3명을 당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 최고위원도 지난 17일 측근들에게 "그간 만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JP가 만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나도 만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JP에 대한 미련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기 대선에서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 측근은 "현 구도에서 이총재와 대선에서 맞붙어도 5% 이상의 차이로 낙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JP를 누르고 충청지역 맹주로 자리잡았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문화일보(TN소프레스)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충청지역에서 이 최고위원(12.3%)이 JP(2.9%)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제의 고민-특정후보를 염두에 둔 정계개편
그러나 이 최고위원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특정인을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내세울 것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특정인을 (여권 대선후보) 염두에 둔 인위적 정계개편은 있을 수 없으며, 이때는 중대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 최고위원 측근이 전했다.
'경선불복을 가장 큰 원죄'로 여기고 있는 이 최고위원으로서는 '결코 들러리서는 경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는 민주당과 자민련 양당 합당론이 확산되고 있고, 'DJ가 집권 후에도 안심할 수 있고, JP와도 잘 맞는 인물'로 김중권 대표와 이한동 총리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높고 당내 경선에서나 본선(2002년 대선)에서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과 '킹메이커'를 공식적으로 자임하고 있는 JP의 관계가 정치권에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