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연합공천제 추진

2001-03-27     박혜경 기자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와 연합공천제'를 추진하고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최근 여야는 내년 지방선거를 조기 실시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한달 가량 앞당겨 2002년 5월9일 실시하기로 잠정합의했다. 그리고 여야는 자치단체의 전시성 사업 및 단체장의 비리가 비일비재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나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 지방의원 유급제 및 정수조정 등은 여야가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개정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1995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사법처리된 민선 단체장 수는 67명. 민선1기의 21명에서 민선2기에는 배 이상인 46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비리 중 절반인 51%가 뇌물수수이고 공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36%다. 일부 민선단체장 배우자는 인사와 청탁의 조건으로 직접 수뢰한 사실이 적발돼 사법처리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단체장의 비리와 제멋대로식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와 시스템이 없거나, 있어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상당수 제구실을 못하는 데다, 심지어 함께 비리를 공모해 전체 지자체장의 5분의 1 가까이가 행정공백을 낳는 기현상을 낳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에 개선을 위해 정부는 지난 8일 ‘지방자치포럼21’을 열고 ‘지방자치제도 개선을 위한 제(諸)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으며, 여당의 경우 각각 13일과 20일 지자체 개선을 위한 1, 2차 당정회의를 열고 지방자치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지방자치제도 쟁점①】민주당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금지, 지방의원 유급화

민주당의 정치개혁 특위는 지난 20일 지방자치제 개선을 위한 2차 당정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와 관련해서 "광역자치단체는 현행처럼 정당이 공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기초자치단체는 단체장과 의원 모두 정당 공천과 정당 표방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또 지방의원 유급화를 결정하고 "시·도의원 1인당 연간 2,040∼2,722만원, 시·군·구의원 1,220만∼1,727만원을 지급할 것"임을 협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당정회의 결과와는 달리 기초단체장에 한해 "2개 이상 정당의 연합공천을 허용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뜻을 밝혔다.

이 '연합공천 법제화'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력히 반대하고 나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정당공천제와 지방의원 유급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동안 소극적이던 한나라당의 방침을 바꿔 올 상반기 중 지방자치법을 개정, 내년부터 이 제도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만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행정자치부는 우선 '지방의원 유급화 논의'에 대해 최인기 前 행자부장관은 "우선 광역의원부터 이뤄지고, 기초의원은 상황을 보면서 생각할 문제"라며 '광역의원 유급화'추진의사를 밝혔다. 또 행자부는 '기초단체장 연합공천을 제안하고 있는 반면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는 "현행 직선이 아니라, 예컨대 지방의원 또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국회 행정자치위 박봉국 수석전문위원이 '지방자치포럼 21'에서 말했다.
【지방자치제도 쟁점②】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적극 검토

최인기 前 행자부 장관은 "현재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마땅한 징계수단이 없어 단체장들이 인사·재정권 등을 전횡하고 있다"면서 "단체장들이 전횡을 주민에 의해 통제한다는 차원에서 주민소환제의 제한적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주민투표제 도입도 연구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민주당의 경우 "주민소환제는 유권자 15% 이상의 서명으로 해직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유권자 30% 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직"이 결정된다. 그리고 "주민투표제는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을 주민들의 투표에 회부하는 제도로 유권자 10% 이상의 연서와 지방의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한 뒤 유권자 30%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직이 가능하다."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주민소환제의 경우 정치 브로커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허태열 의원은 지난 15일 "각종 비리를 막기 위해 소환제를 도입하고 현재 제정돼 있는 투표제의 시행령을 마련, 본격 실시해야 한다는데 당내 의견이 일치됐다"며 "보완대책을 마련하여 여야가 협의해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현직 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의 의견은 아직 분분

특히 당 공천제와 관련해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전국 현직 민선 단체장과 현역 지방의원 305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단체장 73%, 지방의원 88%가 정당 공천이 부패를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단체장의 도덕성과 자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하부구조로 정착되면서 이러한 비리 양성의 주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정당공천제'를 실시하다보니 지방선거가 정당간 사활을 건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면서 '고비용 비효율 정치구조'를 낳고 있다는 주장하며 정당공천제 폐지를 적극 주장하였다.

또 지방행정연구원 김성호씨는 "정당공천의 폐해로 지적되는 중앙정치의 예속과 공천비리, 패가르기식 지역선거라는 비합리적 투표 행태를 개선하려면 비정당 선거제와 선거공영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방의원 유급화' 논의에 대해서도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금, 여야가 추진하는 대로 3400여명의 지방의원들에게 세비를 지급하면 연 1330억원의 주민혈세가 추가투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나 지방 유급화 논의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들의 환심을 살려는 득표전략 차원'으로 이용될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관계자들은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는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성 보장을 위해 시급히 도입해야 할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주민투표제는 법률에는 명기되어 있음에도 7년 동안 정부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미뤄, 여전히 그 실행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거의 일치하는 반면, 주민투표제 및 주민소환제, 지방의원 유급화에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금은 지방자치법이 시행된지 5년 반밖에 안된 시점에 '지원은 하되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사회단체 및 학계의 중론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 관련법' 개정으로 정치권이 또한번 홍역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