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 유권자의식으로 본 내년 선거민심
2001-03-27 박혜경 기자
내년 대선 및 지자제 선거로 정치권이 부산하다. 이에 16대 총선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식조사를 통해서 내년도 '선거민심'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이에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00년 16대 총선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식조사를 통해서 다가올 지자제 선거와 대선에서의 유권자 민심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13 전후로 하여 전국적으로 유권자 여론조사를 3차례에 걸쳐서 하였다. 선거 전후로 유권자 여론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제1차 조사는 2000년 3월1일 현재 만 20세 이상 남·여 유권자 1000명(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을 조사대상으로 하였으며, 2000년 3월 20일부터 3월 21일까지 시행하였다.
제2차 조사는 2000년 4월 1일 현재 만 20세 이상 남·여 유권자 1000명(95%의 신뢰수준, 표본오차 ±3.1%)조사대상으로 하였고, 2000년 4월 6일에 시행하였다.
마지막으로 제3차 조사는 1200명(95%의 신뢰수준, 표본오차 ±2.8%)을 조사대상으로 하였고, 2000년 4월 14일부터 4월 25일까지 시행하였다.
이 선관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13 총선에서의 유권자들은 후보자 관련 정보를 각종 선거 홍보물을 통해서 얻었으며, 16대 선거를 통해서 시민사회 단체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후보자 정보 획득은 홍보물을 통해서...
선거이후 3차조사에서 "후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데 도움이 되었던 정보는 무엇이었는가"라고 하는 질문에 대해, 선관위에서 배달된 '홍보물이 26.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는 '가족·이웃의 대화 20.5%'로 나타났다. '매스컴을 통한 정보획득은 13.9%'로 나타났다.
또한 선거운동 기간 중 각종 연설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투표자는 16.2%로 나타나 유권자들의 후보자에 대한 정보 획득은 상당 부분 '홍보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과거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을 아는데 50.3%가 각종 매스컴을 통했고, 선거 홍보물의 경우에는 11.9%였다는 조사와 비교하면 선거에 있어서 홍보물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선거 무관심 층 내지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7대 도시 거주자(31.4%), 20대(28.9%), 30대(30.5%), 대졸이상(34%)의 계층에서 선거 홍보물을 통한 정보획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함에 있어 정보가 충분했다는 투표자는 25.3% 밖에 안되어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다양한 정보 제공의 길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때문에 선거홍보물 등에서 '후보자의 정보제공'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영향력 내년 선거에서는 더욱 확대될 전망
후보자 신상 정보들 중에서 후보를 고르는데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정보'는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대상자(32.4%)로 조사되었다. 세금 낸 실적 21.6%, 후보자의 전과 여부와 전과 종류는 19.5%로 나타나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15대 총선과 비교해 더 깨끗하다(44.8%)는 응답이 더 혼탁하다(11.1%) 보다 높았고, 더 깨끗해진 이유에 대해 유권자 의식향상(24.3%),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홍보/감시(22.9%), 엄격해진 선거법(9.6%)으로 상위응답을 차지하였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대상자가 후보자 선정시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에 대해 지역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대졸이상(37.2%), 전문/관리직(55.6%), 학생(48%), 가구 월평균 소득이 200∼299만원(38.5%), 300∼399만원(35.6%)으로 주로 중산층, 고학력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16대 총선을 통해서 시민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더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정치적 위력이 16대총선에서의 경험을 살려 2002년 선거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정당 위주'의 투표행태
'지지후보 결정시 판단기준'을 묻는 질문은 1차 2차 3차로 갈수록 높아지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선거 20여일 전에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후보자의 인물·인품 측면을 가장 크게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60.0% 였고, 정책·공약(15.8%), 주위의 평가(8.4%), 정치경력(7.7%)등으로 조사되었고, 소속 정당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겨우 7%에 불과했다.
그러나 선거 일주일 전인 제2차 조사에서는 소속 정당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10.4%로 높아졌다가, 3차조사에서는 투표 당시 소속정당 기준이 무려 24.9%로 최대의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후보자의 정당/정견을 최대요인으로 보았다는 응답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8도 시지역(27.1%), 특히 경남 지역의 47.3%, 경북 지역의 37.8%, 전남의 40.9% 가장 높아 '영호남의 지역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령이 많아질수록, 학력이 낮아질수록, 가구소득이 낮은 층, 농축업/근로자, 주부 등에서 보다 높게 나타나 서민층일수록 인물보다는 정당이 우선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를 볼때, 정당투표 성향은 내년도 선거에서도 선거일이 임박해가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구도가 16대총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내년 지방선거, 대선 역시 '인물선거'보다는 '정당선거'가 우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15.2%가 투표당일에 지지후보 결정
'지지후보 결정 시기'를 묻는 질문에 투표일에 15.2%, 2∼3일 전쯤에 16.4%, 일주일 전쯤에 21.8% 등으로 '막판 일주일에 후보를 결정한 비율이 53.4%'로 과반수를 넘었다. 지역별로는 8도 시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전남의 시 지역은 투표 당일에 31.8%가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나 호남지역의 강고했던 '정당충성도'가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충남의 시 지역은 2∼3일 전에 33.3%가, 충북의 군 지역은 2∼3일 전에 37.5%가, 경남의 시 지역은 일주일 전에 32.7%가, 경기도의 군 지역은 무려 47.6%가 일주일 전에 후보를 결정했다고 응답하여 각 지역별로 부동층이 30-40%대는 상존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이와 달리 투표일 2주전보다 더 이전에 이미 지지후보를 정한 응답자는 전체응답자의 35.6%에 이르러 이 35%정도가 전국적인 '정당지지층'으로 해석된다. 또 후보를 2주일 이전에 결정한 응답자중 지역별 분포는 8도 군 지역(46%)에서 제일 높게 나타나 도시지역보다는 농촌지역에서 '정당충성도와 인물충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99만원 이하이거나 400만원 이상인 층에서 보다 높게 나타나 고령층과 극빈층또는 극부유층일수록 정당충성도가 앞선다고 조사되었다.
결국 선거 일주일전의 과반수 넘는 부동층과 선거당일의 후보자 결정율이 높은 조사결과를 볼때, 부동층 확보는 선거운동 마지막에 이루어지므로 선거운동에 있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거관심 없는 주부층, 투표율은 매우 높아
제1차 조사에서 '16대 총선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3%가 관심이 있다는 응답을 하였고, 관심이 없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50.7%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 10명 중 8명이 투표하겠다(82.6%)는 긍정적인 의견(반드시 투표 57.3%, 가능하면 투표 25.3%)을 제시했다.
이러한 조사는 선거운동 등 선거과정에는 관심이 적으나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투표를 통한 '참정권'의식은 의무감으로 내재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남성(53.9%),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직업별로는 블루칼라(57.1%)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관심이 없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여성(46.1%),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 양극화현상을 보였다.
또 '투표를 하겠다'는 긍정적 의견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으며,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은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양극화 현상은 2차·3차 조사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조사되었다.
선거일 이후 조사에서 '투표를 했다'는 유권자는 8도 군 지역 거주자(85.5%), 여자(75.6%),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 월평균 소득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주부(84%), 농축/근로자(82.7%), 전문관리직(81.8%) 종사자들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투표를 안했다'는 유권자는 7대 도시(31.2%), 남자(29.7%), 20대(45.2%), 30대(29.8%), 대졸이상(34.8%), 사무직(37.2%), 생산/기술직(41.3%), 학생(41.2%), 소득이 300∼399만원(31.3%), 400만원 이상(34.7%)에서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투표참여도 조사'결과에서 주의해서 보아야 할 것은 '여성층은 선거에는 관심이 없으나 투표참여율은 높고 남성층은 선거에는 관심이 많으나 투표참여율은 적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거운동에 있어서도 '투표참여율은 높지만 선거무관심형 부동층'인 '여성층'에 많은 공을 들일다면 더 높은 '투자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된다.
또한 지역별 투표참여자는 대전·충청지역에서는 87.4%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한 반면, 광주·전라 28.3%, 강원 27.3%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높은 응답을 하였다. 이러한 지역별 상반된 여론은 현재 충청권의 민심이 선거를 통한 정치적 표출욕구가 상당히 높은 반면 호남, 강원 지역은 정당충성도가 약해지면서 정치적 동요가 잃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무관심 41.4%, 투표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33.3%, 맘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13.8%로 조사되었다. 일반적인 정치무관심 이외에 '투표로 인한 정치적 변화'에 대한 회의감과 '부족한 후보자 자질'이 투표불참요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유권자의 정치적 변화욕구를 정치권과 후보자가 담보해 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경완기자(kwlee@ewincom.com)